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1시쯤이면 코 고는 소리가 들린다. 언니 방과 내방은 거실을 사이에 두고 있지만 꽤 크게 들렸다. 다음날이면 언니에게 피곤했냐며, 코를 엄청 골더라며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언니와 내가 늦게 자던 날이었다. '잘 자' 하고 내 방에 누워 잠을 청하려는데 익숙한 코골이 소리가 났다.
'언니는 아직 잠들지 않았는데' 나는 언니 방에 갔더니 언니는 깨어 있었다. 언니와 함께 내 방에서 코 고는 소리를 들었다. 요즘은 거의 집에 있지만 위층의 별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밤 11시 즈음이 되면 잠이 드시는지 어김없이 코 고는 소리가 난다.
전에 살던 집은 방음이 전혀 되지 않아서 걷는 소리, 싸우는 소리, 계단 소리, 휴대폰 진동 소리 등등 생활 소음까지 다 들어야만 했다. 한 번은 윗집에 사는 초등학생 아이가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는지 토요일이면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그 전에는 피아노 소리가 전혀 나지 않았기에 곧장 '피아노 샀나 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동요를 서툴게 쳤다.
토요일마다 치고는 하더니 몇 달 뒤에는 피아노곡을 제법 치기 시작했다. '오 많이 늘었네' 윗집에는 남매가 살았는데 둘이 싸우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뛰기도 했다. 아이들의 성장을 함께한 기분이 가끔 들었다. 부모를 마주치면 시끄러워 죄송하다고 했다. 집이 워낙 방음이 안되고 TV를 켜면 소리가 덜 들려서 크게 민원을 넣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 아이의 피아노 실력을 알아챌 만큼 오래 소리를 들었다는 게 조금 황당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했다.
윗 윗집에는 부부가 새벽마다 싸우고는 했는데, 한층 건너서까지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본의 아니게 듣지 않아도 될 소리들이 들리니 스트레스가 되긴 한 것 같다. 무슨 소리인지는 안 들리지만 소리 지르는 소리만 연신 들리니 신경이 쓰일 수밖에.
아무튼 지금은 소음이 없는 조용한 집에 살고 있다. 전에 살던 집보다 한참은 더 오래된 집 인대도 방음이 잘 된다니 좀 아이러니하다. 소음이 있던 곳에서 없는 곳으로 오니 조용하기도 하고, 안정되기도 한 것 같다.
아빠도 코골이가 심했다. 아빠가 집에 늦게 들어오는 날이면 코 고는 소리가 들릴 때까지 잠을 못 잤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빠가 깨어 있으면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불안해서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떤 불안이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윗집에 밤 11시 즈음 들리는 코 고는 소리와 규칙적으로 잠이 든다는 생각이 드니 뭔가 재미있다. 사실 윗집인지 윗 윗집인지, 아랫집인지는 알 수는 없고, 추측할 뿐이다.
밤이면 들리는 코 고는 소리가 잠들기 전 ASMR이 될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