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선물
가족 일본 여행 첫날.
짐을 다 풀고 근처 호수공원을 산책하곤 카페에 들어가 앉았다.
아빠가 먼저 말을 꺼내신다.
"어젯밤에 짐 다 싸고 엄마가 서연이 준다고 만든 게 있어."
잘 잊는 우리 엄마와 잘 기억하는 우리 아빠다.
아빠의 말에 엄마는 특유의 맑은 표정으로
가방에서 작은 무언갈 꺼내신다.
"선물! 자수 놓은 거야."
"우와..."
영원 같은 순간이 흐른다.
이 작은 악세사리가 우주만큼 커졌다가 다시 작아진다.
한 땀 한 땀.
정성 그 자체였다.
이 작은 자수에 담긴 정성이 왜 이렇게 마음을 울렸는지 모르겠다.
이런 정성으로 나를 키우셨구나.
내가 뱃속에 있을 때부터 지금까지
이런 정성으로 나를 돌보셨겠구나.
내가 이렇게 귀한 딸이구나...
금세 내 일상이 머릿속을 치고 들어온다.
굶기가 다반사인 아침
아~주 늦게 자서 잠이 부족해 피곤해하는 하루
그러곤 또 늦게 드는 잠자리
챙겨 먹는 밥이라곤 온통 사 먹는 밥
공부한답시고 놓아버린 춤과 글
방 한쪽에 쌓여가는 옷들
하, 나는 나 자신을 왜 이렇게 소홀히 대했을까.
나 자신에게 미안했다.
엄마가 수놓아주신 것은 휴대용 가방걸이다.
동그란 은색 테두리를 펼치면 고리가 되어
테이블 어디에든 가방걸이를 만들 수 있다.
매번 갖고 다닌다.
가방을 놓기 애매할 때 유용하기도 하지만,
정성스럽게 사는 삶을 떠올리기 위해서다.
그렇게 가방을 걸어두고 카페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내 옆에 앉은 친구도 부모님의 귀한 딸이다.
내 앞에 앉은 친구도 부모님의 귀한 아들이다.
그렇게 모두가 참 귀하다.
일본 여행 둘째 날.
정갈한 길거리, 모난 곳이 없는 보도블럭,
정교한 울타리, 아기자기한 소품들.
참 정성스러운 부분들이 많이 보였다.
괜히 일본 거리를 빌어 엄마한테 하고 싶은 말을 한다.
"엄마, 일본은 뭐든 참 정성스러운 거 같애. 나도 정성스럽게 삶을 살아야겠어."
"하하.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