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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나 Feb 17. 2020

나는 때때로 당신이 궁금해 묻고 싶어진다

일상 한 단락 - 하나, 나이가 들며 느끼는 것

스물일곱, 여전히 '좋을 때다' 라는 말을 귀에 박히게 듣는 청춘이지만, 사회적 나이로는 '빼박' 20대 후반이 되어버렸다. 나이가 들었다는 걸 느끼는 순간은 뜻하지 않게 찾아와 나를 놀라게 한다. 이를테면, 엘레베이터에서 만난 이웃들에게 한 마디씩 덧붙이는게 한층 자연스러워졌다는 느낌이 들 때.



옆집 아주머니가 어디에 다녀오셨는지, 엄마와 함께나온 아래층 꼬마애가 몇 살인지 묻는, 그런 류의 시시콜콜한 안부인사가 이제는 당연하게 느껴진다. 몇 년전만 해도, 멋적게 인사를 건넨 뒤 휴대폰을 들여다보기 일쑤였는데.



오늘은 아이스크림을 사러 편의점에 갔다. 계산하러 매대에 물건을 올려놓자, 사장님이 봉지묶음에서 하나를 툭 뜯었다. '어, 요즘 봉지도 돈 받지 않나? 이걸 그냥 주시네.' 하는 생각이 스침과 동시에 '봉지는 그냥 주시는거에요?' 하고 말했다. 사장님은 예쁜 분홍색 아이스크림 숟가락도 주겠다며 웃으셨다. '수고하세요' 하고 말하면서 편의점을 나서는데, 문득 또 한번 놀랐다.

뭐지.  방금도 자연스러웠어.



나이가 든다는 건, 다른 사람을 조금 더 궁금해하는 건가보다.


이 세상에 나 말고도 조금 더 궁금한게 생겨서, 안부인사를 건네고, 당신과 아주 잠깐의 교감을 나누지 않고서는 베길 수 없는 것.




오랜만에 브런치에 생각을 공유합니다. 뭐든 '각 잡고' 하는 걸 좋아하다보니, 완벽하고 긴 호흡의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오히려 글을 시작하는 걸 방해하는 것 같아요. (미루고 미뤘다는 핑계를 유려하게 해봅니다.) 오늘부턴, 한 단락이라도 지나가는 생각들을 공유해보려 합니다.
일단, 시작해보자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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