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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경별진 Jul 23. 2020

혼자 있고 싶은데 혼자 있기 싫어

내가 좋아했던 사람들은 나를 다 떠나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 사람이 내 곁에 오래 함께 있어준다는 것은 너무 소중하다. 많은 사람들과 스치며 살아가지만 사람을 떠나보내는 일은 여전히 어렵고 아프다. 내 진심을 보여주기엔 내가 아직 많이 부족한 것 같다.


나는 여전히 누군가를 떠나보내야 했고, 여전히 누군가를 마음에 담는다. 나는 항상 이 자리에 머물러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내게 왔다가 되돌아갔다. 많은 것을 배웠고, 부족하지만 진심이었다. 지난 인연에 가장 마음이 아픈 것은 내가 좋아했던 사람들은 나를 다 떠나. 나를 잘 안다는 이유로 더 아프게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나는 내 자리를 지켜야만 했다. 함께 나눈 시간들이 소중했고 언젠가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바보 같은 생각. 그리운 마음 지키는 내가 안쓰러워 다시 누군가에게 마음 주는 일은 없을 거라 다짐하지만 내게 오는 이들에게 또다시 마음을 주고 있다. 이 사람은 내 오랜 친구가 되어주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래, 결국 인생은 혼자야.’ 라며 혼자가 된 익숙한 삶을 즐기기도 한다. 함께 있으면 좋지만 이내 마음이 외로워지고 집으로 돌아오면 알 수 없는 공허가 마음을 부풀게 한다. 그 헛헛한 마음을 안정시키려 다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다시 나를 찾아간다. 혼자서 즐기는 여가 시간은 생각보다 바쁘다. 밀린 책들을 읽어야 하고, 좋아하는 가수의 영상이나 드라마, 영화 등을 봐야 하고, 또 그 안에서 만들어진 나의 이상적인 감정들을 기록해야 하니까.


셰익스피어, 괴테의 책을 읽었다는 천재 작가들과 음악가, 화가, 시인들의 글을 읽을 때면 그들과 같은 책을 읽고 같은 기분, 같은 감정을 공유했다는 사실이 나의 뇌와 마음에 환희로 다가왔다. 친구들의 연락이 끊기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 언제나 혼자인 내가 너무 초라하다가도 누군가의 친절과 호의가 내게 올 때면 어찌할 줄 몰라하곤 했다. 그리고 내 본 모습이 무엇이었는지도 모르게 뻣뻣한 행동들을 하다가 진이빠져 돌아오기 바빴다. 터덜터덜 혼자서 하루종일 무언가에 쫒기듯 시간을 보내버리고 만다.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혼자인 것이 너무 익숙해져 버렸다. 외롭지만 사람을 만나는 것이 서툴다.


사실 누군가에게 칭찬을 들어본 적이 거의 없기 때문에 누가 내게 칭찬을 하면 어떤 말을 해야 하냐고 물어봐야 할 정도였다. 이런 상태에 있는 나는 누가 봐도 이상하다고 느낄만한 사람이었지 않나 싶다.


살다 보면 기억하는 순간보다 사라진 순간들이 더 많았다. 그러나 누군가와의 기억들은 쉽게 지워지지 않을 때가 있다. 나는 항상 날 믿으라는 말을 하면서 정작 나는 누군가를 쉽게 믿지 못했다. 신뢰라는 것은 서로의 마음이 비례해질 때 주어지는 것이었다. 나를 믿게 하려면 나도 그를 믿어야 하는데, 나는 아직 누군가를 믿을만한 마음도, 안정되고 편안한 마음으로 사람들을 만날 준비도 아직 안된 것 같다. 그래서 내 마음이 더 단단해지고 상대가 나를 믿어주지 않는다고 해도 속상해하지 않기로 했다. 외로웠고, 외롭겠지만. 언젠가는 서로를 믿는 끈끈한 관계가 내게도 생겨나지 않을까.


어울리고 싶지만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있을땐 어쩐지 누군가 만나고 싶고, 어쩌면 사람들과 있어도 외롭지 않은 때가 내게는 이 문제의 해답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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