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겨울은 엄청 춥대

by 서울경별진

나는 오래 다닐 회사를 찾고 싶었고, 꼭 의류 관련 회사에 들어가고 싶었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내게 남은 마지막 욕심이었다. 우리는 앞으로 일어날 일들이 예상됐지만 어떤 영화에 이런 대사가 있었다. '불행은 아직 너에게 일어나지 않았다.' 우리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들에 성급한 조바심을 낼 때가 있다. 그것이 좋지 않은 일이라면 더욱 그렇다. 우리는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들에 대해 다 포기해버렸는지 모른다. 웬일인지 일어날 일들에 걱정하며 요동하지 않았고 오히려 더 단단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취업하기란 쉽지 않았다.


몇 년 전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나는 울 곳이 없어서 교회에 가서 펑펑 울고 오곤 했다. 가족들 앞에서는 울 수 없었다. 나는 내 감정을 숨기는 것이 익숙했다. 교회에는 버스를 타고 가야 했는데 내게는 딱 버스를 탈 정도의 돈만 있었기에 끼니를 챙겨 먹는 건 생각도 안 했다. 그때까지도 나는 변변한 패딩점퍼 하나 없어서 티셔츠를 여러 겹 껴입고 초겨울에나 입는 허리까지 오는 짧은 야상점퍼를 입고 다녔다. 그날도 내 마음을 털어낼 생각으로 울고 있었는데 내게 친절했던 한 언니가 쇼핑백을 하나 주며 말했다. "올해 겨울은 엄청 춥대." 그것은 털이 빵빵하게 들어있는 패딩점퍼였다. 나는 그날 입고 갔던 얇은 야상점퍼를 쇼핑백에 넣고 패딩점퍼로 바꿔 입었다. 그 자리에서 나는 기도 할 때 운 것 보다 더 많이 울었다. 패딩점퍼가 그렇게 따뜻한지 처음 알았다. 아직도 그 점퍼는 내 옷장에 있다. 겨울에 추웠던 기억 때문인지 유난히 추위를 많이 타서 아직도 여름에 긴팔 카디건을 걸쳐 입거나, 발밑에 작은 난로를 켜고 일을 한다.

그때는 가까운 사람에게도 나의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교회분들은 나를 만나면 요즘 일을 하지 않으니 생활이 빠듯하지 않느냐며 버스비를 손에 쥐어 주시곤 했다. 나는 그렇게 많은 분들에게 도움을 받으며 버텨냈다. 힘들다고, 도와달라고 말하지 못했던 내게 먼저 와서 손 내밀어주고 사랑해주셨던 분들이 있었기에 살아낼 수 있었다. 아빠와의 다툼 이후로 나는 나만의 방법을 찾기로 했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방법 말이다. 그늘에 갇혀 보지 못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알아내야 했다. 한 번도 누군가에게 도와달라고 하지 못했던 나는 그때 처음으로 내 이야기를 꺼냈다. 서로 돕고 돕는 삶. 사람은 함께 살아가고 서로를 필요로 한다. 인생은 혼자서 살아가기 어렵다는 것을 그때 처음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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