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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별의 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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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경별진 Jan 01. 2022

좋은 날

새해 첫날에 어떤 글을 써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밝은 글을 쓰고 싶은 생각이 많았지만 오늘을 맞이하기까지 묵묵하기도 하고, 무겁기도 했다. 마치 마음에 가득히 쌓여있는 무언가가 있는 듯했다. 며칠 전만 해도 울적한 기분이 나를 맴돌았다. 수술 후에 알 수 없는 공허함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게 이런 헛헛한 공허함 들은 글로 조차 옮길 수 없는 어려운 소재인 것 같다.


사람들은 종종 어떤 사람을 만나고 싶은지에 대해 물으면 밝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한다. 그러면 나는 이런 생각을 한다. '나는 반반인 사람인데.' 나는 항상 삶의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한다. 기분도 감정도  스스로의 마음을 안정적으로 만들기 위해서 말이다. 나는 자주 흔들리는 사람이다. 내가  글을 읽으면 어떤 때는 희망적이고, 어떤 때는 바닥을 보일 때가 있다. 예전에는 아무것도 모른  당하기만 하는  같은 삶이 힘겨워 울적한 글이 많았는지 모른다. 하지만 글을 쓰면서 내가 그것에서 점차 빠져나오는 것을 느꼈다. 얼마 , 우울함 들을 글이나 일기로 쓰면 오히려 밝아진다는 글을  적이 있다. 아마도 좋지 않은 것들을 털어내면서 그것에서 빠져나오는  같다. 나도 모르게 그런 경험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  의아했다. 상처  곳이 스스로 자가 치유하듯이,  정신도 스스로 자가 치유를 원해서 글을 쓰게  것이 아닌가 싶다. 사람은 언제나 회복하고 싶어 하고, 희망을 갖고 싶어 한다.  역시 매일을 그렇게 살아간다. 내가 좋은 생각을 시작하면, 무언가 나를  방향으로 이끌어간다. 내게 글을 쓴다는 것의 의미는 삶을 계속 살아가고 싶다는 의지 일지도 모른다.


서른 중반이 된 지금도 어린아이가 되고 싶은 생각을 한다. 아니, 어린아이일지 모른다. 책임과 무게에서 벗어나 쉬고 싶은 생각이 가끔 든다. 한 번쯤 무모하게 살아볼 날이 올까. 요즘은 당당하지도 그렇다고 지지도 않는 사람이 됐다. 행복하지도 슬프지도 않은 사람이 됐다. 내가 되어가는 과정일까. 이미 내가 되어버린 걸까. 소용없는 날들만 흘러가는 것 같다. 매일 사랑은 하는데 내게 다가오지는 않는 것 같은 기분. 어느 날 사랑이라는 영역에 불균형이 생겨난 것 같았다. 내가 바라는 사랑은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내게 사랑을 주지 않는 것은 아니다. 나는 사랑받는 사람이다. 다만 내게도 내가 바라는 사랑의 형태가 있다는 것이다. 받지 못한 것들을 스스로 알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여전히 아무것도 하지 못할까 봐 겁이 난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그렇게 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내가 나의 연약을 알아서. 꿈이 꿈처럼 지나가는 것 같다. 긴장이 됐다. 시간이 가는 게 슬쩍 무서워졌다. 그래서 어제를 보내는 것이 허전했다.


행복한 사람도 즐거운 일을 찾게 되고, 매일이 어두운 사람도 희망적인 일을 쫒기 마련이다. 사람의 목표는 언제나 좋은 날일 것이다. 어렵고 힘든 일들이 주변에 머물 듯, 행복한 일들 또한 주변을 머문다. 행복은 언제나 인기가 많다. 사람들이 밝은 사람을 좋아하는 이유도 그 밝음이 주는 희망과 기쁨을 전이받기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삶이 주는 깊은 교훈은 오히려 어렵고 절망적일 때 배울 수 있다. 그렇게 삶은 살아가면서 더욱 단단해지고 견고해진다. 그래서 나는 내가 조금 울적해 보인다고 해도 괜찮다. 또는 나답지 않게 행복해 보여도 괜찮다. 사실 나는 마음이 밝은 사람이다. 그저 삶이 주는 교훈이 내게 조금 더 자주 일어나는 것뿐이다. 어쩌면 그것들을 견디고 참아내고 있다는 것을 글로 표현하는 것이 내 취미가 된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기도를 하면, 그런 사람이 되게끔 삶이 움직인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나는 항상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살았다. 아직 느리지만 천천히 걸어가고 있다. 그래서인지 여러 가지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 것 같다.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바탕이 되는 기회들이 생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차마 글로 쓰지 못한 일들까지 하면, 어쩌면 다양한 경험을 했을지 모른다. 그 일들을 통해 배운 것들을 글로 다 적어 내고 싶지만 아직 때가 아닌 것 같다. 내 글 쓰는 실력이, 어휘력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 하지만 언젠가 내가 굿윌 헌팅의 로빈 윌리엄스와 같은 나이가 되면 담담하게 도와주고 위로를 전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앞으로의 날들이 손에 잡히지 않는 행복에 애가 타더라도, 과거의 상처에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힘든 하루가 오더라도, 사람들이 좋아하는 밝은 사람이 되지 않아도 애쓰지 않기로 했다. 나는 여전히 반반인 내가 좋다. 내가 바랐던 사람이 되기 위해 내 삶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신의 좋은 날은 지금이라고. 너의 삶은 오직 너만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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