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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별의 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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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경별진 Jun 11. 2022

아빠에게

어릴 때 아빠가 전화로 '치킨 사갈게' 하면 항상 내가 '아싸~!'라고 했는데, 그 말이 좋았었는지 가끔 그때처럼 해보라고 시켰었다.


나는 이름이 진으로 끝나고 언니는 아로 끝나는데 엄마가 항상 아아 아빠,라고 부르면 진진 아빠라고는 언제 불러주냐며 공평하게 아진 아빠라고 부르라고 종종 말했었다.


밤이 되면 잘 수 있는 곳을 주셔서

굶지 않게 해 주셔서

배울 수 있도록 해주셔서

밤마다 나를 기다려줘서

애썼다.라고 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함께 였던 삶이 고통이고 힘들 때도 있었지만, 좋았습니다. 그러나 함께 웃었던 날들이 많지 않았던 것이. 함께 찍은 반듯한 가족사진이 없다는 것이. 가족 여행 한번 가보지 못한 것이. 흔한 바닷가도 함께 가보지 못했다는 것이. 비싼 음식 한번 맛보게 해주지 못한 것이.


그땐 내가 너무 어려서. 너무 가난해서. 그 아쉬운 마음으로 평생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 마음 저립니다.


가끔 아픈 말로, 마음에 없는 말로 상처 주고는 뒤돌아서 울었을 아빠를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이 아픕니다. 우리와 가족으로 함께 보냈던 시간들이 아빠에게도 좋은 날들이었기를 간절하게 바래봅니다.


아빠가 우리에게 준 마지막 선물은 너무 견디기 힘들었지만 그래도, 그 마저도 아빠였기에 또 다른 견딤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가끔은 내가 아빠를 너무 많이 닮아서 무섭기도 하고 좋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빠가 나를 보고 있을 테니 항상 좋은 사람으로, 바르게 살아나갈 것입니다.


아빠는 내게 미움과 사랑과 절망과 애틋함과 슬픔을 안겨준 유일한 사람이 될 거야.


나중에 아빠보다 더 할머니가 돼서 아빠를 찾아갈지도 몰라. 그래도 나 알아볼 거지? 그땐 그 꿈에서처럼 아프지 않았던 모습으로, 행복한 모습으로 환하게 웃어주세요.


그때는 눈빛만 봐도 아빠 마음을 다 알 수 있을 것 같아. 이제는 그럴 수 있을 것 같아.


보고 싶다. 시간이 지나도 보고 싶은 마음은 변하지 않을 것만 같다.


세월이 흐르면 기억들이 더 희미해지겠지. 그래도 우리가 가족이었다는 것은 영원히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나의 아빠로 살아주셔서 고맙습니다.


아빠, 그곳에서 항상 즐겁게 지내고 있어. 나중에 만나. 꼭 만나자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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