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경민 Jun 27. 2019

도시를 바라보는 시선들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과 바람들

#소비의 대상이 아니길

동네이야기를 했던 블로그

동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플랫폼과 작가들이 있었다. 2년이 흘렀다. 그 흔적은 여전히 남아 있었지만 멈춰 있었다. 플랫폼을 운영하던 회사는 해당 콘텐츠를 그들이 진행하는 사업 중 하나라고 생각했겠지만 나는 아니었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동네 콘텐츠를 통해서 몰랐던 것들을 알아가는 소중한 시간들이었으면 했다.


'그냥 동네인데 뭐 특별한 게 있나?'가 아니라 '어? 이런 게 왜 있지? 어? 매일 지나다닌 곳이었는데 새롭게 보이네?'라고 할 수 있는 생각의 전환과 같아 보이는 장면도 지속적으로 관찰하면 변화가 생기고, 그 변화에는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꼭 멀리 가야만, 꼭 핫플레이스에 가야만, 꼭 특별한 장소에 가야만 하는 건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또한 잠시 주목받았다가 금세 잊히는 것보다는 시간을 두고 지켜보다가 애정이 생기는 곳이길 바랬다. 적어도 동네라는 장소는 일상생활이 이루어지는 곳이기 때문에 소비의 대상이 아니었으면 했고, 그 바람은 여전히 유효하다. '핫플레이스'라는 이유만으로 주목받고 끝인 호기심의 대상이 아니라 내가, 우리 가족이 혹은 내 친구가 사는 동네이면서 오랫동안 바라볼 수 있는 삶의 터전으로 자리 잡고, 변화를 알아가는 장소였으면 좋겠다는 바람. 모두에게 강요할 순 없지만 그랬으면 하는 마음.


#지속성 있을 순 없을까?

동네를 포함한 더 큰 개념인 도시. 문재인 정부 이후로 도시재생사업이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도시재생'이라는 개념 혹은 속성을 하나의 맥락으로 정의 내릴 수 없는 상황에서 엄청난 액수의 예산이 투입되었다. 그 결과 사업을 이끌어 갈 사람들이 다 모이기도 전에 일단 도시재생센터부터 만들고 보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 반대로 사람은 있는데 센터가 없어서 다른 공간에서 사업을 진행하는 상황도 있었다. 아무리 정해진 기간 내에 가시적인 결과를 내야 하기로서니 이런 식으로 도시재생 사업을 이끌어 간다는 것 자체가 참 아이러니하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말하는 '도시재생'이란 어떤 것일까? '도시재생'이라는 큰 카테고리를 어떻게 정의 내리고, 세분화시켜서 적용시킬 수 있을까? 상황이나 맥락에 따라 실행할 수 있는 방안들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사례를 많이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즉 지금 당장 해결한다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시행착오를 많이 겪을 것. 하지만, 정부 사업의 특성상 짧은 기간 내에 눈에 보이는 가시적 결과를 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지속 가능성이 있을까?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도시재생 사례로 뽑히는 것이 바로 '벽화 그리기 사업'이다. 낙후되거나 오래된 동네에 벽화를 그리고 나니 사람들이 모이고, 동네가 활기차게 변화하는 것처럼 보이자 전국 방방곡곡에서 벽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벽화를 그리는 것 까지 좋다고 치자. 그 이후에 발생할 수도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에 대한 방안이나 벽화를 유지하고 관리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을지는 의문이다. 기다림 없이 '단기간에 결과를 내야' 하는 구조적 모순 안에서 똑같은 방법을 적용, 반복하는 이상 도시재생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 또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과연 벽화 그리기가 도시 재생의 사례로 볼 수 있는 것인지도 헷갈린다. 도시재생이라기보다는 공공미술의 행위에 가까운데, 왜 갑자기 도시재생의 맥락으로 해석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벽화그리기=도시재생??

혹여나 내게 그렇다면 당신은 벽화 말고 다른 방법을 알고 있느냐고 물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나 또한 모른다. 지속적으로 도시재생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살피고 있지만 보면 볼수록 이 문제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지켜봐야 하는 것이라는 깨달음만 올뿐 구체적인 해결 방안은 떠오르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글을 쓰면서 '도시재생'이라는 단어를 지속적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현재 대한민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이 사업들을 '도시재생'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인지도 헷갈린다.)  하지만, 분명 지속적으로 동네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다 보면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동네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보여 주고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제안하는 것이다.


도시재생 사업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관계성 없는 외부인이 와서 단독적으로 진행하는 것보다 내부인의 참여율을 높여 협업을 진행하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성공률도 높아질 것이라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아마 이건 비단 도시재생 사업에만 해당되는 건 아닐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단기간에 결과를 내야 하는'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힘든 부분이라는 걸 알기에 더더욱 동네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는 건 필요하다. 동네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그 동네에 사는 사람들이다. 기간이 짧아도 살았던 순간이 있기에 기억도 존재한다. 한 사람의 기억은 왜곡될 수 있지만 좀 더 많은 사람의 기억이 모이면 공통 지점이 존재한다.


#앞으로 방향성

그럼에도 잘 찾아보면 생각 외로 동네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도 꽤 많아서 모두가 모이면 이 '도시재생'이라고 불려지는 문제점에 대한 해결 방안을 쉽게 찾을 수도 있다. 이런 인적 자원들을 활용하려면 이 또한 지속성이 필요한데 그 힘을 키우기 위한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동네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직접적으로 일(직업)과 관련이 있거나 혹은 애정이 있거나 혹은 '동네'(도시, 혹은 지역)에 대한 콘텐츠에 흥미를 느끼거나. 정도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다. 일과 관련이 있는 거라면 아무래도 밥벌이니 하기 싫어도 반강제적으로나마 지속성을 가질 수 있고, 후자의 경우는 일부러 시간을 내서라도 적극적으로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들이 모여 반복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충분히 지속성을 가질 수 있다. 이들을 모아 집단지성의 힘으로 꾸준히 단계를 밟아 나갈 수 이는 기반을 마련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도시재생은 아니지만 비슷한 맥락으로 진행되는 주민자치 사업이 있다. 주민자치는 주민들이 동네의 발전을 위해서 스스로 문제를 논의, 해결하는 것을 말한다. 쉽게 이야기하면 동네에 문제가 발생하면 이것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서 외부에서 관여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로 구성된 주민자치위원회에서 같이 논의, 토론 후 해결방안을 찾고, 실행계획을 세워 예산안을 가져오는 단계까지 포함한다. 도시재생도 이러한 맥락과 흐름으로 진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물론 주민자치사업도 100% 주민들의 참여율과 의지만으로 만 진행되지 않는다. 여러 가지 시행착오들이 있지만 분명 가능성이 있다.) 또한 현재 도시재생 사업은 이제 막 시행하는 단계라서 일반적으로 해외에서 성공한 도시 재생 사례를 보고 적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과연 우리에게 맞는 방법으로 적용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환경이나 조건, 문화, 지역에 따른 방식, 이를 적용하기 위한 충분한 검토, 실행단계에서의 수많은 시행착오, 간접적이지 않은 직접적인 경험을 실어 현실 가능성을 높이는 자발성과 주체성, 도시재생에 대한 명확한 정의, 단기적 결과가 아닌 장기적 결과. 이 모든 것들이 합을 이루었을 때 비로소 진정한 도시 재생이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실리지 못한 글을 담다, 빈자리를 기록 하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