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예배를 드리고 있는 도중 조용한 예배당 안을 울리는 핸드폰 문자 소리. 핸드폰 1개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다. 바로 여기저기서 들리는 문자 소리들. 무슨 일인가 싶어 잠시 핸드폰을 열어봤다. 오후 12시쯤 행정안전부에서 안전 안내 문자가 도착했다. 장마가 전국적으로 확대예정이라는 문자였다. 어젯밤 뉴스에서 제주도부터 장마가 시작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진짜 장마가 시작되려나보다.
6월 말. 아침저녁으로 제법 후끈해진 공기의 온도를 느낀 지 얼마 안 되었는데 이젠 꿉꿉한 습도 속에 지내야 할 생각을 하니 고개가 절로 저어진다. 아마도 이 장마가 끝나고 나면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될 것이다. 유난히 올해 비가 많이 올 거라는 '역대급 장마'예보에 벌써부터 걱정이 되기 시작했지만 장마가 시작되었다고 해서 따로 준비한 것은 없다. 언니는 지난주에 내게 장마대비용 부츠를 샀다고 이야기했었다. 나도 그때 레인부츠를 구입했어야 했나 잠시 생각했지만 고무 소재 부츠가 신으면 편하지는 않아서 딱히 구입할 생각은 없었다.그나마 장마를 위해 대비한 것은 작년에 구입한 제습기다. 사실 우리 집은 건조기가 없다. 집구조가 옛날 아파트 구조라 다용도실에 세탁기만 놓을 수 있어서 건조기를 놓을 수 없다. 몇 번이나 구입을 고민했었으나 마땅히 놓을 수 있는 장소가 없었고, 기존 세탁기에 건조기능이 있는데 건조기를 뭐 하러 구입하냐며 대기업의 상술에 넘어간 나에게 엄청난 핀잔을 준 남편 덕분에 건조기에 대한 생각은 진작 떠나보낸 지 오래다. 하지만 장마기간에 빨래를 하면 건조가 쉽지 않다. 뽀송뽀송한 옷과 수건은 기대할 수가 없단 말이다. 그래서 대안으로 생각한 것은 제습기였다. 남들은 쉽게 살 수 있는 것이라지만 그것도 남편이 뭐라 할까 싶어 고민 끝에 내 돈으로 몰래 산 제습기였다. 구입하고도 안방용 벽걸이 에어컨이나 창문형 에어컨을 구입했어야지 제습기를 샀다며 짧은 잔소리를 듣긴 했다. 에어컨도 제습기능이 된다며. 어쨌든 우리 집도 주말에 제습기 가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우리 집에서 가장 습기가 많은 곳은 안방이다. 제습기를 가동하니 습도가 무려 70%란다. 3일 동안 잠깐씩 제습한 양이 물통에 가득 찼다. 이번 장마기간에는 우리 집 제습기가 쉴 새 없이 일할 예정이다.
잠시 저녁을 먹고 아파트 근처 마트에 나왔다. 때마침 예보처럼 밖은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우산을 쓰고 걸으니 습기 가득 머문 바람이 우산을 이리저리 흔들어댄다. 다음 주 한 주간 일기예보는 모두 비소식으로 가득 찼다. 본격 장마라는 소식이 전혀 반갑지는 않지만 올해는 제발 장마로 인해 큰 사고가, 재난이 없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