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지 고가 차도를 넘다

삼각지역 - 효창공원 앞 역 코스

by 이경민

고가를 넘으면

어디로 향하는 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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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답사는 사진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고가도로 너머에 대한 궁금증으로 시작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사진을 찍은 장소는 바로 삼각지 교차로이며, 동, 서, 남, 북이 각각 다른 행선지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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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울역, 한강대교 방향
- 평소 자주 타고 다니는 501번 버스 노선 경로에 속하는 길이다.
- 날씨가 좋은 날이면 도보로 종종 걸어서 가 보곤 한다. 가는 길에는 생각보다 볼거리가 많다.
- 서울역 방향: 미군부대를 거쳐 숙대입구, 서울역까지 앞으로 직진하기만 하면 된다.

2) 이태원 방향
- 평소 이쪽 길을 이용할 일이 없었는데 무심코 해방촌으로 향하는 버스를 인근에서 탄 적이 있다. 인근에 전쟁기념관이 있고, 미군부대도 있어서 창 밖을 유심히 보면서 갔는데 그때 바로 이태원 - 녹사평역과 연결되는 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 녹사평역까지 가는 길엔 전쟁기념관과 미군부대 담벼락을 따라 가로수 나무가 주를 이루고 있어 걷는 재미는 없다.

고가를 오르는 계단에 이르기까지 좌, 우를 살펴보면 다소 대비되는 풍경이 보이면서도 철도가 지나가는 길목에 있어 다양한 모습이 혼재되어 있다. 좌측으로는 오래된, 낮은 건물들이 배열되어 있고, 2030 청년세대를 위한 청년 주택을 짓는 공사가 한창이고, 우측에는 고층 아파트가 있으며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는 샛길로 들어가면 재활용 센터의 존재가 드러남과 동시에 미군 담벼락도 보인다. 미군 담벼락을 따라 걸으면 삼각지 교차로에서 뻗어 나오는 큰 도로길과 만나게 되는데 서울역으로 향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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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A구역: 재활용센터와 미군부대 담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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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B구역: 낮고 오래된 건물들 군집, 역세권 2030 청년 주택 공사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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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로 2가 역세권 2030 청년 주택 개발사업 신축공사에서 "역세권 청년 임대주택"이란?
1) 2030 청년세대들의 안정적인 살 자리를 건설하여 저렴하게 임대해 주는 주거안정 서비스
2) 이용대상: 대학생, 청년, 신혼부부 등 20~30대 청년층
3) 현재 상황
- 56개 사업지 가운데 6개소(용산구 한강로 2가 1,916호, 서대문구 충정로 3가 523호, 마포구
서교동 1,121호, 마포구 창천동 681호, 성동구 용답동 170호, 강서구 염창동 520호)가 공사 착수 중
- 최초 임대료는 공공임대는 월 10만 원대, 민간임대는 주변시세의 86% ~ 95% 이하로 책정 예정
- 임대보증금 비율을 30% 이상으로 의무화
4) 관련 사이트: http://housing.seoul.kr

고가 너머

삼만리

삼각지 고가 차도를 본격적으로 넘기 전에 주변을 탐색하고 드디어 넘는 순간이 왔다. 삼만리가 될지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발이 이끄는 데로 가보기로. (여기서 삼만리는 대략 12000KM 정도라고 합니다. 실제 거리보다는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무모하게 가 보는 심리적 거리감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하였습니다.) 높은 곳에 올라갈수록 시야의 범위는 넓어지는데 아래에서는 보이지 않던 풍경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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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자로 된 지붕을 하고 있었던 건물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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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에는 오리온 사무실과 함께 또 다른 고가 차도가 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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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측으로 보면 기찻길이 길게 뻗어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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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게 만 느껴지던 남산과 타워가 아주 가까이 잘, 보인다. 주변의 풍경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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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차도 아래로 지나가는 이 도로는 어디로 향하는 것일까? 또 다른 궁금증이 더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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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주변을 천천히 살피며 고가 차도 위를 걷다 보니 어느새 내려가는 계단 앞이다. 그곳에서 마주한 첫 번째 풍경이 바로 이 모습이다. 고층 아파트와 저층의 낡고 오래된 집인지, 공장인지, 정체불명의 공간들이 묘한 대비를 이루며 공존하고 있었다. 이 부근의 명칭은 문배동, 지도를 검색해보면 삼각형 모양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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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배동?
- 1번지에 있는 문배산에서 유래, 인근에는 당고개가 있는데 고갯마루에 당집이 있었다는 데서 명칭이 유래한다. 문배산은 조선 후기에 처형장으로 이용되기도 하였다. 휴식공간으로는 면적 2만 1770㎡의 신계 공원이 있다. 유적으로는 기해박해 당시 천주교 신자 10명이 순교한 당고개 순교성지가 있다.

