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

감정 글쓰기 3주 차

by 황서영

'감정 글쓰기' 코칭 수업 수강생들의 글을 모아 편집한 글을 발행하고 있습니다.


강의/코칭/편집

황서영 no.more.thinking.and@gmail.com



1.

콩은 콩이고 팥은 팥을 생산해 내건만

왜 인간은 감나무에서 무화과를 찾고

심지도 않은 것에서 뭔가를 얻고자 애를 쓰나?

‘거저 왔으니 거저 가야 함’을 이해하지 못하는

인간의 어리석은 욕망을

안 스러이 생각하는 이 저녁,

바람에 휘날리는 꽃잎처럼 가뿐히 살고 싶다.

2.

햇살과 바람이 풀과 나무를 가꾸듯

이해란 바로 받아들이는 힘!

2+2=4라는 단순한 공식을 왜 모를까?

이해하고 이해하면 사랑인데.

여보슈, 사람들아!

인생 별거 없소

그저 정을 주고받고 즐거움이 넘치면 그뿐.

배려와 수용이 없고

알고 싶다는 마음 없음이 문제가 아니겠소?

3

조용히 말씀을 묵상하는 새벽,

커피 향처럼 진하게 올라오는 감동의 시간.

비록 예수님처럼은 아닐지라도

가슴으로 사람을 알아가자.

그들의 마음을 토닥거리자.

내내 자신에게 약속을 하는 시간.

다시 보면 달라지는 세상인 것을.

2+2=4란 공식을 온몸에 새기는 순간,

새로운 길이 열린다.


<열린 출구> 최 성은 Sue



사람을 이해한다는 건

사랑의 문으로 들어서는 것


피어난 말과 행위의 줄기를 타고

뿌리에 닿으면


그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왜 그렇게 행동을 했는지

한 순간에 '앎'이 다가오고


마음에서 솟아오르는 관용의 정,

사랑의 향기…



나 자신을 이해한다는 건

자유의 문을 여는 것


나는 과거의 스토리와

미래의 기대가 만든

조형물이 아니라는 걸 깨닫는다면


현재의 영원한 연장선에 존재하는

기쁨이 내 것이 되고


온 존재 속에 그득한 환희의 빛,

자유의 공기…


<이해한다는 것> 빵굽는엄마




“야~~ 야~~ 그럴 수 있다~~~”

일산 화정에 사시는 그분은 어머님이랑 가장 친한 고등학교 친구분 중에 한 분이시다. 매사에 늘 하시는 말씀 “야~~ 야~~ 그럴 수 있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깜짝 놀랐다. 어머님 말씀엔 말씀이, 그 화정 친구는 남편이랑 바람난 여자랑 한 방에서 같이 셋이 잔 적도 있다고.

"세상에나 그럴 수 있나요? 어떻게 되었어요?"

"자고 일어났더니 그 여자가 가고 없더라고."

그 속은 시뻘거었다 못해 새까맣게 타 버렸을 거 같으신 데도 그 속이 얼마나 새카맣게 탔을까? 볼 수 없어도 보이는 것 같았다. 여전히 남편 분하고 남편분과 같이 살고 계신다.


지금 화정아주머님은 약간의 치매가 오신 상태 치매에 걸리셨다. 시지만 다행히 약이 좋아서인지 더 나빠지시는 않으신 것 같으신데 나빠지는 건 아니라고 한다. 아주머님이 처음 치매 증상을 보이자 남편이 통장이며 도장이며 모두 가져갔지만 가지고 도망친 일도 있었다고 한다. 지금 남편 분은 투석 중이시라고 현재는 아주머니의 남편은 신부전증으로 혈액 투석을 받는다.

“내가 먼저 갈 줄 알았는데 지가(남편이) 먼저 가게 생겼다며 웃으신다 생겼지 뭐

하며 웃으신다.


재수할 때 나의 친구(정이)랑 사귀었던 남자(진) 친구가 있는데 결국엔 진의 가장 친한 친구(철이)랑 희정이정이 결혼을 해서 지금 두 사람은 미국에 살고 있다. 그 철이친구 시부모님은 안산에 지금 살고 계신다. 자식 모두 미국에 있고 코로나로 한국에 들어올 수 없는 상황이어서 2021년에 희정이 시아버님의 팔순이 다가와 마음이 쓰여 쓰였다. 친구들에게 얘기해서 옥꽃이랑 케이크랑 준비해서 나랑 그 진 친구랑 함께(사실 이해가 되질 않는다. 물론 시간이 지나고 각자 결혼했지만 한때 사귀었던 여자친구의 시부모님이 아니라 어릴 적 친구의 부모님 뵈러 가는 걸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철이의 부모님을 찾아뵈었다. 이런저런 이야기 중 그 진친구도 내 이야기에 화정아주머님처럼 “그럴 수도 있지”, “그럴 수 있지~~” , 난 항상 '어떻게 그럴 수 있어?'였는데…


이 두 사람의 공통점이 뭘까? 생각을 하게 되었다. 두 사람에게서 느낀 건 여유였다. 여유가 있으면 그렇게 생각이 드는 걸까. 경제적이든 마음이든 여유가 있으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걸까? 늘 예민하고 날이 서있고 단어 토시하나에도 민감한 나한테는 참 어려운 말이다.

