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만 해도 심장 박동 이상으로 일을 할 때 어려움을 겪고는 했다. 사실 스트레스 하나 조절하지 못하는 나를 스스로 더 채찍질하기도 하고, 그 상처들을 다시 끌어안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말과 행동들이 내게는 크게 다가오는 힘겨움. 누구도 나를 보듬어주지 않는 것 같은 절박함. 아무도 내게 도움을 줄 수 없는 상황에서 오는 좌절감. 이런 감정들을 나는 왜 아직도 컨트롤하지 못할까라는 생각을 하며 점점 병들어가는 것이 스스로 느껴지자 자괴감까지 들었던 것 같다.
이런저런 미묘한 심리적인 압박들로 무너질 대로 무너져버렸다. 그러다 이제는 더 이상 못 버티겠다. 이렇게 살고 싶지는 않다고 결심한 나는, 그 모든 압박들에게서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하나하나씩 집어던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무거운 상처들을 버리고 태우는 일은 내가 직접 해야 하는 일이었다.
세상은 가끔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들과 말들로 나를 내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만들 때가 있다. 누군가의 말로 만들어지는 것 같은 또 다른 나. 그건 나 일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일을 하다 보면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아닌데 상대가 잘 못 이해하거나, 상대의 말을 내 자신의 언어로 잘 못 이해해서 일을 그르치거나 오해하게 되는 일이 생긴다. 이런 일들은 서로에게 생각보다 자주 일어난다.
지레짐작의 상황도 흔히 일어나게 되고 말이다. 서로가 서로의 서툰 표현을 보고, 서로 다른 이해를 하게 된다. 시점이 다른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나의 모습, 또는 다른 사람의 모습을 나만의 언어와 생각들로 쉽게 판단하고 심판해서는 안 되는 것 같다.
어쩌면 내가 힘겹게 당한 일들을 내가 누군가에게 똑같이 생각하고 행동할지도 모르니 말이다. 서로에게 언제나 완벽한 사람은 없다. 그래서 모든 일에는 정답이 없다는 말도 있는 것 같다.
아무튼 이런 복잡한 인연들을 하나씩 마음에 담다 보니 불순물이 쌓였던 것 같다. 한 번씩 훌훌 털어버려야 할 것들을 혼자 끌어안고 있으니 말이다. 부족함은 들키기 싫고, 자존심을 건드는 일에 분해하고, 괴롭힘과 오해에 억울해지고.
불완전한 상태에서 무언가를 책임져야 하는 무거운 짐들이 주는 불안함. 그리고 그 작은 틈새로 공격해오는 매섭고 무심한 말들까지. 그렇게 마지막 남은 자존감까지 산산조각 나버리고 난 후에는 안타깝게도 스스로를 미워하는 지경에 이르고, 결국엔 모든 것을 나의 탓으로 돌려 버렸다.
그렇게 나를 괴롭히고 보듬 고를 반복하던 어느 날, 가족을 위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 이후에야 어지럽고 복잡했던 마음이 하나씩 정리되기 시작했다.
이것은 설명하기 어렵지만 단순하게 내려놓음과는 다른 차원인 것 같다. 자포자기와도 다른 의미이다. 이것은 마치 패러다임의 변화이다. 죽기 직전, 마지막 한마디까지 다 마친 후에 급작스럽게 심폐소생술로 살아난 듯한 기분이랄까.
죽은 줄 알았던 히어로가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다시 살아 돌아오는 장면처럼. 그 시기를 버티고 나니 나는 조금 더 단단해진 나를 만날 수 있었다. 마음을 소각하는 일은 건강했던 본래의 나를 찾는 중요한 일이 아닐까 싶다.
불순물이 쌓여서 내 영혼이 피폐해지는 현상. 올바른 배출이 되지 않으면 병이 나는 것은 어쩌면 이상한 일도 아니다. 세상에는 영혼을 괴롭히는 희귀한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
우리는 모든 것이 처음이고 서툴다. 그러기에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에 처했을 때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만 한다. 하지만 그것을 극복하고 이겨내는 것은 내가 어떤 의지에 힘을 주고 움직일 것인지 선택해야만 그 어두움 속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내가 먹이 주는 쪽이 이긴다'라는 어느 구절처럼 말이다.
지금 내게 나를 아프게 하는 것들이 쌓여있고, 그로 인해 내가 아프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그것들을 순수하게 받아들이면서 나에게서조차 숨기지 말고 하나씩 정리와 치유를 해나가는 것이다.
오랫동안 버리지 않아 냄새가 나는 쓰레기를 소각하듯이, 암덩이를 떼어내는 것처럼. 아픈 기억과 상처를 분리시키는 작업이다. 그렇게 천천히 정비를 하고 보니 어느 순간 마음이 텅 빈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마치 오래된 옷들을 정리하며 비워진 옷장을 바라보는 것처럼 슬쩍 외롭기도 하고, 길을 잃은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홀가분한 밝은 빛이 마음에 스며들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쾌적하게.
나는 이제부터 내 마음에 밝은 빛이 오래 비추도록 커튼을 열어두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