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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서영 Aug 05. 2023

PonderED 민동필 인터뷰 첫 번째 이야기

황서영의 컬러풀 캐나다


민동필 대표는 미국 워싱턴주의 Washington State University에서 생화학/생물물리학 박사학위를 받고 뉴욕의 코넬대학 의과대학 (Weill Cornell Medical School)에서 박사 후 과정을 거친 후 콜럼비아 대학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재직했다. 캐나다 이민 후 캐나다 국립 연구원에서 연구를 하며 동시에 몬트리올에 위치한 콩코디아 대학의 겸임교수로 혈우병 치료제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밴쿠버로 이주한 후에는 고기능 자폐 증상이 있는 아들(민가빈 군)의 교육을 위해 수년간 진행해 온  교육방법에 대한 연구 과정에서 일반인들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발견하고 ‘사고의 전개과정을 기반으로 한 교육’이라는 학습법으로 발전시켰다. 관련 내용은 http://www.PonderEd.ca 에서 볼 수 있다.


교육법에 대해 설명하는 민동필 대표

황서영(이하 황) :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본격적으로 인터뷰 질문을 드리기 전에 혹시 민동필 박사님......이라는 호칭 괜찮으신가요? 아니면 대표님이 더 편하실까요?


민동필(이하 민) : 사실 박사라는 호칭은 적절하지 않다고 봐야 하죠. 제가 과학자로서 박사 학위를 받은 것이지 지금 하는 교육 관련 일로는 박사 학위를 받은 게 아니라서요. 호칭이 그리 중요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하하


황 : 그렇다면 선생님이라고 칭하겠습니다.


민 : 네 편하실 대로요.


황 : 첫 번 째 질문입니다. 민동필 선생님께서 받은 최고의 가르침은 무엇인가요?


민 : 제 인생을 바꿔준 가르침을 주신 세 분 떠오르네요. 석사 때의 지도 교수님 덕분에 세상에 대한 눈을 다시 뜨게 되었어요. 공부란 무엇인가, 연구란 무엇인가 하는 개념을 잡을 수 있었어요. 백과사전에서 생화학이라는 단어를 봤는데 이상하게 끌리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하다가 생화학과에 들어가게 됐는데 처음에는 사실 이 공부를 내가 왜 하고 있는 거지? 싶더라고요. 외울 건 많지, 공부하기는 싫지, 겨우 다녔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지도 교수님 수업을 처음 듣게 됐어요. 과목이 물리화학이었는데 처음 보는 방식으로 수업을 하시더라고요. 책도 없이 그냥 이야기를 하듯 처음부터 끝까지 풀어가셨어요. 그 수업에 반해서 그 길로 바로 교수님을 찾아가서 연구실에 받아달라고 부탁드렸죠.


황 : 그 수업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나 봐요.


민 : 그래서 찾아갔는데 그때 교수님이 그러시더라고요. "야 인마, 너는 맨날 술만 먹고 돌아다니는 놈이 연구를 할 수 있겠냐?"


황 : 아, 민동필 선생님께서도 처음부터 공부만 하신 분은 아니시군요. 하하. 저는 선생님이 처음부터 끝까지 학구파 모범생일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민 : 처음 대학에 들어갔을 때는 안 그랬어요. 그 지도 교수님 연구실에 들어가서 달라졌죠. 교수님과 실험을 하면서 토론을 했는데 그 과정에서 어떻게 데이터가 만들어지고 이론이 세워지는지 제대로 알게 됐어요. 

그리고 두 번째 제 인생의 큰 가르침은 코넬 대학에서 박사 후 과정에서 만난 교수님이에요. 그분이 코넬대학 교수로 지원할 때 뭘 연구해야 하는지 정하지 못했었대요. 근데 보통은 지도 교수 아래에서 연구했던 분야를 가지치기하듯 주제를 정하는데 그분은 도서관에서 꼬박 열흘 동안 연구 주체 찾기에 매달린 거예요. 하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연구 주제를 찾은 거죠. 그러니 데이터가 있을 리가 있나요. 근데 데이터도 없이 쓴 연구 제안서를 코넬 대학교가 받아준 거예요. 완전히 새로운 접근 방식이죠. 그리고 마지막 세 번 째는 콜롬비아 대학에서 연구를 할 때의 교수였어요. 제가 그 사람에게 크게 놀란 것은 그 사람의 글쓰기였어요. 제가 글을 써 가지고 가면 그 자리에서 바로 고치는데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어떻게 흘러가는 생각을 저렇게 자연스럽게 글로 정리를 할까? 문장의 순서를 뒤집고 재배치하면서 같은 내용을 가지고서 완전히 다른 느낌의 스토리로 재구성하더라고요.


황 : 그 세 분의 가르침이 지금의 민동필 선생님을 존재하게 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


민 : 공부에 대한 생각을 정립하는데 많은 영향을 미쳤죠. 어떤 근거를 가지고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해야 사람들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갈 수 있고 내 것을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한 것을 깨닫게 해 준 분들이니까요.


황 : 인생을 바꿔준 세 분의 선생님들, 그러니까 선생님의 선생님인 거잖아요. 어떤 분들인지 너무 궁금하네요.


