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개장 스페이스 워크에서 영일대 해수욕장과 포스코를 바라보며
타지 사람들은 포항하면 지역경제의 핵심인 포스코, 철강, 구룡포 과메기, 호미곶 해맞이를 떠올린다. 실제로 포스코가 지역경제의 미치는 영향도 오늘날까지 지대하고, 코로나19 이전까지 호미곶에는 새해 첫날 해맞이를 하는 인파로 북적북적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 포항의 랜드마크가 바뀔 조짐이 보인다. 영일대 해수욕장 위쪽 산에 보이는 철제 롤러코스터와 같은 조형물이 보이는데, 바로 11월 20일에 개장한 스페이스 워크다. 포스코에 따르면 개장 후 3개월 동안 무려 21만 명이 방문했다고 하니. 코로나19가 무색할 지경이다.
날이 따뜻해지는 3월부터 11월 하절기 기간동안 평일 8시, 주말 9시까지 야간개장을 한다. 그래서 난 스페이스 워크와 그 위에서 감상할 수 있는 영일대 해수욕장 일대가 밤에 화장한 모습을 보기로 했다.
야간에 즐기는 스페이스 워크
포항 번화가 영일대 해수욕장에서 차를 타고 15분, 도보로 30분 정도 가면 환호공원 경내에 조성되어 있는 스페이스 워크를 볼 수 있다. 경내 주차장에서 오른쪽 언덕 꼭대기로 350m 걸어가면 하얀 빛으로 빛나는 철제 롤러코스터 계단의 향연을 볼 수 있다.
스페이스 워크를 디자인을 한 작가는 하이케 무터(Heike Mutter)와 울리히 겐츠(Ulrich Genth). 순수미술과 미디어 아트를 전공한 독일 함부르크 설치미술 및 조형물 부부 작가인데, 작품명 그대로 롤러코스터 계단을 오르며 포항의 공간과 우주를 유영하는 느낌으로 제작했다고 한다.
재미있게도 이 부부 작가는 2011년 독일 뒤스부르크에 호랑이와 거북이 - 마법산(Tiger & Turtle - Magic Mountain)이라는 작품을 완성했는데, 스페이스 워크처럼 롤러코스터 형태로 되어 있다. 부부의 뒤스부르크의 작품을 포항에 벤치마킹을 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작품에 들어간 주재료는 포항 기업 포스코에서 100% 생산한 탄소강(SM355A)과 스테인리스 스틸(듀플렉스강 STS329J3L)이다.
스페이스 워크는 무료다. 단 바람이 많이 불 때 그리고 키가 110cm이하의 아이는 올라갈 수 없다는 점을 유념하자. 일요일 저녁이라서 개장 때와 달리 줄을 서지 않고 바로 스페이스 워크에 들어갈 수 있었다. 입구에 들어가면 길이 둘로 갈린다.
두 코스 모두 같은 영일대 해수욕장의 전경을 볼 수 있는 건 동일하다. 하지만 코스의 느낌이 다르다. 왼쪽으로 가면 폭이 좁고 경사가 가파른 계단들을 오르고 내리게 된다. 그래서 계단 손잡이를 잡고 천천히 안전하게 걷는 것이 중요하다. 오른쪽으로 가면 반대로 폭이 상당히 넓고 경사가 완만한 계단들이라 왼쪽 코스보다는 걷기가 상당히 편하다. 특히 5세 이상의 아이를 동반한 가족은 되도록 오른쪽을 선택하자.
코스를 걷다가 가장 높은 지점으로 올라가면 두 광경을 볼 수가 있다. 오른쪽에는 포항의 최대 번화가 영일대 해수욕장이 보인다. 번화가를 자세히 보면 화려한 불빛으로 입혀진 누각이 보이는데, 이 누각의 이름도 영일대. 원래 해수욕장의 이름은 포항시 북쪽에 있다는 이유로 북부해수욕장이었다가, 누각이 설치된 2013년 오늘날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해수욕장 건너편으로 또 다른 불빛이 보인다. 파란색, 붉은색, 보라색 불빛이 서로 바뀌는 풍경을 볼 수가 있는데, 수많은 굴뚝들과 연기가 희미하게 보인다. 그렇다 영일대 건너로 보이는 곳은 바로 포스코 포항제철소다. 상당히 드물게 볼 수 있는 해수욕장 번화가와 제철소의 공존이라고 해야할까나.
실제 스페이스 워크가 이곳에 세워진 이유도 삼국유사에서 나오는 연오랑 세오녀시대 일월성신 신화의 태양과 오늘날 포항 제철을 환호공원 정상부에서 동시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즉 포항의 역사를 조명한 공간이라고 해야할까나. 특히 밤에 스페이스 워크를 오르면 시간을 넘나드는 포항의 모습을 우주체험하는 느낌이다. (참고로 원래 연오랑세오녀의 본 무대는 영일대해수욕장이 아닌 제철소 뒤편 바다 건너에 있는 동해면 일대다. 실제 역사장소는 아니지만 스페이스 워크가 남향이라 맑은 낮 시간 내내 해를 감상할 수 있기 때문에 일월신화를 끌어들인 게 아닌가 싶다.)
영일대 해수욕장과 포스코 야경을 감상하고 스페이스 워크의 롤러코스터 중심부로 향했다. 중력이라는 자연의 법칙을 존중하여 롤러코스터를 따라 들어가는 계단으로 가는 길은 막혀 있다. 물론 반대편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가는 길이 둘로 구분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도 막힌 곳까지 도착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로 가득하다. 사실 이곳까지 오는 건 쉽지가 않다. 우선 바람이 불면 스페이스 워크 자체가 흔들린다. 그래서 강풍이 불 때 입장이 통제될 때가 있다. 또한 고소공포증이 있으면 스페이스 워크를 걷기가 힘들다. 실제 초등학생 자녀들이 계단을 올라가며 높이에 공포를 느껴서 가족들이 끝까지 못가고 내려오는 사례들도 많다. 그래서 끝까지 올라갔으면 도전에 성공했다는 마음으로 사진을 찍은 다음 다시 왔던 길로 내려오자.
만약 4월 초에 스페이스 워크를 방문한다면, 환호공원에 수많은 벚꽃들을 감상한 후 인근 포항미술관에서 현대미술 작품을 감상하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혹시 4월에 여유가 안 되어서 5월에 방문한다면, 영일대 해수욕장으로 내려가서 다양한 품종의 장미를 감상한 후 영일대 누각에 올라가 포스코 야경을 만끽하면 된다.
신라 초기 일월신화와 오늘날 포스코 제철문화의 시공간을 뛰어넘는 포항 스페이스 워크. 롤러코스터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낮에 오면 밝은 햇살 아래 드리운 포항의 모습을, 밤에 오면 영일대 해수욕장과 포스코의 다채로운 불빛들을 선사한다. 과연 스페이스 워크는 포항의 상징인 포스코, 과메기, 호미곶과 오랫동안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새로운 일월신화를 쓸 수 있을까? 다양한 포항의 모습들이 타지 관광객들에게 알려지길 기원하며 환호공원을 나섰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 동시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