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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경별진 Oct 11. 2021

사랑하면 닮고 싶어진다

누군가를 좋아해 본 사람이라면 닮고 싶은 마음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짝사랑일 때는 상대의 이상형이 되고 싶고, 연애를 시작하게 되면 커플 아이템을 하나씩 구매하게 된다. 사랑하면 닮고 싶고, 가까이 있고 싶고, 같은 곳을 보며 같은 마음이기를 원하게 된다. 뭐든지 같이 하고 싶고 함께이고 싶다. 만약 생각이 다르다면 한 명이 그의 의견을 지지해주거나, 서로를 위한 좋은 방법을 찾아서 평화를 유지한다. 그래서 져주는 사람이 더 많이 사랑하는 거라는 말이 나오는 것 같다.


부모가 전부인 아이들은 사랑하는 부모의 모습을 보며 자라난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좋은 것만 보고 자라라고 하는 말이 조금 이해가 된다. 아이들은 사랑하기 때문에 다 닮아버리기 때문 같다. 스스로가 누군가의 사랑을 받는 대상이 된다면, 그것이 다수에게 받는 사랑이라면 그 과분함에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 하는 모습을 종종 본다. 부모가 자신을 바라보는 아이를 위해 더 좋은 어른이 되기를 노력한다면 어떻게 될까. 문득 궁금해졌다. 누군가에게 좋은 본보기가 된다는 것은 엄청난 무게를 지게 되는 일 같다. 나는 일을 다니면서도 매일 나의 도시락을 싸주는 엄마를 보면 나는 엄마처럼 못 할 것 같다고 자주 말한다. 아빠가 계실 때는 아빠의 밥도 매일 차려주셨다. 어느 날은 아빠를 위해 항암에 좋다는 새싹을 구해오셔서 베란다에 작은 밭을 만들어서 새싹을 키우셨다. 먹을 만큼 자라서 아빠에게 갈아주면 아빠는 먹기 싫다며 버리거나, 애써 키워놓은 작은 밭을 뒤집어 버리기 일쑤였다. 그러면 엄마는 말없이 정리하고, 싹을 다시 사서 키우곤 하셨다. 나는 엄마의 그런 사랑을 닮고 싶다.


아빠 없이 이런저런 일을 하다 보면 아빠가 대단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복잡하고 어려운 일을 만나면 아빠 생각이 자주 난다. 그러면 아빠는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하며 천천히 하나씩 해결해간다. 독립을 해본 적 없는 것이 조금 아쉽지만, 아빠가 했던 일들을 옆에서 보며 자라왔던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아빠 엄마는 어릴 때부터 일을 하셨는데, 아빠의 간판 공장에서 살았다 보니 나는 중학교 때부터 아빠의 일을 도왔다. 손님이 오면 커피를 타드리고, 컴퓨터로 디자인을 도와주고, 간판을 옮길 때 들어주고의 등등 잡일 같은 일들을 했다. 그래서인지 고3 때부터 일을 시작하는 것에 부담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러고 보니 고3 때부터 지금까지 쉬지 않고 일만 한 것 같다. 매일 열심히 일을 했던 아빠 엄마의 모습을 보며 자라서인지 일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여느 직장인과 다름없이 아침에 눈을 뜨면 '아 오늘은 정말 일하기 싫다.' 하고 일어날 때도 있다.


나는 열심히 일 하고, 열심히 삶을 살아냈던 아빠 엄마가 좋다. 그래서 닮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열심히 삶을 살아내는 사람들을 보면 좋다. 그들을 보면서 도전을 받고, 나의 안일한 태도를 되돌아보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좋아하는 사람이 하는 것을 따라 하고 싶고, 따라 사고 싶고, 같이 하고 싶은 사람의 심리가 안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을 볼 때면 조금 안타깝기도 하다. 사생활을 침해한다거나, 과도한 집착으로 번지는 일들이 뉴스에 자주 보이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넘치면 해로워지는 건 맞는 것 같다.


사랑하면 닮고 싶어 진다. 노부부의 미소가 닮은 것처럼, 연인과의 취향이 비슷해져 가는 것처럼. 지코의 '너는 나 나는 너'의 가사가 로맨틱한 이유가 그것 같다. 가끔 연예인들의 인터뷰를 보면 이런 질문이 있다. '누구를 닮고 싶으신가요?' 닮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것은 그 사람을 배우고 싶다는 말과 비슷한 것 같다. 그 사람을 배우게 되면 자연스럽게 닮아 가게 되고, 내가 가진 것들과 융화되어 내 것이 되어가기 때문이다. 요즘은 유튜브에서 화장법과 댄스 커버, 미디어들을 통해서 대중들이 활발하게 따라 하게 만들고 유행을 만들어 낸다. 나도 예쁜 배우들을 보면 닮고 싶을 때가 많다. 그래서 똑같은 립스틱을 사보기도 하고, 염색을 해보기도 한다. 오프라인에서의 만남이 줄어들다 보니 온라인에서의 소통이 더 발달되고, 흐름을 따라 소비하는 일들이 익숙해지고 있는 것 같다. 이것도 지금의 시대가 보여주는 시대상이 아닌 가 싶다.


사랑하면 닮고 싶어 진다. 그 대상을 정하는 것은 스스로이기 때문에 바른 기준으로 사랑의 대상을 정해야 할 것 같다.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내가 가진 고유의 것들이 자취를 감춰버리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리고 완벽한 사람은 없기 때문에, 또는 보이는 것만 보고 잘못 배우는 일들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내가 선택한 그것이 어쩌면 나의 미래의 모습이 될지도 모른다.


나는 오늘 무엇을 사랑했을까. 무엇을 사랑할까. 무엇을 닮기를 원할까. 마음속에 질문을 한번 던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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