* 문배동 인쇄소 거리
- 1970~80년대 개발 시대에는 소규모 금형·주물공장이 빽빽했고, 이후 인쇄소가 잇따라 들어와 '인쇄소 골목'으로도 불렸지만 인쇄업이 쇠락하고, 용산구 일대 재개발로 4000세대가 넘는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대부분의 인쇄소가 파주 출판단지로 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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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하게도 딱 요 블록만 그렇고, 걷는 사람을 압도할 만큼 가까운 거리에 고층 아파트를 비롯하여 거대하게 큰 주민센터, 회사 건물들이 나란히 양 옆으로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심리적 압박감이 강하게 느껴졌다. 빨리 이 구역을 빠져나가야겠다는 생각으로 빠르게 걷는 도중에 우연히 돌아본 곳에 처음 고가 차도를 넘었을 때 마주 했던 장면과 굉장히 유사한 곳을 발견했다. 넓은 지붕에 2층 집의 모양새를 가진 건물들이 쭉 - 나란히 위치해 있었다. 골목을 따라 깊숙이 들어와 건물을 하나씩 하나씩 살펴보았는데 이전에 와 본 장소인 것 마냥 묘하게도 익숙한 듯 낯선, 낯선 듯 익숙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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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건물들 사이로 간간히 보이는 '열정'이라는 단어. 남영역 인근에 열 정도가 있긴 한데, 설마 거긴가 싶으면서도 일단 계속 돌아보기로 했다. 그런데 걸으면 걸을수록, 작고 좁은 골목길로 접어들었을 때 이 독특한 분위기를 보면 볼수록 더욱더 확신이 드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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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는 순간에 열 정도의 메인 거리에 접어들었고, 열정도를 만든 장본인이 여러 사람들과 무리를 이루며 지나가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다. 간판 곳곳에 '열정'이라는 단어가 흩뿌려져 기재된 이곳, 개인적으로도, 여럿이서도 종종 들렸던 이곳, 그래 이곳은 열정도 였다. 삼각지 고가 차도를 넘어 낯선 장면을 마주했고, 문배동이라는 처음 듣는 지명에 온몸에 긴장 가득, 주변을 살피느라 정신없었지만 그것도 잠시 내게 아주 익숙한 장소가 이렇게 가까이에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 이미 아는 장소를 살피는 건 오늘의 목적이 아녔기에 다음을 기약하고 얼른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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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정도?
- 서촌·공덕동·이태원의 우사단길 등에서 열정감자·열정 꼬치 등의 매장을 열었던 ‘청년장사꾼’이 2014년 11월 치킨 혁명·감자·철인 28호·열 정도 주꾸미·고깃집을열면서 ‘열정도’라 불리는 곳이기도 하다. ‘열정이 가득한 섬’이란 뜻이다.

방향을 틀어 또다시 낯선 길 위를 방황하듯 걷다 보니 사거리에 도착했다. 지도로 살펴봤을 때 처음 걷던 길을 그대로 쭉 걸으면 닿을 곳이었다. 정면으로 계속 쭉 가면 여의도 방향이기 때문에 한강을 건너야 한다. 즉, 대교 위를 걸어야 하고, 왼쪽으로 가면 용산역 방향인데 이는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선택지는 오른쪽 공덕오거리 방향인데, 며칠 전에 상수역에서 공덕역까지 걸었던 코스와 겹칠 것 같은 느낌이지만 출발점이 다르기 때문에 도착지점은 같더라도 가는 방법이 다르므로 괜찮다는 결론을 나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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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위치를 확인하고 건 지 채 10분도 되지 않아서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지하철 효창공원앞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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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 인해 삼각지 고가차도를 넘어 이동하면 용산구 문배동, 열정도, 효창공원 앞 역을 거쳐 공덕역에 이른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것도 도보 이동 40분 만에 말이다. 열 정도를 거치지 않고 곧장 가면 도보 20분 만에 효창공원 앞 역에, 효창공원까지는 25분, 공덕역까지는 32분 정도가 걸린다. 앞서 포스팅했던 <상수역 - 광흥창역- 공덕역> 구간은 1시간 50분, <효창공원 앞 역 - 삼각지역> 구간은 20분. 이 두 개의 구간을 합치면 <상수역 - 광흥창역 - 공덕역 - 효창공원 앞 역 - 삼각지 역> 총 2시간 정도 소요된다. (이해를 쉽게 돕기 위해서 지하철 역 중심으로 서술하였습니다.) 도보를 통해 서울의 마포구 (상수역, 광흥창역, 공덕역)과 용산구(효창공원앞역, 삼각지역)를 인지하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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