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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서우 Nov 19. 2022

원주 간현관광지와 소금산 출렁다리

섬강과 삼산천이 감싸는 소금산과 두 출렁다리

요즘 원주시에서 떠오르는 관광지를 꼽으라면 소금산 출렁다리를 들 수 있다. 2018년 1월에 개장했는데, 무한도전 MC 유재석이 이곳에 와서 빗자루를 들고 아찔한 높이의 다리 위에서 청소하는 장면이 나오면서 입소문을 타 간현관광지의 대표명소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건너편 산에 404m 길이의 울렁다리를 설치하여 아예 소금산 순환코스로 만들어 버렸다.


소금산 출렁다리가 있는 곳은 바로 1987년 국민관광지로 승인받은 간현관광지. 섬강과 삼산천이 만나는 곳에 조성했는데, 섬강은 송강 정철의 관동별곡에서도 언급될 정도로 유래가 깊다. 80~90년대에는 섬강에서 삼산천으로 들어가는 길에 넓은 백사장과 기암괴석으로 가득하여 대학생 MT 장소와 피서지로 각광받기도 했다. 이후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출렁다리로 진화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원주 하면 바로 생각나는 곳인 소금산 출렁다리와 간현관광지 일대를 가보자.


간현관광지

     

간현관광지는 출발지에 따라 광주원주고속도로의 동양평나들목 또는 영동고속도로의 문막나들목에서 가깝다. 동양평나들목에서 가는 경우, 단석1리로 우회전하여 88번 지방도를 그대로 타고 지정대교까지 가면 왼편에서 볼 수 있다. 문막나들목에서 가는 경우 문막고속시외버스 정류소를 거쳐 동화초등학교를 지난 다음 동화공단로에서 좌회전하자. 이후 인창대교를 건너 88번 지방도를 만나 우회전하여 이정표를 따라가면 된다.


만약 여러분이 간현에 처음 방문한다면 지정면 내로 들어가 옛 중앙선 선로가 있던 간현역에서 레일바이크를 즐기는 것을 추천한다. 간현역에서 풍경열차를 타고 판대역으로 가서 2인승 또는 4인승 레일바이크로 다시 돌아오는 여정인데, 삼산천 좌우로 있는 산자락들과 수많은 조명들로 가득한 옛 중앙선 터널을 직접 즐길 수 있으니 풍경열차 출발시간에 맞춰서 가보자.


원주레일바이크. 간현역에서 풍경열차를 타고 올라가 판대역에서 레일바이크를 타고 내려온다.


옛 간현역에서 다시 간현관광지 입구 주차장로 돌아가면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관광지인 소금산 출렁다리로 가는 이정표가 보인다. 주차장 앞에 있는 상가들을 지나면 왼편으로 다리가 있는데, 다리 앞에 옛 중앙선 섬강철교와 강이 보인다. 철교 아래 흐르는 강의 이름은 섬강. 섬강이라. 고등학교 때 배우는 정철 <관동별곡>을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풀어쓰자면 정철이 강원도 관찰사로 임명받고 한양 도성을 떠나 옛 평구역이 있던 경기 남양주시 삼패동에서 말을 갈아타서 남한강을 따라 옛날 흑수라고 불리는 여주로 돌아드니, 섬강이 어디인가, 치악이 여기라는 내용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 제46권 강원도 원주목 형승을 소개할 때도 동에는 치악이 서리고, 서쪽에는 섬강이 달린다는 말을 보면, 섬강은 조선시대부터 원주 서부 관문 역할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섬강 위를 지나가는 옛 철교 왼편을 보니 바위산이 철로를 불러들이는 느낌이다. 누군가는 두꺼비 바위라고 일컫는데, 섬(蟾)이라는 한자가 두꺼비를 뜻하기 때문이다. 철교를 자세히 보면 교각마다 글자가 희미하게 보이는데, 글자를 읽으면 ‘때려잡자 김일성’이다. 한국전쟁의 아픔과 살벌한 냉전이 벌어진 60~70년대의 흔적이다.


옛 중앙선 섬강철교. 교각마다 한글이 희미하게 보이는데, 이를 읽으면 '때려잡자 김일성'이다. 한국전쟁의 아픔과 살벌한 냉전의 흔적이다.


간현교와 삼산천교를 지나면 식당과 가게들이 보인다. 그 앞에는 자갈이 섞여있는 모래사장과 기암괴석이 있는데, 이곳이 80~90년대의 간현관광지다. 한 때는 대학생들의 MT 공간이자 여름 더위를 피해 계곡을 찾은 이들로 가득했다. 그러다가 1993년 원주클라이머연합회가 37개 루트를 개척하면서 프리클라이머의 성지로 거듭나는데 유행이 끝나고 다시 쇠퇴하기 시작했다.


IMF 이후 관광매력도가 떨어진 간현관광지 명성은 급격히 쇠락해 잊힌 듯싶었다. 하지만 2013년 간현역 원주 레일바이크를 개장하며 서서히 명성을 되찾기 시작하다가 2018년에 다시금 원주의 대표 관광지로 급부상하게 된다. 당시 TV에서 무한도전 MC 유재석이 아찔한 출렁다리 위에서 빗자루질을 하는 장면이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간현계곡. 1980~1990년대부터 이어진 대표적인 피서지다. 한때는 수도권 대학들의 MT명소이기도 했다.