민 : 워낙 유명한 분들이고 업적도 있으니 인터넷에 이름으로 검색하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거예요.


황 : 꼭 한 번 찾아보겠습니다. 민동필 선생님께서는 한국, 미국, 그리고 캐나다, 세 나라를 골고루 십 년 이상 경험하셨는데요. 각 나라 별로 어떻게 느끼셨는지 궁금합니다.


민 : 한국의 경우는, 이 에피소드를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얼마 전에 우리 아이와 함께 한국을 다녀왔는데 저희 아이처럼 자폐 증상이 있는 사람은 특징적인 몸의 움직임이 있어요. 예를 들어 걷는 모습이 다르다거나 갑자기 점프를 한다거나 하는 행동들이죠. 근데 한국에서는 아이가 그런 발작적인 행동을 더 많이 하더라고요. 스트레스가 심할 때 나오는 행동인데 한국이 자유로움보다 통제적인 부분이 더 많아서 그런 것 같아요. 이를 테면 병원에서 마스크를 나눠 주는 사람들의 말투와 눈빛 같은 것들이 좀 더 강압적으로 느껴진다랄까요. 미국은 그 어떤 것보다 차별에 대해서 민감한 나라라는 인상이 있죠. 속으로는 동양인을 무시할 수도 있고 장애인에게 차별적인 마음을 품을 수 있겠지만 일단 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기 위해 노력하잖아요. 차별은 나쁜 것이고 큰 사회적 문제라는 걸 인지하고 있으니까요.


황 : 공감합니다. 개개인이 어떤 속마음을 품고 있든 차별이 나쁜 것이라는 사회적인 인식이 사회적 약자들에게 전혀 다른 경험을 제공한다고 생각해요.


민 : 제가 박사 과정을 할 때 누군가 물어보더라고요. 너도 인종차별을 느낀 적이 있냐고요. 그 질문에 제가 한 대답이 뭐였냐면 '나는 인종차별까지 가지도 못한다. 그전에 언어능력 차별이 더 먼저다'였거든요.


황 : 오, 맞아요. 저도 제 책에 그런 얘기를 썼는데, '인권 챙기려면 언어부터 극복해야 한다. 모든 영어권 나라가 그렇겠지만 아무리 캐나다가 인권의 나라라고 해도 인권의 전제 조건이 영어일 수밖에 없더라, 라고요.


민 : 그럼요. 인종차별과 장애차별 이 전에 언어능력 차별이 있다고 생각해요.


황 : 미국과 캐나다의 차이는 어떻게 느끼셨나요?


민 : 캐나다는 다인종 국가잖아요. 그러다 보니 영어 악센트가 있는 사람들이 많죠. 이곳도 물론 영어를 못하면 드러나지 않는 차별은 있겠지만 악센트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차별받는 경우는 드물다고 봐야죠. 굳이 미국과 캐나다의 차이를 들자면, 미국의 경우에는 영어의 유창성에 더 집중을 하는 반면, 캐나다는 유창성보다는 정확한 의사전달 능력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황 : 장애를 가진 아이를 키우시면서 캐나다가 이런 부분은 좋구나 하고 느낀 점이 있으신가요?


민 : 아이 교육에 집중하게 되면서 교육 쪽에 관심을 가지게 됐는데요. 캐나다는 데이터가 어느 정도 쌓이면 큰 어려움 없이 새로운 교육 방식을 시도하더라고요.


황 : 한국보다 새로운 교육 시스템을 적용하는 게 쉽다, 그러니까 좀 더 실험적이고 도전적이라고 봐도 될까요?


민 : 그렇죠. 그런데 또 문제는 시도해 보고 아니다 싶으면 바로 폐기해 버리기도 해요. 큰돈을 들여 투자했어도 기대한 결과를 얻지 못하면 금방 포기하는 거죠.


황 :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교육 시스템의 동전의 양면 같은 거네요.


민 : 예, 그렇다고 느꼈어요. 사실 이런 부분은 제가 교육 관련 일을 연구하면서 개인적으로 느낀 견해라서 다른 분들은 또 다르게 느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황 :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 신속하게 철수하는 면도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또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게 한다는 생각도 드네요.


민 : 사실 캐나다가 교육적으로 좋은 점은 시스템도 시스템이지만 저는 자연이라고 생각해요. 장애가 있건 없건 자연 속에서 크는 경험은 모든 아이들에게 그 무엇보다 좋은 영향을 끼치니까요. 공부라는 것도 결국 자연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관찰하고 이해하면서 해석을 해나가는 건데 직접 그 속에 들어가서 보고 만지며 느끼는 것만큼 좋은 게 없죠.


황 : 그런 면에서 산과 바다, 강, 호수가 다 모여있는 캐나다는 더없이 좋은 교육 환경이겠네요.


민 : 너무 좋은 곳이죠.


