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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섭 Nov 01. 2022

04. 퇴사 후 위스키바, '써드플레이스' 반년의 회고

퇴사 후 위스키바를 차렸고, 오픈한지도 벌써 7개월이 지났습니다.

#1. 퇴사 후 위스키바
위치는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도시 파주, 운정 신도시. 그 안에서도 가장 한적한 로터리, 골목 안쪽에 자리 잡았다. 아무것도 없는 공실에 들어가 직접 바닥을 깔고, 조명을 두고 가구를 놓으며 정성스레 공간을 빚어냈다. 내 손으로 직접 만든 공간, 애착이 생겼다.


#2. 장사는 수양
장사는 매일이 단련이고 수양이었다. 어떤 날은 손님이 많아 기뻤다가도, 다른 날은 손님이 아예 없어 울적했다. 매일매일 성적표를 받는 기분이었다. 어떤 날은 100점, 어떤 날은 20점. 우울해질 때면, 골목식당을 찾아 봤다. '그래, 종원이형이 일희일비 하지 말라고 그러잖아. 그냥 열심히 하자.' 어느새 백종원 선생님은 나에게 '종원이형'이 되었다.


#3. 장사의 즐거움

그래도 장사는 즐거웠다. 손님들이 나에게 '좋은 공간,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할 때면 정말이지 날아갈 것처럼 기뻤다. 무엇보다 내가 생각하고 설계한 것들이 실제로 고객들에게 '좋은 경험'으로 가닿는다는 사실이 나를 즐겁게 만들었다. 산더미 같은 문제를 차근차근 해결해나는게 즐거웠고, 성과도 좋아졌다. 평균점수는 조금씩 올라갔다.


#4. 안정이 주는 불안감
즐거움으로 매장을 알뜰히 챙기자, 매출은 생각보다 빠르게 안정궤도에 올랐다.   손님이 늘었고, 목표지점도 3개월이나 일찍 달성했다. (버는 족족 재투자해서 여전히, 상당히 마이너스긴 하지만) 여름휴가 비수기에도 무너지지 않는 하방선이 생겼고,  명의 파트타이머도 채용했다. 그런데 장사가 안정궤도에 오르자 오히려 불안해졌다. '지금은 사람들이 많이 찾아주지만, 앞으로도 계속 찾아올까?', '매출을 조금  빠른 폭으로 성장 시킬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하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던 ,  손님이 불평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여긴 너무 좋은데, 근처에 저녁 먹을 곳이 없어!"


#5. 골목을 만들고 싶다.
바는 간단한 안주류 정도와 술을 판매하니 저녁을 먹고 오는 게 일반적이다. 앞서 말했듯 <써드플레이스>는 한적한 로터리 골목에 위치해있는데, 이 골목은 3-4년 전 나름 '트렌디한 카페골목'으로 유명했으나 현재는 코로나로 인해 꽤나 한적해졌고, 바에 오는 손님들이 식사를 할 만한 장소가 적은 편이다. 물론 주변에 멋진 음식점들이 많지만, 우리네 손님들이 큰 매력을 느낄만한 곳들은 아주 적다. 그래서인지 바를 찾는 손님들은 주로 다른 곳에서 저녁을 먹고, 우리가 있는 골목까지 애써 들어오고 있었다.


'불편하겠다'는 생각이 떠오르는 동시에, '주변에 좋은 식당이 있었으면', 하는 자연스러운 생각을 했다. 이런 생각은 오픈 초기부터 했지만, 이번에는 조금 더 강하게 생각이 든다. 식당 뿐만 아니라, 우리네 손님들이 더욱 많은 즐거움을 얻어갈 수 있는, 그런 공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


손님들의 밤시간 뿐만 아니라 저녁시간까지, 골목에 찾아 오는 길, 집에 돌아가는 길까지도 즐겁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 나의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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