     

소금산 출렁다리와 울렁다리

     

유재석이 빗자루질을 한 곳은 오늘날 원주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소금산 출렁다리다. TV로 알려진 이후 개장 한 달 만에 방문한 관광객은 20만 명. 2017년 전체 관광객을 한 달 만에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2월에 개막된 평창올림픽 때문에 외국인 관광객과 선수단도 찾아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출렁다리는 산 정상부를 가로지르기 때문에 해발 300m로 향하는 578개의 계단을 올라야 한다. 숨이 약간 가빠질 즈음이 되면 출렁다리로 들어가는 게이트가 보인다. 게이트 뒤로는 케이블카 공사가 한창인데 내년 말이 되면 다리가 불편한 사람들은 계단을 이용하지 않아도 출렁다리를 즐길 수 있게 된다.


푸른색의 철골과 붉고 흰 바닥으로 이뤄진 출렁다리. 길이 200m, 높이 100m, 폭 1.5m로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산악 보도교다. 다리 아래 보이는 삼산천과 푸른 소나무들로 봉우리들과 봉우리를 받쳐주는 기암괴석들이 조화를 잘 이뤄서 당시 왜 인기가 있었는지 알 수가 있다.


원주의 명물 소금산 출렁다리. 2018년 무한도전에서 방영된 후 원주의 랜드마크로 급부상했다.


소금산 출렁다리의 대성공은 다른 지방자치단체들 벤치마킹 대상이 되었다. 이후 전국 관광지에 출렁다리 광풍을 불러일으켰는데, 오늘날 우리나라에 설치된 출렁다리는 무려 200개, 이제는 한 달에 1~2개는 기본으로 개통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인가 2020년 간현관광지 관광객은 17만 2천 명으로 급감했다.


하지만 원주시는 이를 두고 보지 않고 또 다른 시설을 갖추었다. 출렁다리를 지나니 소금산 산 벼랑을 끼고도는 잔도길이 보인다. 산 벼랑에서 간현역 방향으로 풍경을 보니 왼편에는 내가 건너온 소금산 출렁다리가 있고, 삼산천이 골짜기를 만들면서 흐르고 있다. 오른편에 또 다른 노란색 다리가 보이는데, 기존 출렁다리보다는 배가 더 커 보인다. 다리를 건너기 전에는 전망대가 하나 서 있는데 가까이 가봤다.


소금산 바위를 감싸도는 잔도길
소금산 잔도에서 바라본 간현관광지 일대. 굽이굽이 도는 삼산천과 삼산천 좌우로 있는 출렁다리와 울렁다리가 눈에 띈다.


전망대 이름은 소금산 스카이타워. 작년 11월 개장했는데 간현유원지 일대를 조망할 수 있다. 전망대에서 계단을 타고 계속 내려가면 또 다른 명물인 노란색 다리를 마주할 수 있는데, 올해 1월 말 개장한 소금산 울렁다리다. 길이는 404m, 폭 2m로 푸른색 출렁다리보다 무려 두 배나 길다. 울렁다리를 건너면 아래 바닥이 투명 유리로 되어 있어서 상당히 아찔하고 울렁거리는 마음으로 삼산천을 바라보게 된다.


작년 11월에 개장한 소금산 스카이타워와 올해 1월 개장한 소금산 울렁다리
소금산 울렁다리 전경. 출렁다리보다 두 배 이상 긴 404m다


울렁다리를 건넌 후 등산로를 따라 다시 내려가니 두 바위 기암 봉우리 끝을 연결하는 푸른 출렁다리가 인상 깊다. 낮에는 그냥 출렁다리의 위용을 보고 지나갈 수 있지만, 밤이 되면 이곳에서 ‘나오라쇼’라는 미디어 파사드 쇼가 오후 7시경에 펼쳐진다. 


먼저 방영하는 미디어 아트는 원주 동편 치악산의 전설인 ‘은혜 갚은 꿩’ 이야기를 화려한 조명으로 표현한다. 미디어 아트가 끝나면 두 봉우리에 비친 조명을 병풍 삼은 화려한 분수쇼가 펼쳐지는데, 높이가 무려 60m 규모라고 한다. 나오라쇼 외에도 옛 간현관광지에도 화려한 조명을 수놓았으니 봄, 여름, 가을에 시간이 늦어 출렁다리를 놓쳤어도 소금산의 새로운 모습을 즐길 수 있다(현시점에는 휴장이라 3월에 가면 다시 볼 수 있다.)


나오라쇼 미디어 파사드. 치악산의 '은혜 갚은 꿩' 전설을 연출하고 있다.
소금산 출렁다리 아래 연출되는 나오라쇼 음악분수. 분수 높이가 무려 60m에 달한다.


이제는 원주의 대표 명소가 된 소금산 출렁다리. 동쪽으로는 오랫동안 원주의 서쪽 끝 명물인 섬강이, 남쪽으로는 삼산천이 흘러 산을 감싼다. 80년대는 대학생들의 MT 장소이자 피서객들의 휴양지였고, 90년대는 프리클라이머의 성지여서 말 그대로 국민관광지였다. 하지만 IMF 이후 매력도가 떨어져 명성을 잃어가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제는 소금산 출렁다리가 원주의 랜드마크가 되어 관광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그것도 성에 안차서 그런지 두 배로 긴 울렁다리까지 만들었으니. 게다가 올 가을은 나오라쇼 개장, 내년에는 케이블카와 에스컬레이터를 개통하고 출렁다리 건너 하늘정원도 조성한다고 하니, 말 그대로 관광지의 진화가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흑수를 돌아들어 섬강을 따라가 삼산천과 만나는 간현관광지는 소금산의 두 다리와 함께 앞으로도 오랫동안 명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새로운 관광콘텐츠로 거듭난 섬강 서쪽 간현관광지. 조선시대의 문헌 내용대로 원주 서부 관문의 상징으로 유지될 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 동시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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