황 : 그럼 교육 연구 쪽으로 주제를 넘어가 볼게요. 선생님께서는 가빈 군을 직접 교육하기 위해 연구하시다 일반인에게도 도움이 되는 ‘사고의 전개과정을 기반으로 한 교육’라는 학습법 그리고 교육법을 개발하게 되셨다고 알고 있어요. 영문으로 정리된 박사님의 출판문을 읽어봤지만 사실 너무 어려운 내용이라서요. 제 기억 속에 남은 건 좋은 질문과 개념의 연결, 이 두 가지인데요,  교육학에 전문 지식이 없는 사람들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부탁드릴 수 있을까요?


민 : 사실 쉬운 설명이 '쉽지' 않은 게 맞아요. 이게 한 사람을 기준으로 사례를 놓고 이야기를 하면 훨씬 쉬운데 일반화해서 설명을 하려다 보니 세미나를 듣는 것처럼 어렵게 느껴질 수밖에 없어요. 


황 : 아무래도 구체적이기 힘들고 개념 위주의 설명이 되다 보니 그럴 수 있겠네요.


민 : 최대한 쉽게 설명을 해볼게요. 사람의 두뇌가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을 이야기해보면 가장 먼저 감정으로 받아들이고 판단을 내리죠. 예를 들어 '복어처럼 독이 있는 물고기를 먹으면 죽는다'는 사실을 결과를 보고 이해한 후에 정보로 받아들이는 것이죠.


황 : 정보 처리의 과정에서의 감정을 말씀하셨는데 '복어처럼 독이 있는 물고기를 먹으면 죽는다'는 결과를 보고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느끼고, 그 감정을 통해서 '복어를 먹지 않아야 한다'는 판단이 내려진다는 뜻인가요?


민 : 그렇죠. 하지만 야생에서 혹은 사회에서 동물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거든요. 어쩔 수 없이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내가 살아남으려면 다른 개체들보다 뛰어나야 하죠. 다른 사자들보다 내가 사냥을 더 잘해야 하고, 다른 선수들보다 내가 몸을 잘 움직여야 경기를 이기는 것처럼요. 목표물의 행동 패턴을 보면서 최적의 전략을 연구하고 시도하고 또 수정해 나가야 하는 거죠. 그 과정은 결국 끊임없는 '어떻게'에 대한 고민이거든요. 사냥감이든 축구공이든 아니면 사람들의 관심이든 내가 정한 목표물을 내 손에 넣기 위해서 계속적으로 방법을 찾아가게 되어 있어요. 그런데 이건 동물과 인간의 공통된 본능적인 생존 메커니즘이고 인간의 영역의 보다 높은 차원의 두뇌 활동을 이해하려면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해요.


황 : 목표 지향적인 사냥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는 말씀인가요?


(2편에서 계속)



Equality와 Equity의 차이를 보여주는 유명한 밈(meme : 한 사람이나 집단에게서 다른 지성으로 생각 혹은 믿음이 전달될 때 전달되는 모 가능한 사회적 단위를 총칭한다. 인터넷상에서 유행하는 '문화 요소'이자 대중문화의 일부 [출처: 위키피디아])이 있다. Equality를 보여주는 그림은 울타리 너머 경기를 관람하는 세 명의 사람이 같은 크기의 상자 위에 올라가 있어 키가 작은 사람은 경기를 보지 못하고 있지만 Equity를 보여주는 그림은 키에 따라 각각 다른 크기의 상자 위에 올라가 있어 세 명 모두 울타리 너머 경기를 같은 높이에서 보고 있다. 모두에게 똑같은 자원이 주워지는 것이 전자라면 개인의 차이를 고려하여 다르게 주어지는 자원의 분배가 후자를 뜻한다.  한자어를 차용한 한글은 평등(평평할 평(平), 무리 등( 等))과 공평(공평할 공(公), 평평할 평(平))으로 번역되는데 사실 한자어의 뜻을 살펴보면 그 차이가 크게 와닿지 않지만 두 단어의 차이를 내세우는 의도를 고려하면 결국 개인이 가지는 '다름'에도 불구하고 같은 결과를 보장하는 것이 공평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의 교육이 평등에 가깝다면 캐나다의 교육은 공평에 가깝다고 이야기한다. 캐나다뿐 아니라 대부분의 교육 선진국이 제공하는 교육은 개인의 차이를 배려하려는 노력이 있다. 특히 장애 아동의 경우 일부 특수학교를 통해 효율적인 교육 시스템을 제공하긴 하지만 대체로 일반 학교 안에서 비장애인 아이들과 함께 공부한다. 대신 개별 보조 교사 지원을 통해 학교 수업에 따라갈 수 있게 돕는다.


축복받은 자연환경과 공평한 교육의 기회가 있는 캐나다에서도 민동필 대표는 자폐성 장애 아동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다고 말한다. '공평한 교육'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이유는 정보를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른 아이들에게 맞는 교육 방법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그들을 연구하고 이해하려는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보조 교사가 수업 내용을 한 번 더 짚어주는 수준을 넘어 생각하고 인지와 사고의 흐름에 다르게 접근하는 학습 방법과 교육 방식을 연구하고 전파하는 민동필 대표의 ‘사고의 전개과정을 기반으로 한 교육’ 내용에 대해 인터뷰 2편에서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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