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아이의 영혼은 놀이로 자란다
왜 선생님 됐어요?
애들이랑 노는 게 좋아서요. :)
교사가 되면 내가 좋아하는 아이들과 놀면 되는 줄 알았다.
첫 발령을 받고보니, 학교에서 교사의 역할이란 상상을 초월했더랬다.
그렇지만 우간다 글루에 온 첫 날에는,
그 모든 것을 다 잊고, 아이들하고 원 없이 놀았다.
우간다 첫 날 오후에 방문한 오라뽀요 초등학교(Orapworo Primary School)에서!
수업참관 후 쉬는시간, 교실 밖으로 나온 한국 선생님들은 마치 동물원의 원숭이 쯤 되는 것 같았다.
'너네 참 신기하게 생겼다. 너네는 무슨 부족이야?' 하는 것 같았던 순진무구한 눈빛.
이런 저런 인사를 나누다가 내가 묻는다.
"노래하는 거 좋아해?" "응!"
"노래 하나 알려줄래?"
몇몇 친구가 노래를 시작하니 다 같이 따라 부른다. 어느새 전체가 함께 노래한다. 즐겁다.
"춤도 잘 추더라! 우간다 춤도 배우고 싶어!"
그 중 가장 언니들 같았던 학생들이 속닥속닥 어떤 춤을 출 지 정하는 듯 하더니,
금세 우리는 손뼉치고 발 구르고, 엎드리고 두드리며 같이 웃고 춤을 춘다.
하나가 되는 분위기를 놓치고 싶지 않아 기차놀이가 하고 싶어졌다.
"자, 그 노래 부르면서 따라오는거야. 이렇게 어깨에 손을 올리고 한 줄로 ~"
앞에 붙었다 떨어졌다, 새 기차를 만들었다 합쳐졌다,
기차는 점점 빨라지고 노래는 점점 더 커지고 우리는 점점 더 신났다 !
들판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건 산 위에서 신에게 기도할 때 추던 춤이야!'하며 알려주는 강강술래 같은 것도 함께 하고,
달리기, 노래부르기, 한국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도 함께 했다. 그리고 수건돌리기와 비슷한 놀이도 함께 했다.
수건돌리기를 할 때에도, 춤을 출 때에도 자꾸 한국 선생님들이 주인공이 된다. 춤을 출 때 나랑 손뼉이라도 마주치려면 꺄르르 자지러지게 웃는다. 수건 돌리기에서는 자꾸 한국 선생님들이 걸린다. 우리를 특별한 손님으로 여겨주는게 느껴져서 참 고마웠다. 우리는 그냥 외국인일 수 있는데, 사실 친한 친구들이랑 노는 게 더 편할 수 있는데도, 우리에게 노래도 춤도 놀이도 알려주던 것이 참 고마웠다.
영국에서 같이 지냈던 소피아주머니 가족이 한국에 놀러왔었다. 소피 아주머니와 중학생이던 아들 세비를 우리반으로 초대했었더랬다. 같이 급식판에 급식을 먹고, 스피드 퀴즈를 함께 풀고, 한강에 가서 수건돌리기, 물총놀이를 했었다. 그 6학년 아이들은 이제 중3인데, 아직도 세비는 잘 있는지 묻는다.
어쩌면, 우리가 함께 놀았던 이 시간도 우간다 친구들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을까?
아이들의 영혼은 놀이로 자란다
수년 전 신문에서 봤던 글.
자연에서의 놀이가 아이의 영혼을 키운다는 칼럼 내용이 참 좋았다.
'흙을 만지며 자라서 그런지 여기 아이들 참 순수해.'하시던 현아쌤의 이야기가 겹친다.
놀이는 언제나 옳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