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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연우 Apr 21. 2023

엄마와 봄날 산책

꿀맛 같은 주말이 지나고 다시 월요일이

시작되었다. 남편, 아들, 딸 모두 출근준비와 학교 갈 준비로 바빴지만 모처럼만의 평일 휴일을 받은 나는 한껏 가벼운 마음에 외출준비를 했다.


남들 출근할 때  학기 중에 쉬어보는 일이 얼마 만에 있는 일인지 정말 손에 꼽을 정도다. 하루 쉰다는 사실을 남편에게조차 알릴까 말까 고민하다가 아침에서야 간신히 밝혀본다. 끝까지 숨길수도 있었지만 딸의 병원 진료가 있었기 때문이다.


평소 출근하는 시간처럼 밖으로 나왔지만 오늘의 목적지는 근무지가 아닌 정반대 방향으로 차는 내달렸다. 반대편의 밀려있는 차량들을 보며 나도 저렇게 출근하고 있어야 하는데 오히려 뻥 뚫린 도로를 달리고 있다는 사실에 알게 모르게 미소가 지어짐과 동시에 쾌감이 느껴진다.


여유롭게 라디오도 들으며 도착한 병원.

다행히 오픈시간에 맞춰 도착해서 병원진료를 보고 딸을 느지막이 등교시켰다.


오전 시간이 병원 진료 때문에 반나절 날아간 듯했지만 바쁜 일정에 쫓기지 않아도 되는 나는 오랜만에 친정으로 향했다. 특별하지도 않은 날, 그것도 주말도 아닌 평범한 하루를 어떻게 보낼까 고민하다가 갑자기 엄마와 함께 식사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평소 가까이 살고 있지만 아주 멀리 살고 있는 딸처럼 자주 가보지도 못했고 늘 대충 끼니를 때우며 식사하시는 게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엄마와 식사하는 동안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나누었는데 엄마는 요즘 허리가 아프셔서 오래 일을 못하신다고 하셨다. 아빠는 어깨가 아프셔서 병원에 자주 가신다고 하셨다. 나이가 드실수록 여기저기 아픈 게 없다고는 하지만 사는 게 정신없단 핑계로 안부 한번 제대로 여쭙지 못했던 것이 무척이나 죄송했다. 


올해는 봄이 되었어도 꽃구경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집에만 계셨다기에 모처럼 잠깐의 시간이라도 엄마와 함께 가까운 공원이라도 함께 산책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평일이라 그런지 공원은 한산했지만 여유롭게 만개한 철쭉을 찬찬히 감상하며 걷기에 무척 좋았다. 울긋불긋 활짝 핀 철쭉을 보고 있노라니 기분이 좋았지만 이렇게 흔한 철쭉도 우리 엄마는 맘껏 보지 못했구나라는 사실에 갑자기 울적해졌다. 진작 자주 모시고 나올걸. 여행이 아니더라도 가끔은 가까운 공원 산책이라도 했어야 했는데 30분 정도의 시간도 내어드리지 못한 못난 딸은 항상 자신의 바쁨을 이야기했었다.


예쁜 철쭉꽃들, 연분홍빛의 왕겹벚꽃 앞에서 엄마의 사진을 찍어 드렸다. 귀찮고 더워서 사진을 안 찍는다고 하실 줄 알았는데 사양은커녕 조용히 자리를 잡으시며 사진 찍는 걸 무척이나 좋아하셨다. 이렇게 좋아하시는데 그동안 못 해 드렸다니 나는 참으로 무심한 딸이다. 별거 아닌 사소한 산책 하나에도 부모님에겐 이렇게 큰 기쁨을 드릴 수 있는데 왜 그리 그동안 못했을까.


공원을 두 바퀴째 돌 때쯤 엄마는 점퍼를 벗으시고 한껏 가벼운 걸음을 내딛으셨다. 얼굴 표정도 밝아지시고 두 볼은 벌겋게 달아올랐다. 허리가 아프시다고 하셔서 오래 못 걸으실 줄 알았는데 간만의 깜짝 외출에  무척 즐거우신 듯했다. 1시간 가까이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신 엄마는 시원하다 말씀하셨다.


불면증이 있어서 잠을 잘 못주시는 엄마는 그날 밤은 푹 주무셨다고 하셨다. 햇볕도 충분히 쬐고 땀도 흘리고 운동도 했으니 말이다. 진작 이렇게 해드릴걸. 효도가 별 건가. 마음씀이 별 건가. 마음이 있을 때 표현하고 해 드리는 것.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내어드리는 것. 아주 소소한 일상으로 행복과 즐거움을 드리는 것. 그게 바로 효도가 아닐까.


엄마. 그동안 많이 못 해 드려서 죄송해요. 앞으로는 바쁘더라도 시간을 좀 더 내어볼게요.

따스한 봄날, 마음속으로 한번 더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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