"그럴 수 있지~~"

이 말이면 모든 것이 다 용납이 되고 덮을 수 있는 덮어 줄 수 있는 말이다. 한때는 나이가 들면 사람들이 모두 유해지고 이해의 폭도 넓어지고 그렇게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자신이 이해라는 것은 자신의 그릇만큼만 담을 수 있고 있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누구를 이해하는 것도 저절로 되지 않는다는 것도 깨달았다.


“Understand”

그 사람 보다 더 아래에 서면 이해가 될까? 며칠 전 설도 다가와서 안산에 친구 시부모님을 찾아뵙고 점심을 같이하고 집에 가서 차 한잔하고 나오는데 아버님이 배웅이 해주셨다. 본인도 발부터 눈까지 안 아픈 곳이 없고, 어머님은 궤양성대장염에 허리도 안 좋으시고 아픈 아내를 대신해서 식사 준비며 모든 것을 집안 살림을

다 하셔야 되시고 자식들은 모두 미국에 있으니 심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많이 힘드신 것 같았다. 그분도 성한 곳이 없으신데 궤양성대장염에 고생하시는 어머님을 대신해 집안 살림을 도맡아 하고 계셨다. 우리 부모님을 보아도 나이 드신 두 분이 함께 아픈 몸을 이끌고 다른 사람을 챙기고 돌보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느끼고 있었는데 있었다.


아버님 그냥 소원이 있다면 "어느 날 팍 죽었으면 좋겠다"라고 말씀하셔서 깜짝 놀랐다. 바로

"그럼 어머님은 어떻게 하세요 어떡하고요?"라는 말이 바로 나왔다.

아버님 “그러니까…” 말 뒤끝을 흐리셨다. 왜 노인 자살률이 높은지, 요즘 직접, 간접적으로 느끼니 한편으로 이해가 된다. 무엇이든 경험해 보고 느끼게 되면 생각이 이해의 깊이가 달라지는 것 같다. 여전히 자기중심적이고 나만의 기준으로 사람을 보고 평가하고 있지만 사랑이, 애정이 부족해서 그런 건가 하는 생각도 든다.

많은 것에서 여유롭고 싶다. 모든 사람들에게 그렇게 할 수 없지만 적어도 내가 사랑하는 애정하는 사람들에게 만큼은 시간이 갈수록 예전보다 그들을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을 가져 그 들의 말을 따뜻하게 다정하게 들어주고 그분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말을 건너 수 있길 바래본다. . 모든 사람들에게 다 그럴 수는 없을지라도 적어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만큼은 좀 더 다정하게 대하는 사람이고 싶다. '야, 그럴 수 있다'라는 말을 자주 할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야~야~~ 그럴 수 있다- <GM김수정>



어떻게 하면 네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을까

겉사람 말고 너의 속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내게 필요한 게 무엇일까


너는 말을 안 하는데 네 마음을 내가 어떻게 아니

내가 너를 이해 못 한다고 욕하지 마

제삼자에게만 고백한 네 속마음을 내가 어떻게 아니


내 마음이 상처받을까 봐 내게 직접 얘기를 못하겠다고

제삼자를 통해서 돌아 돌아 너의 속마음을 듣는

나는 괜찮을 거라고


단 한 번도 너는 속마음을 털어놓은 적이 없어

나는 네가 누구인지 모르겠어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만큼

보이지 않는 벽이 높아지는 만큼


어디서부터 어떻게 무슨 이야기로 대화를 시작해야 할지

엉킨 실타래의 끝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 건지


좁혀질 수 없이 평행선을 달리는 우리는

영원히 만날 수 없는 철길 같구나


<남과 여> 소냐민정


내가 한국에 있을 때 한국은 정부차원에서 외국인과 결혼한 가정을 지원해 주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지역마다 개설해서 운영했다. 대부분이 한국 남성과 결혼한 외국인 여성이며 결혼이민자라고 부른다. 나는 사회복지사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근무하면서 근무할 때 다양한 결혼이민자를 만났고 부부상담도 했다. 내가 결혼 전에 부부상담했을 때는 상담자들의 의견이 충돌되는 부분을 풀어갈 수 있게 도와주었다.

남편 : "아내가 말도 잘 안 하고 거리를 둬요. 번역기를 통해서 대화를 하면 이혼하자는 말만 해요."

아내 : "남편이 결혼 전에 친정으로 돈을 보내주기로 했는데 약속을 지키지 않아요."

남편 : "저는 아내가 이걸로 이것 때문에 저를 거부하는지 몰랐어요. 결혼 전에 통역사를 통해서 대화했었는데 친정에 돈을 보내주겠다는 약속을 한 적은 없어요. 만약에 제가 약속했다면 친정에 돈을 보내줬죠. 보내줬을 겁니다."

