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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성부 Aug 26. 2020

마피아를 만난다면

이상한 서울 나라의 이방인 1-7

이상한 서울 나라의 이방인 - 오성부

어릴 때 나는 친구들과 둥그렇게 둘러앉아 <마피아 찾기>란 게임을 즐겨했다. 이 게임은 그룹 안에 있는 단 한 명의 적인 마피아를 찾는 게임인데 마피아로 지목이 된 사람은 자신이 마피아가 아닌 선량한 시민이라고 해서 경찰 역할을 맡은 사람들의 추적을 따돌린다. 


그리고 경찰 역의 사람들은 마피아의 거짓말을 역추적해서 마피아를 쫓기 시작한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 쫓고 쫓기는 추적은 마피아를 찾아낼 때까지 계속된다. 단순히 마피아를 추적하는 단순한 게임이지만 성인이 된 후에 이 게임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이 속에는 사람 관계에 대한 엄청난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것이었다. 


거짓말과 분노, 의심, 긴장, 불안, 초조 등   

 

내 인생의 첫 마피아는 사업을 하며 한솥밥을 먹던 식구들이었다. 힘들 때 같이 동고동락을 했던 사람들. 그들은 언제나 내게 “나는 네 편이야.” 말하지만 정작 중요한 순간에, 이를 테면 내가 어렵거나 힘든 순간이나 혹은 손해가 좀 생기는 상황이 생긴다던지. 하여간 이런 결정적인 순간에 내게 등을 돌리고야 말았다. 


언제나 “네 편”에서 “나는 너를 전혀 모른다.”로 돌변해버린 것이다. 


서울에 와서 처음 겪어보는 낯선 상처와 쓰라림. 정주고 마음 주고 사랑까진 아니었어도 내 정성을 다했건만. 아무래도 그런 것들과는 전혀 상관이 없이 도심의 사람들에게 받은 날카롭고 차가운 그 어떤 것들은 나의 모든 신경 기관과 마음을 사정없이 할퀴어댔다. 


그도 그럴 것이 결국은 내 편인 것처럼 굴었던 그 모든 사람들은 내 편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냉혹한 도심에서의 첫 실패였고 첫 난관이었고, 그리고 첫 사람들을 잃었다. 

     

사실 인간관계에서 오는 상처는 상대의 문제일 때보다 어디까지나 나의 기대치에서 올 때가 더 많다. 상대는 전혀 그렇게 생각 안 하는데 나 혼자 이 사람은 이럴 것이다, 저 사람은 저럴 것이다,라고 추측을 해서 기대치를 조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내 마음 같은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내가 나 자신도 마음에 안 들어할 때가 어디 한두 번인가. 하루에도 몇 번씩 나 스스로를 채근하고 다그치는데. 때문에 사람을 만날 땐 상대에게 상처 몇 번쯤은 받을 각오를 하고 관계를 맺어야 한다. 상처가 오가지 않는 관계는 없기 때문이다. 


파트너십을 형성하다 보면 이런 말을 많이 듣게 된다.     

 

“우리 평생지기로 갑시다.”

“당신과 나는 운명인 것 같아요. 진짜 끝까지 같이 가요.”

“어느 한쪽이 지치면 일으켜도 주면서, 그렇게 형제처럼 어깨동무하고 가는 데까지 쭉 달려봅시다.”

“우리는 한 가족!”     

평생 가자, 끝까지 가자, 같이 달리자 등등. 그러나 나는 이런 말을 듣기는 들어도 내 입에서 ‘평생 그럽시다’라는 말은 내뱉지 않는다. 


그런 관계로 발전하기까지 얼마나 힘들고 우여곡절이 많은지 알기 때문이다. 또 그걸 이겨내고 가더라도 사회에서 만난 파트너가 평생지기의 인연으로 간다는 건 엄청나게 어려운 일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언젠가 우연히 인터넷 기사에서 위조지폐를 가려내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위조지폐를 가려낸다고 하니 가짜 지폐를 엄청나게 연구하고 분석해서 가려낼 것만 같지만, 그래서 그 가짜를 척 보기만 해도 이건 가짜다!라고 분별해낼 수 있을 것만 같지만, 그들의 방법은 의외로 아주 간단하고 놀라웠다. 


위조지폐를 가려내는 그 사람들은 진짜 지폐를 수천, 수만, 수억, 수시로 틈틈이 만지고 본다. 그래서 가짜를 들이댔을 때는 그것이 단번에 진짜가 아닌 것을 알 수 있다고 했다. 놀랍지 않은가! 여직까지 진짜만 본 그들의 눈에 가짜는 눈속임으로라도 넘어갈 수 없다는 이야기다.


또 어떤 TV 프로그램 중에는 세월 속에 묻혀 있던 진품과 명품을 발굴해내는 방송이 있다. 전문 감정위원의 예리한 시선으로 우리 민족의 고미술품의 진가를 확인하고 감정하는데 감정 위원들은 물건의 가치를 한눈에 정확히 알아본다. 진짜만 봐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나는 사람을 가려낼 때 그 사람의 향기를 맡는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처럼, 웃는 얼굴 뒤로 숨은 그 사람의 마음은 훔쳐보기가 힘들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이 사람의 진가를 알아볼 수 있을까? 그것은 사람의 향기다. 계속해서 진짜를 보여주는 사람에게서는 좋은 향기가 난다. 그 향기는 향수처럼 일시에 흩어지는 향이 아니고 인위적으로 만든 어떤 향이 아닌, 저절로 우러나오는 것이기에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해 준다.


진심은 언제고 통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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