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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경별진 Sep 20. 2020

나를 사랑하는 시간

'힘들었던 나를 달래주는 듯

밤이 예쁜 소리를 내며 나를 따라온다.'

하루의 끝

나를 사랑하는 시간

연휴로 밀린 업무에 바쁜 하루를 보내고 느지막이 사무실 정리를 끝낸 후 버린다고 내놓은 상품들이 아쉬워서 쇼핑백 한가득 담아 들고 비 오는 거리를 터벅터벅 걸었다. 새벽 출근하는 딸 위해 새벽밥 지어준 엄마의 도시락까지, 짐이 많다.

열시다.

즐겨보는 드라마를 켠다.

우산에, 가방에, 쇼핑백까지 들고는 핸드폰을 들었다. 고등학교 체육시간에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데도 다 버텨냈다. 컴퓨터 일러스트 시간에는 마음대로 그려지지 않는 곰돌이 때문에 수업시간 내내 소리 없이 울면서 나 자신을 원망했다.

드라마가 끝났다.

집이다.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눅눅해진 샌드위치를 먹는다. 식탁 한번 바라보고 샌드위치 한입. 천장 한번 바라보고 샌드위치 한입. 양손으로 샌드위치를 움켜쥔 손이 예뻤다. 한참을 손을 바라보았다.

맛있다.

좋아하는 노래로 귀가,

야채가 듬뿍 담긴 빵을 입 안 가득 넣었다.

행복하다.

나는 꽤 꾸준해, 하며

오늘 하루를 버틴 나를 위로한다.

하루의 끝

나를 사랑하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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