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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연우 Dec 24. 2022

크리스마스엔 뭘 먹을까

케이크 대신 찐빵

3일 내내 눈이 내리더니 크리스마스이브인 오늘은

해가 반짝 떴다. 해가 뭐 그리 반가울 일이 있었던가. 하지만 오늘만큼은 햇살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아파트 주차장 및 진입도로는 아직 큰 차이는 없지만 큰 도로는 얼었던 길이 제법 녹았고 사람들도 밖으로 나와서 차위에 얹힌 커다란 눈짐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딸들 때문에 오후엔 운전을 해야 하는데 차위의 눈을 치우기도 버겁고 밤늦게 빙판길이 되어있을 도로를 달리기에는 더욱더  겁이 났다. 오전 내내 창밖을 바라보며 언제쯤 괜찮을지 걱정하는 나와는 달리 남편은 또 주방에서 달그락거린다.

어제는 유튜브로 보면서 나름 레시피를 연구한 호떡을 직접 제조하시더니 오늘은 무얼 만드느라 정신없는 것일까.

남편은 어제 호떡의 첫 성공에 힘입어 오늘은 반죽기로 열심히 찐빵을 만들 반죽을 만들고 발효를 시키는 중이었다.

그 사이 빵에 들어갈 팥앙금을 준비하고 이번에도 모짜렐라를 곁들일 거란다.

(암튼 치즈는 엄청 좋아해)

빵모양으로 성형하는 중


남편은 교회로 서둘러 나가야 하는 둘째 딸을 붙잡고 둥글게 둥글게 빵모양을 빚어 팥앙금을 넣은 후 찜솥에 넣었다. 비록 찐빵집에서 파는 보들보들한 겉모습의 찐빵이 아닌 약간 투박한 찐빵처럼 보이긴 하지만 제법 모양이 그럴싸하다.

바쁘게 외출 준비하는 나에게 방금 쪄낸 찐빵을 건네준 남편.


찜솥에서 뜨겁게 익고 있는 찐빵

엄청 뜨거워서 바로 먹지는 못하니 차 안에서 먹으라고 가방에 넣어주었다.

교회로 향하는 내내 차 안에는 찐빵 냄새가 풍겼고 차위에 있는 눈을 치우느라 출출해진 딸과 나는 맛있게 찐빵을 먹었다.


크리스마스에는 왠지 예쁘고 화려한 케이크를 먹어야 제맛이겠지만 오늘만큼은 남편이 직접 만든  찐빵을 먹으며 크리스마스를 보내야겠다.

찐빵 속 치즈와 팥앙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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