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라는 것은 언제나 어려웠다. 그리고 언제부터인지 가족 외에도 누군가를 책임져야 하는 자리에 와있었다. 대부분 사람들이 홀로서기를 언제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울타리가 없는 건 불안정하다. 하지만 책임이라는 건 나를 울타리 밖으로 계속 밀어내 버리곤 한다. 불안정하다고 도망칠 순 없었다.
내가 밀려난 자리로 또 다른 울타리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 울타리는 결국 감싸고 보살펴야 할 내 울타리가 되었다. 나이가 들수록 회사에 직책을 맡을수록 책임이라는 무게가 나를 무겁게 만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을 느꼈다. 내가 보호해야 할 누군가가 있다는 것.
내가 책임져야 할 일들을 끝까지 감당해내는 것. 지켜낸다는 자체는 정말 멋진 일인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내성적이고 겁이 많아서 모르는 것들이 내게 달려들거나, 새롭게 시도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정신없이 나를 이리저리 내던져놓고, 이후에는 마른풀처럼 기댈 곳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내가 있는 세상은 나를 계속 홀로 서게 만들었다. 이렇게 어딘가 기대고 싶은 감성에 젖어있고 싶다가도 매일 사람들에게 치여 대느라 항상 나 자신을 돌보지 못했다. 모든 무거운 것들이 나를 눌러 올 때가 있었다. 매일 세상에 나 혼자 있는 듯 극심한 외로움에 견딜 수가 없을 때도 있었다. 그렇게 순간마다 나 스스로를 구렁텅이에 집어넣었다 빠져나오는 일들을 해야만 했다.
나는 수많은 감정을 느끼고, 잃어버린 내 시간들을 안타까워했다. 그것은 회의감이었던 것 같다. 내가 열심히 일을 해도 주어지는 것이 없고,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무게감이 내게 힘 있게 다가올 때가 있다.
물론 열심히 일한 만큼 얻은 것들도 있었지만 정작 내가 원하는, 내가 받고 싶은 사랑이 오지 않으면 나는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런 날은 아직도 종종 찾아온다.
그런데 문제는 나는 아직도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좋아하지 않는지 잘 모르겠다. 내가 사랑받는 다고 느끼는 것이 무엇인지 말이다. 이 문제의 답을 발견한다면 내가 조금 더 행복하게 울타리를 지킬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