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경민 Jul 13. 2018

501번 버스 타고 서울읽기

서울을 읽는 새로운 관점을 제안하다.

버스 안에서 바라보는 서울역

평소 나는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과 건물을 즐겨 보곤 한다. 날씨, 시간, 계절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모습에 반하기도 했지만 서울에 존재하는 건축물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 좀 더 심혈을 기울여 관찰하게 되었다. 그렇게 관찰한지도 몇 개월이 지났다. 어느 순간부터는 지켜만 보고 있을 게 아니라 언제 사라질지 모를 상황을 대비하여 기록해두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축과 관련된 전공 공부를 한 것도 전문적인 지식을 쌓은 것도 아니지만 사회적인 이슈나 개인적인 이야기를 엮어내 일반인들도 어렵지 않게 건축물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대신 어떤 방식으로 풀어나가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이와 관하여 참고할 만한 서적이나 자료는 없는지 독립출판서점과 일반 서점에 가서 찾아 보고 소셜 네트워크에 태그 된 정보들을 뒤적여 보기도 했다.

버스 안에서 바라보는 63빌딩과 해질녘 노을

그러면서 우연히 건축을 전공한 이들이 만든 ‘파노라마’라는 잡지를 알게 되었는데 ‘버스’라는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건축물’이라는 대상을 ‘누구나’ 읽을 수 있도록 쉽게 풀어냈다는 측면에서 내가 의도했던 것과 상당히 비슷했다. 어렵고 딱딱한 용어로 설명된 건축물에 대한 정보보다는 좀 더 대중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소재와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덧붙여 건축물로 풀어내는 과정 또한 마찬가지였다. 때문에 그들의 형식을 잠시 빌려오기로 했다. 사진과 글은 직접 촬영하고 작성한 것이지만 전체적인 맥락에서 풀어나가는 방식은 잡지 파노라마를 참고했음을 미리 밝혀둔다.

누구나 읽을 수 있는 건축잡지, 파노라마

지금부터 풀어나갈 10개의 건축물은 평소 자주 타고 다니던 간선버스 501번 노선을 따라 위치하고 있으며 ‘생성과 소멸’이라는 전체 콘셉트에 맞는 곳을 선정, 나만의 관점과 해석으로 풀어나가고자 한다.

버스타고 서울관람의 주인공, 501번 버스


WHY_501번 버스인가?

현재 내가 살고 있는 동네는 봉천동, 한강의 남쪽 지역이다. 그래서 광화문이나 시청이 위치한 한강의 북쪽 지역으로 가려면 필히 대교를 건너야 한다. 나는 주로 집에서 도보 3분 거리에 위치한 관악구청 버스정류장을 이용한다. 관악구청을 기준으로  총 10개의 버스정류장이 있고, 서울대입구역을 기준으로 총 7개의 버스정류장이 있다.(간선, 지선 포함/겹치는 버스정류장은 개수에서 제외)

관악구청 근처 버스정류장
서울대입구역 근처 버스정류장

그만큼 운행되고 있는 버스의 수와 노선도 많다는 이야기인데 동일한 노선을 거치는 경우도 많다. 봉천동에서 출발하여 한강대교를 건너 서울역 버스 환승 센터까지 동일한 노선을 경유해서 가는 버스는 총 5개다. 이 중에서 501번 버스를 고른 이유는 단 한 번의 환승도 없이 ‘서울역-시청-광화문-종로-을지로-명동’을 가로질러 운행된다는 점이었다. 구도심에서 가장 핵심적인 장소를 모두 거쳐가기 때문에 오래된 과거부터 근ㆍ현대까지 축적된 시간들을 읽어 내려갈 수 있는 건축물의 수도 많고 범위도 넓다. 예를 들면, ‘서울역-숭례문-플라자호텔-남산타워-서울도서관-세종문화회관’ 이런 식으로 시대별로 공간적인 연결이 연속적으로 가능하다. 또한 5개의 버스 노선 중 유일하게 <종로-을지로-명동 구간>을 지난다는 점에서 특수성을 띠고 있다. 이를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각 버스별로 노선을 비교해보았다.


버스노선 비교
① 500 (간선, 석수역 <->을지로입구)

현대시장-구암초등학교-경향렉스빌. 롯데캐슬-상도4동 약수 맨션-신상도초등학교-상도2동 아이파크. 포스코 더샵 아파트-7호 선장 승배 기역, 상도지구대-청화병원-동작구청-노량진초등학교 앞 – 노량진 옆 –노들역 –노들섬 –한강대교 북단. LG유플러스-신용산역-KT 용산지사-삼각지역-숙대입구역-갈월동-서울역버스환승센터- 남대문시장 앞 – 롯데 영플라자- 을지로입구. 시청 입구-삼성본관 앞 – 숭례문- 서울역환승센터

② 501 (간선, 서울대 <->종로 2가)

