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수고한 나에게 격려와 응원을
또래보다 편지를 꽤 자주 쓰는 편이다. 상대에게 말로 진심을 전달하려 할 때 상대의 사랑스러운 점이나 고마운 점을 충분히 전달하지 못해 못내 아쉬운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진심을 전하기 위해 좋은 일화나 글귀들을 찾으며 늦은 밤까지 시간을 보내는 날도 있다.
스스로 격려와 응원의 편지를 쓰는 것은 2020년을 마무리하며 31가지의 질문에 대답하는 모임의 마지막 숙제였다. 나름대로 편지와 글쓰기를 자주 접한다고 생각했던 나는 과제를 받아 들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12월 한 달 간 ‘올해 나의 강점 중 어떤 것이 삶이나 일에 가장 큰 도움이 되었나요?’ 같은 질문에 매일 답하면서 코로나로 일어난 변화에 유연하고 성실하게 대처했던 나 자신이 대견하다는 생각은 했었다. 코로나 이전에는 집은 잠만 자러 들어오는 공간이라 생각할 만큼 집 밖의 활동을 즐기며 살았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집에만 있게된 생활에도 순식간에 적응했다. '나, 이대로 괜찮은가?' 하는 고민조차 없이 집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시작했다.
닥치는 대로 독서를 했다. 닥치는 대로라는 표현을 한 것은 한 해 동안 소화한 책이 무려 200여 권이기 때문이다. 평소 배우고 싶었던 코딩과 재테크 관련 공부도 걸음마를 떼었다. 기존에 하던 수영이나 자전거 대신 요가에 집중해서 운동도 게을리하지 않을 수 있었다.
사람이 이렇게 쉽게 에너지의 방향을 바꿀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코로나 시대에 잘 적응했다. 하지만 편지를 쓰기 전에는 그 사실을 몰랐다. 충분한 시간을 들여 마음을 전달해야 하는 대상에는 스스로도 포함되는 것이다.
나에게 편지를 쓰기 위해 말을 가다듬으면서 마음의 유연성이라는 나의 강점을 발견했다. 편지를 쓰지 않았으면 찾지 못했을지도 모르는 내 모습이다. 오는 연말에도 나에게 편지를 쓰면서 어떤 대단한 일들을 했는지 찾아보아야겠다.
아, 그리고 스스로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는 편지의 마지막은 '내년에도 올해처럼 녹록지 않은 환경일지라도 새로운 추억을 많이 쌓아보자. 사랑해.'였다. 할 수 있다는 마음에서 비롯한 응원에 힘입어 오늘은 글 쓰는 사람이 되기 위한 도전을 한다. 언제고 늦지 않았다. 수고한 나에게 격려와 응원의 편지를 써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