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구두 소리
언니와 나는 일곱 살 까지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야 했는데, 2주나 한 달에 한번 정도 엄마가 외할아버지 댁으로 우리를 보러 오셨다. 엄마는 일을 마치고 밤에 오셨는데, 오시면 항상 내 손등에 때를 밀어주고 가셨다. 내가 잘 씻지 않은 것은 아니었는데 이상하게 손등에 까만 때가 껴있었다. 나는 그것을 엄마의 대한 그리움이 아니었을까 싶다. 엄마가 오면 사라져 버리는 것들이었으니까.
엄마는 밤이 되면 다시 되돌아 가셨는데 나는 엄마를 배웅하며 갈 때 손을 잡고 걷는 게 너무 좋았다. 엄마의 구두 굽 소리도 듣기 좋았다.
나는 외할아버지 댁 앞에 있는 놀이터에서 혼자 놀고는 했는데, 그날도 장난감을 가지고 놀이터 앞에 혼자 앉아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차 한 대가 내 앞으로 주차를 시작했다. 내가 앉아 있는 것을 못 보고 내 발등을 밟아버렸다. 운전자는 젊은 아주머니였는데 뭐가 밟히는 것을 느끼셨는지 차에서 내려 내게로 왔다. 나는 너무 놀라서 울지도 않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아주머니는 나를 안고 외할아버지 댁에 갔는데 집에는 외증조할머니만 계셨었다. 아주머니는 나를 데리고 병원에 다녀오겠다고 하고는 나를 병원에 데려갔다. 붕대를 하고 집에 와서도 아주머니는 너무 죄송하다고 하고 집으로 가셨다.
사람이 너무 놀라면 아무 말도, 눈물도 나오지 않는다는 말을 들을 때면 나는 그때 기억이 난다. 내 기억에 나는 한마디 말도 못 했던 것 같다. 그리고 혼자였다.
혼자 참고 견뎌내야 할 일들은 생각보다 자주 온다. 나이에 상관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