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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역 Dec 31. 2018

이십대면 어떻고 삼십대면 어떻고

이십대 마지노선의 궁리

“내년도 이십대네”

팀 분들과 올해의 마지막 인사를 주고 받으며 제일 많이 들은 말이다.


팀에서 유일한 이십대인 나는, 상대적으로 어린 나이로 얻게 되는 주목도나 누릴 수 있는 좋은 점이 꽤 있는 편이었다. “이십대라 그래~” 라는 말 한마디로 모두 인정이 되는 신기한 현상. 예를 들면 똑같이 감기에 걸려도 사십대는 ‘나이 들어서’ 감기에 걸린거고, 나는 ‘젊어서 옷을 얇게 입어’ 감기에 걸린 거다. 발목이 삐었을 땐 ‘이십대라 잘 돌아다녀서’ 다친거고, 게다가 이십대라 회복도 금방 될거란다. 이렇듯 ‘이십대’라는 표현에 담긴 상징적인 의미가 대부분 좋은 것들 뿐이라, 이십대의 마지노선에 접어들었다는게 많이 아쉽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어차피 다같이 나이 먹는 건 매한가진데 28이면 어떻고 29면 어떻고 삼십대가 된다고 나 자체는 크게 달라질 것도 없는데. 큰 의미없는 숫자세기 같기도 하다.


‘이십대’의 범위는 너무 넓어서, 사실 같은 이십대라 해도 속한 환경이나 하는 일, 주로 만나는 사람들의 평균 연령대 같은 것들이 천차만별일 수 있다.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대학 신입생부터, 취준생, 군인, 신입사원, 그리고 나처럼 5년차 직장인까지 다 같은 ‘이십대’에 속하는데, 사실 사회적 나이로 따지면 모두 같은 이십대는 아닌 셈이다.


이제 내년 이맘 때쯤엔 “이제 너도 삼십대네”라는 말을 듣게 될 텐데, 삼십이 된 내 모습은 올해 내 모습보다는 여러모로 더 나아진 모습이면 좋겠고, 사소하게 세운 계획들일지라도 대부분 이룬 모습이기를 바란다.




2019년은 내게 여러모로 의미 있는 해다. 마지막 이십대고, 회사에 재직한지 벌써 5년이 되는 해고, 11년 살았던 정든 우리 동네를 떠나 서울로 이사도 간다. 여러 환경들이 변하고, 또 내 스스로 나름의 의미도 부여하는 해인만큼, 여느 때와는 다르게 특별히 하고 싶은 것들이 많다. 재즈 피아노 배우기, 사진 배우기 등등.

긴 여행 두 번, 짧은 여행은 수시로
여행은 다다익선이다. 2019년이 기다려지는 가장 큰 이유는, 리프레시 휴가를 받는 해여서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남미를 다녀오고 싶다. 브라질 가기 전엔 삼바도 배워야지.

그 전에 덥고 습한 곳도 한번 다녀올 거다. 하루종일 광합성 하고, 수영하고, 자극적인 동남아 음식 먹고, 해 지는 것 보고, 맥주 마시고. 7월 생인 나에게 이 춥고 긴 겨울은 너무 쳐지고 지루하다.

매년 1~2번은 꼭 가는 제주도도 올해 틈틈이 많이 가고싶다. 올해는 제주도를 3번 다녀왔는데, 그 중에 한라산 설산 맛보기 한 게 제일 기억에 남는다. 다음 번에는 백록담이 더 가까운 다른 코스로 제대로 올라 보고 싶다.

1일 1기록하기
사진 뿐만 아니라, 매일 하나씩 뭐라도 쓰는 습관을 갖는 건 쉬운 듯 어려운 일이다. 펜으로 종이에 뭔가를 써본 지가 너무 오래됐고, 이제 펜을 잡으면 오래 글씨를 못 쓸 정도로 아날로그가 어색해졌는데, 꼭 손으로 직접 쓰는 것 아니더라도, 메모장이나 아무데나 그 날 그 날 하루의 기록을 할 거다.


내 생각을 글로 쓰고, 다듬고, 표현하는 연습을 하면서, 잘 읽히고 잘 공감가는 글을 많이 쓰는 게 목표다. 그러기 위해선 남들의 좋은 글도 평소에 많이 읽어야 한다. 꼭 좋은 글이 아니더라도, 활자가 있는 거라면 읽기를 귀찮아 하거나 게을리하지 않기. 특히 좋은 단어를 많이 알고, 제 때에 잘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맑은 얼굴빛, 좋은 표정을 가진 사람 되기

가끔 남이 무심코 찍은 내 사진을 보면, 뚱한 무표정인 모습인 때가 많다. 다양한 표정을 가진 사람, 그리고 건강한 내면에서 나오는 맑은 빛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한다. 평소에 물을 많이 마시고, 잠을 충분히 자고, 술을 덜 마시고, 하는 육체적인 관리는 당연하겠고, 건강한 자존감과 늘 감사하는 마음에서 오는 단단한 내면 관리도 필요할 거다.




마지막으로, 적어도 몰라서 놓치는 사람은 되지 말자는 생각이다. 알고 있었는데 내 판단에 의해 선택을 안한 것과, 아예 모르고 지나쳐서 고민조차 못해본 것은 비교가 안된다.


뭐든지 직접 해봐서 쓸모 없는 건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언제나 다 좋은 결과는 아닐 수 있지만, 적어도 몰라서 안해본 사람보다는 할 수 있는 이야기도 많고, 선택하는 단어의 폭이나 바라보는 시야도 훨씬 넓을 수 있다. 늘 기민하게, 또 폭넓게 움직이는 사람이 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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