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별의 유영

다시 만나고 싶다

by 서울경별진

중학교 때 기억나는 친구가 두 명 있다. 중학교 입학 전까지 이사를 많이 다녔고 그 당시에는 연락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에 오래된 친구가 없다. 나의 부족함을 관계가 서툴다는 말로 숨기고 다녔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상처 받기 싫어서 깊은 마음을 나누지 못하는 것일지도.


내 진심을 보이면 눈빛이 달라지고 태도가 달라지는 모습을 보다가 그 모습을 느끼며 쓸데없는 생각에 빠지다가 빠져든 생각이 자존감까지 녹여버렸었다. 우리는 말이라는 것에 얼마나 큰 힘이 있는지 모르고 살 때가 있다. 사람들이 하는 스치는 말 한마디에도 나 혼자 오해 속에 빠져 사람을 밀어내 버렸는지도.

친구 중 한 명은 비밀이 많은 아이였다. 무언가 궁금해서 물어보면 말을 잘 안 해줬다. 착하고 여려서 잘 울고 겁도 많았다. 그 아이를 보면 내면의 나를 보는 것 같았다. 꺼내보이지 않은 나의 내면을 그 친구는 나와 반대로 드러내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항상 같이 있어줬고, 그 친구도 나와 같이 있어줬다. 그 친구는 나와 이름이 똑같았다. 음악 취향도 비슷해서 음악도 같이 듣고 음악이야기도 하고는 했다.


조립식으로 지어진 우리 집에도 와서 같이 놀아주었다. 나는 제대로 된 집에 살아 본 적이 없어서 조립식 집이 어떤 시선으로 보이는지 몰랐다. 아빠는 공장 안에 꽤 크게 살림집을 만들었다. 친구들 집에 놀러 가도 우리 집이 제일 컸다.


두 친구와는 그 또래에 자주 하는 마음에 드는 남자 친구들 이야기도 하고, 공부도 같이하고, 학교 앞 슈퍼에서 컵라면 먹던 기억, 시시콜콜 즐거웠던 기억만 남아있다. 비밀이 많은 아이는 컵라면에 물을 붓자마자 과자 같은 면을 와그작 와그작 먹는 것을 좋아했다.


중학교 졸업 전, 우리는 각자 다른 고등학교를 가야 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나서 친구들과 드물게 연락을 하고는 했는데, 생각해보니 나는 이사를 많이 다녀서 친구들과의 잦은 헤어짐으로 연락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나 보다. 나는 아직도 연락을 잘하지 못한다.


친구에게도 그렇지만 스무 살 초반에 만났던 전 연인에게도 연락을 잘하지 않았다. 일 하는 시간이 달랐기에 방해될까 봐 연락을 하지 않은 것도 있지만 원래 연락을 잘하지 않는다. 연인 관계에서는 신뢰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그다지 의심하지도, 안달 내지도 않았다. 나는 내 일과 나만의 시간도 중요해서 서로 존중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와 헤어진 뒤로 그와 같이 아는 사람들과 연락을 하지 않았다. 7년 정도 지났을까, 그에게 연락이 왔다. 내용 중에 본인과 헤어진 뒤로 내가 바로 다른 사람을 만났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나는 헤어진 이후로 삶이 바빠 누군가를 만난 적도 없고, 연락을 한 적도 없는데 어떻게 그런 이야기가 전해졌는지 아직도 궁금하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내가 모르는 내가 생겨있는 것 같았다.


아무튼 지금의 나는 새로운 연인이 생기면 어떨지 잘 모르겠다. 변하지 않는 것은 변하지 않겠지만, 나를 변하게 할 사람이 나타난다면 변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가끔 비밀이 많았던 그 친구가 생각이 난다. 또 다른 친구도 고등학교를 간 뒤로 연락을 할 수가 없었는데, 그 친구는 우리 집과 가까워서 만나려면 만날 수 있는 거리였다. 근데 연락이 잘 되지 않았다. 어느 날 들은 이야기로는 고등학교에서 중학교의 과거는 잊고 새로운 친구들과 새롭게 지내고 싶어서 나와 연락을 끊은 거라는 이야기였다. 그 친구의 마음이 이해가 됐다.


그래서 나도 먼저 연락을 할 수 없었다. 그 친구의 아빠와 우리 아빠는 우리 때문에 친분이 있다. 같은 동네이기도 해서 오며 가며 괜찮은 관계로 지내신 것 같다. 나는 아빠에게 우리 사이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아빠는 가끔 그 친구의 근황을 알려주고는 했다. 몇 년 전에는 그 친구가 결혼한다는 말을 듣고 아빠가 축의금을 내고 왔다고 했다. 그래도 연락은 오지 않았다.


그 친구의 마음을 이해한다. 그래도 꼭 한 번은 보고 싶다. 어떻게 지냈는지, 결혼생활은 어떤지, 아이는 있는지. 가끔 옛 친구들의 결혼이나 아이 소식이 들려오면 마음이 조금 외로워진다. 이 외로움은 아직 내 안에서 해결되지 못해서 글로 적을 수는 없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글로 풀어보고 싶다. 어디서 오는 외로움인지 말이다.


비밀이 많았던 나와 이름이 같은 친구, 그리고 나와 짝사랑남의 이야기를 가장 많이 했던 친구. 그 친구들도 나를 보고 싶어 한다면 꼭 한 번은 다시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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