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서연 Jenny Feb 11. 2021

코로나 시대의 새해 소망

자유롭게 꿈꾸는 날을 기다리며


2021년 새해,
밀레니엄 베이비가
만 20세가 되었다.  

    2021년 새해 새천년을 알렸던 밀레니엄 베이비가 벌써 만 20세가 되었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나는 올해 만 20세가 된 친구들의 새해 소망은 무엇일지 헤아려 본다. 자유로운 캠퍼스 생활을 만끽할 수 있는 새해를 바라고 있을까? 아니면 얼어붙은 경기에 아르바이트를 구할 수 있기를 바랄까? 토익 점수 등 갖가지의 스펙을 착실히 쌓아가기를 바랄까?



    나의 만 20세 시작을 돌이켜본다. 그해 미국 유학을 앞두고 있던 나에게 아버지께서 새해맞이 가족 일출 여행을 제안하셨다. 우리나라 일출 명소인 동해 추암 해변에서 장엄하게 솟아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새해 소망을 빌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밤새워 기차를 타고 도착한 해변의 군중 속에서 추위를 이기려 동생과 꼭 부둥켜안고 30여 분을 기다렸다. 드디어 해가 떠오르는 순간 내가 빌었던 소망은 오직 하나였다. 미국에 가 있는 동안 나와 가족들 모두가 평안하기를...



    코로나에 한파까지 겹치면서 어느 때보다 더 추운 겨울이다. 연초부터 '생계유지하려 대출 찾는 청년층'과 같은 보도가 눈에 띈다.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내가 유학을 꿈꾸던 시절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일자리 부족으로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이 한층 더 움츠러드는 겨울일 것 같다. 하지만 당면한 꿈의 진폭과 상관없이 우리가 본질적으로 바라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들의 무사와 평안이 아닐까. 그리고 올해만큼 그 소망이 간절한 해가 있을까.



    삼십 대에 접어들고는 뚜렷한 새해 목표는 세우지 않게 되었다. 더 이상 새해가 설레지 않기 때문이라기보다 삶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습관을 바꾸는 자연스러운 과정이 필요함을 체득하면서부터다.



 목표와 소망은 다르다.

    목표와 소망은 다르다. 목표의 달성은 나의 노력으로 가능한 경우가 많고, 소망은 운에 의지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유행하는 와중에 가족 모두가 건강하고 평안하기를 바라는 일에는 운도 필수적인 요소다. 한때 전국 대학생들에게 유행했던 유럽 배낭여행도 이제는 목표가 아니라 소망이 되었다.



    많은 목표들이 소망의 영역으로 전환되었지만 그래도 아직은 목표할 수 있는 것들은 무궁무진하다. 건강하게 끼니를 챙겨 먹는 습관을 들이는 것. 화장실에 다녀올 때마다 스쿼트 다섯 개를 하는 것. 일기를 쓰고 일상을 소중하게 보듬는 것. 이것들이 새해를 맞아 내가 바라는 삶의 모습에 닿기 위해 실천하고 있는 소소한 목표들이다.

 


나는 소망한다.

    그리고 나는 소망한다.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모두가 평안한 한 해가 되기를. 일상의 평범한 소망들이 다시 목표가 되기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