관악구청-봉천사거리. 봉천중앙시장-봉원중학교. 행운동 우성아파트-관악푸르지오 아파트-봉천고개. 관악현대아파트-숭실대입구역-상도동 중앙하이츠빌. 상도 전통시장-상도시장-상도터널 상도동-상도터널 노량진동-노들섬-한강대교 북단. LG유플러스-신용산역-KT 용산지사-삼각지역-숙대입구역-갈월동-서울역버스환승센터-시청 앞-서울신문사-종로 1가-종로 2가-을지로 2가. 기업은행 본점. 서울노동청-롯데백화점-북창동. 남대문시장-숭례문-서울역환승센터

③ 506 (간선, 신림2동 차고지 <->종로 1가)


봉천사거리. 봉천중앙시장-봉원중학교. 행운동 우성아파트-관악푸르지오 아파트-봉천고개. 관악현대아파트- 숭실대입구역-상도동 중앙하이츠빌. 상도 전통시장-상도시장-상도터널 상도동-상도터널 노량진동-노들섬-한강대교 북단. LG유플러스-신용산역-KT 용산지사-삼각지역-숙대입구역-갈월동- 서울역버스환승센터-시청 앞 –서울신문사- 을지로입구역. 광교- 해운센터. 롯데 영플라자-북창동. 남대문시장-숭례문-서울역버스환승센터

④ 750A (간선, 덕은동 <->서울대)

봉천사거리. 위버폴리스-봉원중학교. 행운동 우성아파트-성현동 동아아파트-봉현초등학교-숭실대입구역-상도동 중앙하이츠빌. 상도 전통시장-상도시장-상도터널 상도동-상도터널 노량진동-노들섬-한강대교 북단. LG유플러스-신용산역-KT 용산지사-삼각지역-숙대입구역-갈월동-서울역버스환승센터-경찰청. 동부 역사재단
⑤ 750B (간선, 은평 공영차고지 <->서울대)

봉천사거리. 위버폴리스-봉원중학교. 행운동 우성아파트-성현동 동아아파트-봉현초등학교-숭실대입구역-상도동 중앙하이츠빌. 상도 전통시장-상도시장-상도터널 상도동-노들섬-한강대교 북단. LG유플러스-신용산역-KT 용산지사-삼각지역- 숙대입구역-갈월동-서울역버스환승센터-경찰청. 동북아 역사재단

생성과 소멸에 대하여

한강의 북쪽과 남쪽 지역의 성격이 극명하게 다름에도 불구하고 건축물의 '생성과 소멸'은 동일선상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진다. 다만, 선정된 10개의 건축물 중 2개를 제외한 8개의 건축물이 구도심, 즉 강북에 존재하는 건축물들이다. 1960년대 이후로 강남의 개발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역사적으로 쌓인 시간의 층고가 길고 조선시대부터 근-현대시대까지 남아 있는 건축물 또한 그 수가 더 많다 보니 비중을 좀 더 둘 수밖에 없었다. 조금 더 개인적인 사유를 붙이자면 강남의 역사보다 강북의 역사를 좀 더 많이 알고 있기 때문인 것도 있다.

대한민국에서 건축물이 소멸되기 시작한 것은 일제강점기부터가 아닐까 짐작해본다. 일제에 의해 궁 내부에 있던 건물들이 훼손되기도 하고 서양의 건축양식을 가져온 문화주택이나 일본식 건물 나가야, 2층 상가건물을 세우면서 한옥이 철거되었는데 이것이 시발점이 되지 않았을까? 통치기구를 설치하고 자신들의 방식에 맞춘 건축물을 짓고 그 나라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건축물을 훼손함으로써 조선을 식민지화하려는 강력한 의지를 보였던 것이다. 그 이후로도 여전히 그들이 남긴 흔적의 건축물들이 서울이라는 도시 곳곳에 남아 있다.


서울은 조선의 혹은 대한민국만의 정체성이 표현되지 못한 채로 근대를 거쳤고 한 독재자에 의해 거침없는 개발을 진행하면서 현재의 모습으로 발전했다. 이후 열풍처럼 불어닥친 재개발사업으로 인해 수많은 근대 건축물이 소멸할 수 없었고, 새로운 건축물이 생성되었다. 요즘엔 과거 건축물을 보존하는 방향으로 중심이 쏠려 있어 ‘과거의 한 때 재개발을 하면서 건축물이 많이 없어졌지만 지금은 아니야'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501번 버스노선을 따라 바라 본 건축물의 생성과 소멸은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 그런 나의 확신은 도시변화 속성을 이해하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결론을 내린 나만의 착각이고 오만이었다. 여전히 과거 필요에 의해 생성되었지만 현재는 의미 없다고 판단하며 소멸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소멸되는 것 자체를 막을 순 없다. 그래서 과거에는 존재했지만 현재는 사라진 건축물에 얽힌 역사와 이야기를 통해 존재 의미를 살펴보고 보존과 소멸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어떠한 기준을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으면 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