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 자신을 말하는 데에 무척이나 서툴다. 어릴 때 내가 유일하게 소통했던 곳은 일기장이었다. 나는 편지 쓰는 것도 좋아해서 친구들에게 편지를 쓰거나, 일기를 썼다. 당시 펜팔이라는 것이 유행이어서 중학교 때는 친한 친구 한 명과 펜팔을 했다. 말로 해도 되는 이야기들을 글로 쓰고는 했다.
초등학교 때는 항상 일기 숙제가 있었다. 어릴 때 일기를 쓸 때는 왜 쓰는지 잘 알지 못했지만 지금은 알 것 같다. 그 일기장들을 꺼내보면 내가 어떤 아이였는지 알 수 있어서 재미있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가장 나 다운 이야기를 적어둔 곳은 어릴 적 일기 같다. 생활통지표에 기록된 나는 작고 명랑한 아이였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선생님은 일기장에 가끔 코멘트를 남겨주시곤 했다.
나는 일기장에 시를 적어놓곤 했는데, 한 번은 비에 대한 시를 적었었다. 그때는 봄이 한창인 5월이었다. 나는 비 오는 것이 좋아서 봄비라는 시를 지었는데 선생님은 그 시를 보고 이런 코멘트를 남겨주셨다. ‘요즘 힘든 일이 있나 보구나, 힘들 땐 선생님께 이야기하렴.’ 누군가를 이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나의 의도나 감정이 타인이 보기에는 다른 의미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을 그때 알게 되었다. 나는 그때 힘들어서 쓴 시는 아니었으니 말이다.
가끔 그 시가 적힌 일기장이 생각나면 다시 읽는다. 그 당시에는 선생님이 왜 이런 멘트를 남겼을까 궁금했다. 어른이 된 내가 그 일기를 다시 읽으니 나도 선생님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비가 모든 것을 씻어내고, 깨끗해졌으면 좋겠다고. 내가 씻어내고 싶었던 것들은 무엇이었을까.
깨끗해지길 바랐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어찌 되었던 나를 생각해서 남겨주신 선생님의 그 따뜻한 마음이 참 좋았다. 그때는 힘들다는 것의 감정이 뭔지 잘 몰랐던 것 같다. 그냥 내가 느끼는 것들이 흘려지는 대로 내버려 두고 써 내려간 것 같다. 그 시절 순수하게 써 내려간 글이 있었기에 따뜻한 답장을 받을 수 있었던 것 아닐까. 지금은 어디서도 느낄 수 없는 그 따뜻했던 답장을 다시 받아보고 싶다.
'한번씩 못된 바람이 불어와
너를 헝클어놓고 가더라도 흔들리지 않기를
두려움에 주저앉더라도 다시 일어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