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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아노스 <알렉산드로스 원정기>

승승장구로 이뤄진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원정 하지만 허무한 최후

by 최서우

크세노폰의 <헬레니카>를 읽고 헬레니즘 시대 1차 사료를 찾아봤는데, 도서관에서 아리아노스(Ἀρριανός)의 <알렉산드로스 대왕 원정기(Ἀλεξάνδρου Ἀνάβασις)>가 눈에 띄었다. 충북대 사학과 윤진 교수가 원전 번역했는데, 그리스 고대사 전문가이며, 그리스어 원전을 저본으로 삼았다. 부왕인 마케도니아 알렉산드로스 3세를 주인공으로 필리포스가 암살로 인해 왕으로 즉위한 후부터 사망 때까지 파란만장한 원정 일대기를 다뤘다.


1권은 헬라스(그리스) 지역과 오늘날 소아시아에서 일어났던 원정을 다루고 있는데, 먼저 마케도니아 주변 트라키아를 정벌해서 국경을 안정시킨 다음, 반란을 일으킨 테바이를 진압하고, 주민들을 노예로 팔아버린다. 이후 소아시아로 건나가 크라니코스 강 전투에서 페르시아 강군을 상대로 승리하고, 밀레투스와 할리카르나소스(오늘날 튀르키예 보드룸. 헤로도토스의 고향이기도 하다) 공방전에서도 승리한다.


2권에서는 본격적으로 페르시아 다레이오스 왕과(다리우스 3세) 본격적으로 승부에 들어가는데, 먼저 이소스 전투에서 대왕의 군대에 크게 승리를 거둔다. 이후 후방에 안정을 취하기 위해 티로스(오늘날 레바논 티레)를 7개월 끝에 점령하고, 가자까지 진출한다. 거기에 더해 아이귑토스(이집트)로 들어가 주요 도시의 항복을 받아 안정을 취한 후 다시 페르시아로 진군하는데, 가우가멜라 전투에서 다레이오스 대왕군을 다시금 격파하고, 당시 수도였던 페르세폴리스까지 점령하게 된다. 이후 다레이오스 왕은 부하인 베소스의 배신으로 죽음을 당하는데, 대왕이 시신을 접수한 후 성대히 장례를 치뤄줬다. 페르시아를 장악한 이후에는 오늘날 아프가니스탄 카불까지 진출한다.


3-4권에서는 오늘날 중앙아시아 지역의 원정을 다루는데, 오늘날 타지키스탄 쿠잔드에 알렉산드리아 에스카테를 창건한다. 이후 소그디아나의 키로폴리스(오늘날 타키키스탄 이스타라브샨)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다음, 스키타이인과도 전투를 벌여, 마라칸다(오늘날 사마르칸트) 요새를 장악한다. 이후 소그니아나 바위산에서 병사 300명이 암벽을 타 정상을 차지한 끝에 승리를 거두고 중앙아시아 일대도 장악하게 된다. 다레이오스를 배신한 베소스도 이 때 붙잡아 처형한다.


5권은 오늘날 아프가니스탄 동부, 파키스탄, 인도 서부를 다루는 인디아 원정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니사(오늘날 아프가니스탄 잘랄라바드)와 탁실라(파키스탄 지역) 항복을 받아 교두보를 확보한 후, 히다스패스강(오늘날 젤룸강)에서 포로스와 전투하는 것이 백미인데, 홍수로 강을 건너기도 힘들고, 강 건너에는 코끼리병을 위시한 포로스군이 삼엄하게 감시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도 대왕은 강폭이 좁고 나무로 가득 찬 섬을 찾아내는데, 가려진 숲을 통해 몰래 도강하여서 포로스에게 승리를 거둔다. 포로스가 전투에 열심히 임해서 그런지, 대왕은 그를 지역왕으로 그대로 유지한다.


보통 대왕이 인도의 낯선 기후로 인해 마케도니아군이 고전해서 사람들이 철군한 것으로 아는데, 실제로는 히파시스 강에서 병사들이 강을 건너는 걸 거절했기 떄문이다. 고향을 떠난지 무려 10년이 된 데다가, 더 싸우기에는 병사들이 지쳐있었기 떄문이다(제2차 세계대전보다 무려 4년이 더 길었다는 점을 생각해 보자. 그것도 원정이다). 부하인 코이노스도 이에 대해 대왕에게 조심스럽게 발언했는데, 대왕은 병사의 요구를 받아들여서 철군한다. 아리아노스도 이것이 대왕의 최초 패배라고 기록하고 있다.


6~7권은 철군과정과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죽음을 다루고 있다. 말리아 공방전에서 승리한 후, 네아르코스군은 해로로 자신은 육로로 복귀하게 되는데, 파키스탄 서부의 끝 없는 사막으로 인해 수많은 병사들이 희생된 후 페르시아 국경에 간신히 도착한다. 페르시아로 복귀하고 나서는 마케도니아군과 비헬라스군과의 갈등이 드러나는데, 이는 알렉산드로스가 현지문화를 존중한 나머지, 자신이 역차별 받는다는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왕의 연설로 간신히 무마시키고, 아라비아 원정까지 준비했지만, 메디오스와 연회를 한 후 갑자기 열이 나기 시작했다. 고열증세가 계속되어 목욕을 하고, 제사를 드리면서 진정시키려고 했지만, 결국 증세가 악화되어서 갑자기 세상을 뜨게 된다(주요 현대학자들은 사망원인을 말라리아로 추정하고 있다). 아리아노스는 알렉산드로스의 유언에 대해 적어 놓았는데, 부하들이 후계자에 대해 물어보니 '가장 강한 자'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아리아노스가 알렉산드로스 대왕을 바라보는 시선은 매우 호의적이다. 다만 페르시아에 도착한 이후 술을 즐기게 되면서, 페르시아 궁전을 방화하고, 쓴 소리를 했던 클레이토스를 죽인 것에 대해서는 비판을 가했는데, 그래도 자신의 실수를 솔직히 인정한 왕이라고 무마해준다. 역자는 아리아노스가 살았던 시대가 로마 제정이 안정화된 시기여서 그렇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서문에 어떤 이의 기록을 참고했는지도 정확하게 나온다. 라고스의 아들 프톨레마이오스의 기록과 아리스토불로스의 기록을 주로 참고했다고 하는데, 서로의 기록이 맞지 않을 경우 가장 신빙성 있는 것을 선택했다고 말하고 있다. 역자의 경우 주석으로 다른 알렉산드로스 원정기와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의 기록을 대조하고 있는데, 일부 원정에 참여했던 장군들이 이름이 서로 다른 것이 많았다. 즉 현대 학자들도 각기 다른 원정기와 전기를 교차 검증을 하는데 머리를 싸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비전공자인 내가 봐도 이 책은 읽기가 편했다. 특히 헤로도토스, 투퀴디데스와 크세노폰의 역사서를 봤던 나는 일부 문구를 보며 다시 복습하는 기분으로 읽을 수 있었고. 다만 최자영 교수가 번역한 <헬레니카>처럼 종이책이 절판되어 도서관에서만 찾을 수 있다는 게 안타깝다. 전공 교수가 정말 어렵게 고생하면서 풍부한 주석과 함께 번역했다는 것이 눈에 바로 보이는데, 이들의 정성과 노고가 다시금 발견되어 출판이 재개되었으면 한다.


아리아노스 - 알렉산드로스 대왕 원정기.jpg 아리아노스 <알렉산드로스 대왕 원정기>, 윤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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