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딜레탕트 일기_너무 시끄러운 고독
책을 압축기로 압축한다는 것에 대한 묘사로 책은 그가 삶에서 얻은 것들을 의미하는 것 같다. 실제로 책 일수도 있고, 실제 그림일 수도 있다.
그것들이 자신의 머릿속에 각인되는 것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삶에 일어난 일들을 버리고 기억하고의 인생을 압축기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필요없는 것들은 압축기로 없애버리고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자신만의 상자에 넣어 보관 하는 것이 그렇다.
우리가 그렇듯 사람은 무언가에 빠지며 무언가를 잊는다. 한탸도 마찬가지였다. 그것이 본인이 좋아하는 무엇이라면 그랬다. 한탸는 책이었다. 다양한 책속의 이야기를 읽으며 자신만의 세계, 자신만의 세상에 빠져들었다.
꿈만 현실과 대비되는 것이 아니다. 글 속에서도 우리는 꿈을 만나고, 다른 세계로 들어간다. 그리고 내것이 된다. 내 생각이 되고, 변화된다. 알게된다. 쌓여간다.
너무 시끄러운 고독이라는 제목의 표현에서 한탸의 세계가 가장 잘 드러난 구절은 아마 '내가 혼자인건 오로지 생각들로 조밀하게 채워진 고독 속에 살기 위해서다. 어찌 보면 나는 영원과 무한을 추구하는 돈키호테다. 영원과 무한도 나 같은 사람들은 당해낼 재간이 없을테지.'
글과 함께 자신의 생각이 어우러져 충돌을 일으키고 이내 새로운 생각과 글이 다시 창조되어 탄생한다. 그것은 마치 강력한 충격으로 인하여 부서진 생각의 조각들이 다시 진화하고 진화하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생각은 끝이 없고 우주보다 깊다. 우리는 상상속에서 여왕이 되기도하고 청소부가 되기도 하고 가수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보통의 현실을 살아간다.
이 책을 처음 읽었을때가 서른 즈음이었던 것 같은데 이제 한탸의 나이와 가까워졌다. 조금 지나면 나는 한탸보다 나이가 많아진다는 것이 재미있다. 한탸의 지하실은 여전히 시끄럽고 고독하다. 나는 그의 지하실을 한번 씩 들여다 본다.
축축하고 곰팡이나는 종이더미에 파뭍힌 한탸가 좋다. 한탸가 만차와 춤추는 장면은 슬프고도 은유적이다. 그는 그녀와만 춤을 춘다. 그리고 고백받는다. 그녀는 부끄러운 실수를 하지만 한탸는 그 또한 괴테와 셸링의 말을 빌려 그녀를 이야기 한다. 한탸는 왜 사랑하는 그녀를 그렇게 표현했을까.
자신과 다른 그녀의 모습에 질투가 났는지도 모른다. 또 다른 그의 젊은 시절의 사랑이라고 표현했던 이름 모를 집시여인의 이야기는 로맨틱하기까지 하다. 무심하면서도 다정하다. 따뜻하고 섬세하다. 난로의 불을 지피는 것 외에 바라는 것이 없었다는 단순한 사랑. 그는 사랑까지도 고독했다.
그리고 땅거미지는 해질무렵을 사랑했다.
한탸는 폐지압축공이면서도 작가이고, 화가였다. 자신은 보수를 받고 일하는 사람이라 예술가가 아니라고 표현했지만 이미 그는 그 자체로 예술가였다. 그는 자신의 글 속에서 태어나고 살다가 죽는다.
소소하지만 치열하게 살다가 영화처럼 사라진다. 그리고 나는 한탸를 처음 만났던 날이 생각날때쯤 다시 한탸를 만나러 간다. 내게도 너무 시끄러운 고독을 선물해주는 예술가 한탸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