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S를 소개합니다.
남편 S : 남교사. 사내 연애 후 결혼 성공. 좋아하는 음식은 돼지국밥.
우리 집에서 연말에 있는 가장 큰 행사는 바로 결혼기념일이다. 크리스마스이브의 이브, 그러니까 12월 23일이 바로 남편과 내가 결혼한 날이다. 학기가 완전히 끝나고 하려다 보니 연말이 다되어버린 결혼식 덕분에 우리의 결혼기념일은 항상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풍긴다.
연애 시절 S는 과묵한 편이었다. 부산 사투리가 섞여 있는 억양으로 표준어를 또박또박 구사하는 모습이 신기했다. 신규 시절 나에겐 너무나 어려웠던 업무들도 아주 쉽게 처리하고, 운전도 능숙하게 해내서 어디든 데려가주는 어른스러운 모습에 반했다. 반면 결혼해서 새롭게 알게 된 S의 모습도 있다. 말이 없는 편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사람들과 대화하는 걸 좋아했다. 그리고 애교쟁이였다. 이것은 꽤 충격이었는데, 덕분에 단조로울 줄 알았던 일상이 조금 활기차고 즐거워졌다는 장점도 있다.
통장을 탈탈 털어 간신히 장만한 여자 친구의 중고차에 몰래 내비게이션을 달아놓은 남자. 결혼식 때 잔뜩 긴장해서 차가워진 손으로 몰래 준비한 축가를 부르던 남자. 함께 타고 있던 차 트렁크에서 편지와 함께 수줍게 꽃바구니를 건네는 남자. 하지만 돈을 10원 단위로 아끼는 남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카페’와 ‘커피’는 싫어하는 남자. 그런 남자가 바로 S였다.
그런 S와 함께 바로 오늘, 6번째 결혼기념일을 맞이했다. 우리의 결혼기념일에는 거의 매년 다른 가게의 스테이크가 등장한다. 왜 스테이크냐고 한다면, 첫째는 맛있기 때문이고, 둘째는 스테이크에 대한 우리만의 추억이 있기 때문이었다. 하와이로 다녀온 신혼여행 세 번째 날, 나는 ‘울프강 스테이크 하우스’를 가보자고 제안했고 그때 당시 S는 속이 느끼하다며 굉장히 시큰둥했더란다. 가자고 하니 따라가기는 하는데 내키지 않았달까. 하지만 막상 앉아서 먹은 T본 스테이크는 굉장히 맛있었고, 다행히 S의 마음에도 쏙 들었다. 그 뒤로 결혼기념일이 되면 우리는 ‘울프강’의 추억을 이야기하며 스테이크를 찾는 것이었다.
올해는 집 근처의 새로운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를 먹었다. 맛있게 먹으며 바라본 S는 그 사이 더 다정한 사람이 된 것 같았다. 항상 곁에 있느라 몰랐을 뿐, 그 사이 우리는 외모도, 성격도 많이 변해왔을 것이었다. 6년 동안 싸우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고 미워한 적이 없다면 그 또한 거짓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여러 번의 싸움 끝에 서로를 배려하는 법을 배웠고, 힘든 시기에 서로에게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리라 믿는다.
내년에는 결혼 7주년입니다, 하고 글을 쓸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읽어보며 그 1년 사이 우리 가족에게 일어났던 일들을 적어 내려가겠지. 그때는 어둡고 힘든 일 말고, 밝고 즐거운 일이 가득 적을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