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별의 유영

델마 아줌마

by 서울경별진

아이들은 나에게 언제나 새로운 용기를 준다. 작은 아이들의 손을 잡거나 아이가 내 머리를 쓰다듬어 줄 때에는 어른들이 주는 것보다 더 따뜻한 감동을 준다. 너무 힘들 때 아이가 잡아준 손에 눈물이 핑 돌았다. 순수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내가 살아오면서 겪은 일들이 무수하게 스치며 그동안 내가 잃어버렸던 것들을 생각나게 해 준다. 그리고 희망을 되찾는다.


한편으로는 그 아이들이 성장하며 나와 같은 힘든 시간들을 겪게 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될 때도 있다. 내게 아이는 없지만 자식은 나보다 좋은 것들만 보고 배우며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어떤 마음일지 조금을 알 것 같다. 물론, 이것조차 내게는 반쪽짜리 앎 일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내게 '아이도 없는데 네가 어떻게 알겠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렇다. 나는 잘 모른다. 하지만 아이들을 보면 그런 마음이 몽글하게 자라난다.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나도 알고 있다. 그래서 눈에 띄게 나서서 이야기하지 않는다. 나는 아직 삶을 알아가는 중이다. 모르는 것 투성이다. 하지만 아이들을 보면 느껴지는 그 마음이 좋다.


몇달 전 무연고 아기들이 눈에 밟혀 적지만 무연고 아동들을 위한 두번째 후원을 시작했다. 그 뒤로 코로나가 끝나면 봉사도 가보려는 생각에 주말이면 그 작은 아기들이 겪은 첫 시련이 어떤지, 상처는 어떻게 품어줘야 하는지, 아기를 안아본 적이 없어서 아기를 어떻게 안아줘야 하는지, 입양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입양 후 아이들의 성장은 어떻게 되는지, 좋은 부모가 되려면 어떻게 해주어야 하는지 등의 영상을 보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후원하는 아기들의 행복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뉴스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안타까운 이야기들 뿐이다.


아이를 안는 법도 모르는 내가 아이들을 걱정하고 있다. 어쩌면 아이가 없이 평생을 지내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된다면 나는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의 엄마가 되어줄 생각이다. 아직은 후원을 해주거나 봉사를 하는 수준의 생각이지만, 앞으로의 내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생각 중이다.


아직은 작은 생각일 뿐이다. 요즘은 주로 다큐를 많이 찾아보는데, 아이들이 평생 간직하게 될 사진을 찍어준다는 사진사의 인터뷰가 인상 깊었다. 한 달 전쯤 우연히 미혼모가 주제인 '노블리'라는 영화를 보게 되었다.


오래된 영화이지만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지금의 모습과 너무나도 비슷해서 씁쓸해졌다. 나는 델마와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처음에는 보호소의 아이들이 안쓰러워 찾아보기 시작했지만 지금은 아이들을 키울 수 없는 환경과 처지에 놓인 안타까운 부모들의 모습까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이를 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준비되지 못한 부모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 하지만 그들을 도와줄 선량한 어른들은 생각보다 적다. 영화에서도 그 부분이 잘 나타났다.


영화에서는 몇몇을 제외하고 대부분 선의를 베풀었고, 노블리도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아이를 놓으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이밖에 없다고 했다. 하지만 현실에는 이런 호의를 받지 못한 어린 엄마들이 너무 많다. 그래서 아이의 손을 놓는 것은 아닐까. 그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과연 내가 도울 수 있을까.


며칠 전 해외 후원 아동의 엄마에게 편지를 받았다. 후원한지는 5년이 넘었지만 엄마의 편지는 처음이었다. 1월 내 생일날에 후원 아동의 가족에게 직접 전달되는 가족 후원금을 신청해두었다. 내 생일날 나만 음식이나 선물을 받는 것이 조금 미안했기 때문이었다. 호나단의 엄마는 나의 후원금이 호나단의 가족들에게 얼마나 큰 도움인지에 대한 글을 써주었다. 가슴이 벅찼다. 한편으로는 내가 직장인인 것이 슬펐다.


내가 조금 더 여유 있게 벌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호나단의 엄마가 나와 나이가 비슷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나는 누군가를 돕고 싶은 마음에 돈을 많이 벌고 싶다. 아직은 내가 내 가정이 없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가정이 생기면 다른 생각을 할지도 모르지만 지금 내 머릿속의 20% 정도는 이런 생각에 잠겨있다.


나도 델마 아줌마 같은 어른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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