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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경별진 Jun 04. 2022

내가 괜찮다는데

사실 요즘 서점에 가서 에세이 책들을 보면 비슷한 책들이 많은 것 같다. 그림으로 보자면 누워있거나, 늘어져 있거나, 쉬는 듯한 분위기다. 고3 때부터 일을 했던 나는 취업이 안됐을 때 빼고는 10년 넘게 일만 했다. 그래서 쉬는 듯한, 힐링하는 듯한 그런 표지들을 보면 부럽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이상한 괴리감이 든다. 내게 필요한 건 힐링이 맞다. 나는 책 표지를 보면서도 나와의 다름을 찾으며 책을 고른다. 그래야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구매하기까지의 단계까지 간다면 조금 다른, 나와 비슷한 성향의 작가의 글을 선호하기는 한다.


책이라는 것이 내가 모르는 세계, 세상, 이야기들을 공감과 배우기 위해 읽는 것인데 최근 사이 출판된 책들은 모두 '하고 싶은 거 해.'라는 모티브가 많은 것 같다. 내용은 모두 다르지만 대부분 읽고 나면 '나'에 집중하게 하고 '내가.'를 생각하게 만든다.


책의 흐름을 보면 시대적 정서에 따라 작가들의 글도 만들어지는데, 내가 20대였을 때만 해도 상사나, 사람들에게 무례한 일을 당해도 참아야 하고 당하고만 있어야 했다. 지금의 책들은 참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힘들었지. 하고 쉬라고 한다. 다른 사람은 신경 쓰지 마.라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읽고 나면 정말 힐링이 될 때도 있고, 그렇게 하지 못했던 내 마음을 대변해 주는 것 같기도 하다.


어쩌면 MZ세대의 강력함은 참지 않고 말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 것 아닐까 싶다.


나는 이미 참고 버티는 것이 익숙해져서 그런 책을 읽으며 한 걸음씩 표현하고 표출하는 것을 배운다. 어쩌면 남을 위해 살았기에 나를 돌아보는 것도 배운다. 과거의 상처에서 벗어나는 법을 나보다 먼저 이룬 사람들의 글을 읽으며 나도 변화를 시도한다.


하지만 요즘은 가끔 너무 솔직한 사람들에 오히려 당황하고, 놀라기도 한다. 소위 말해 책을 잘 못 읽은 사람들 말이다. 아직 그런 사람들에 관한 책은 없는 듯하다. 그런 사람들은 왜 그런 행동을 할까에 관한 책도 아직은 없는 듯하다.


과거에는 내 윗 세대 사람들의 이유 없는 괴롭힘에 힘이 들었는데, 요즘은 어린 친구들의 솔직한 발언들에 당황한다. 나 같은 중간 사람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감한 상황이 발생된다. '함께'라는 것이 불편한 사람들이 주는 냉정함은 인생은 '함께 살아내는 것'이라는 따뜻함을 급속도로 얼려버린다.


'왜 같이 해야 하죠.?'라는 질문에 10년 넘게 협력하여 일하는 것에 익숙했던 나에게 신선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되었다. 사람이라는 것이 적응하는 동물이라고 나는 금세 그런 분위기를 적응해나갔다.


어제도 책을 읽는데, 인간관계만이 예측할 수 없는 일이라고 쓰여있었다. 사실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은 인간관계 말고도 무수히 많다. 당장 1시간 뒤에 내게 벌어질 일에 대해서도 알 수 없으니 말이다.


아무튼 내게 어쩔 수 없는 인간관계는 이런 관계가 아닐까 싶었다. 뜬금없이 아픈 말은 나한테 다 하고는 도리어 내게 등을 돌리는 사람. 내가 괜찮다는데 아니라며 돌아서는 사람들. 사과는 내가 받았는데, 유유히 떠나버린다.


다르게 생각해서 나도 그에게 참지 않는다면 우리는 기어코 좋지 않은 말들을 서로 내뱉으며 헤어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 마음속엔 언제나 '나'는 착한 사람으로 보이기를 바란다. 그렇게 스스로를, 서로를 속이게 되고 결국은 조용히 누군가를 떠난다.


좋게 헤어지는 방법을 책에서 알려주기도 한다. 안 맞는 사람과는 헤어지라고 부추기기도 한다. 어떤 부분에서는 맞다. 하지만 나는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과 부딪히며 배운 것들 또한 내 삶에 영양분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비록 상처는 남았지만, 그 상처를 치유할 것들은 세상에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출판된 책들을 보면 아직 준비가 되지않은 사람들에게까지 홀로서기와 개인주의를 강요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책은 사람이 생각하게 만들고, 깨닫게 하고,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생각을 깊고 넓게 만들어줄 수 있어야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내가 쓴 글이 나중에 불러올 일들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야한다. 어떤 독자에게는 삶에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나같은 무명작가는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다.


어느 부분에서는 나도 치우친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견해는 언제나 바뀔 수 있다. 그것 또한 인간에게 주어진 자유가 아닐까. 그래서 지금은 그런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나름 책을 많이 읽는 편이기에 이런 생각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안해서 떠난다.라는 생각은 오히려 나를 더 힘들게 한다. 아니 어쩌면 내가 요즘 말로 손절을 당한 것일 수도 있다. 나와 꼭 맞는 생각을 가진 사람을 만나기도 힘들지만, 나를 존중해주는 사람을 만나는 것도 어려워졌다.


'나'를 존중하기 위해 타인을 존중하지 못한다. 조금만 마음이 불편해도 곁을 쉽게 떠나버리고, 자신의 생각과 다르면 아픈 말을 쏟아내고 사라져 버린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남에게 상처를 내는 사람들. 그리고 자신이 낸 상처를 보는 것이 싫어서 도망가버리는 사람들.


사실 요즘 뉴스만 봐도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그러니 그런 사람들이 주변에 없을 수는 없다. 나 역시 최근 몇 년 간 새롭게 만난 사람들을 겪으며 깨달은 것이다.


어쩌면 지금 내 중간의 나이가 가장 복잡하고 시대의 변화 가운데 서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윗세대의 눌림, 아랫세대의 올라옴. 둘째는 어쩔 수 없이 서럽다.


내가 만난 세상은 혼자 살기에 너무 외로운 세상이었다. 그래서 세상은 혼자 살아갈 수 없기에 함께 살아가야만 하는데, 내가 만난 일부의 사람들은 혼자서도 살아갈 수 있다며. 상처받지 않기 위해 당당하게 남에게 상처를 내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일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다.


하지만  세대를 위한  다른 변화를 위해 필요한 책들이 출판될 것이다. 혼밥, 혼공, 혼카가 아닌, 함께 다시 살아가는 법. 사랑하며 사는 법. 타인을 존중하는 법 등에 대해서 말이다.


그렇게 시대와 사람들은 변화를 거치며, 배우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내가 그랬고, 그들이 그랬다.


무엇이든 중간이, 적당히가 가장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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