사화복지사: (아내에게) "남편은 통역사에게 친정에 돈을 보내달라는 보내라는 내용을 전달받지 않았지만 들은 적이 없지만 지금이라도 돈은 붙여 줄 수 있데요 있대요. 수시로 이혼하자고 하면 부부 사이에 문제가 커질 수 있어요."


다문화가족 부부상담은 언어 소통이 잘 안되서 안 돼서 오해가 생겨 일어나는 일이 많은데 결혼이민자들이 남편에게 자주 하는 말이 "이혼해, 본국으로 갈 거야." 등이 있다. 저는 결혼이민자와 상담할 때 깊은 공감보다 쉽게 조언하지 않았나!란 생각을 했다.


상담할 때 조언보다 공감을 더 해줄 걸 하는 후회가 된다. 내가 외국인과 결혼해서 타국에서 살아보니 남편과 갈등이 생기면 협박처럼 나올 수 있는 말이었다. 물론 부부 사이에 하지 말아야 할 말이지만 외국 아내 입장에서는 남편만 보고 한국에 와서 사는데 대화도 잘 안 되고 본인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 것 같은 기분이 들면 참 외롭고 힘든 시간이었을 것이다. 내가 캐나다에 와서 캐네디언을 만나 결혼해서 아이 낳고 살아보니 한국에서 예전에 부부상담했던 분들 생각이 많이 난다. 내가 그 분들을 더 공감해주지 못했구나! 결혼해서 살다보면 남편이 남의 편같을 때 협박할 수 있는 무기가 그런 말들 일 수 있겠구나! 한국에 와서 한국어도 빠르게 배우고 가족들의 도움없이 육아하며 취업까지 하는 분들이 대단한 거였다. 남편 하나 믿고 고향을 떠나 결혼 생활을 하던 그들의 유일한 무기가 '이혼하고 돌아가겠다'는 말이었을 것이다. 그 마음이 이제야 이해가 되어 그때 더 공감해주지 못했던 것이 자꾸 후회가 된다.


경험하지 않으면 모르는 인생사가 많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누군가에게 조언한다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신중해야 할 일이다. 내가 아는 범위에서 경험한 부분을 바탕으로 말하게 되기 때문이다. 내 가족과 멀리 떨어져서 남편 나라에서 살아가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어느 한쪽만이 언어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언어와 문화를 배우면서 이해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 쉬우면서도 어려운 과제다. 한다. 참 어려운 일이다. 우리 남편도 결혼 초기에는 혼자 독학으로 온라인 한국어를 배웠는데 내가 영어를 공부하고 대화가 되니까 한국어를 더 이상 공부하지 않는다. 누구나 부부사이에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어떻게 풀어가느냐는 나에게 달려있다. 상대방을 통제하려고 하기보다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데 결혼년수가 길어질수록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부분도 있다. 중요하다는 것을 매일 느낀다. 내가 결혼이민자가 입장이 되어보니 그럴 수 있겠다는 이해와 미안함이 내 가슴 속에 남아있다. 혹시라도 예전에 상담했던 사람들을 만난다면 그때 조언만 늘어놓아 미안했다고, 그 마음을 이제는 이해한다고 꼭 말해 주고 싶다.


<해외살이 결혼이민> 캐나다 아하



아침 7시밖에 안 됐는데

7시 30분이라며 방문을 박차고 들어와

호들갑스럽게 우리를 깨우는 엄마


5분만 더... 를 간절하게 바라며

이불을 머리끝까지 끌어올리는 그 순간에도

아침확언이라며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주문처럼 외우는 엄마


전날 밤부터 하루도 빠짐없는 엄마의 고민

"내일은 무슨 도시락을 싸줘야 하나..."

도시락은 늘 정성 가득 훌륭했으나 포크 넣는걸 밥먹듯이 까먹는 엄마


플레이데이, 또는 슬립오버 건수가 생길 때마다

"일단 아빠한테는 말하지 말아 봐" 라며

늘 짜고 치는 고스톱으로 아빠에게 허락을 얻어내는 타짜 엄마


"애들아! 집에 돌아오면, 놀기 전에 오늘 배운 건 꼭 복습해야 한다."

라고 신신당부하면서 엉덩이를 의자에 붙일 틈도 없이

시도 때도 없이 불러 심부름을 시키는 엄마


우리 중 누구 하나를 불러야 할 때도

"진아, 관아, 수야~~~"라며 셋 이름을 늘 세트처럼 불러

도대체 그 마음에 누구를 염두하고 있는 건지 도통 알 수 없는 엄마


"엄마. 학교에서 정말 때려주고 싶은 애가 있는데 어떻게 하죠?"

며칠을 고민한 나의 진지한 질문에

"음.... 때려도 되는데 죽이지는 말아라... 너한테 맞으면 죽어"

라고 일단 웃음으로 날 토닥이는 엄마


요즘 들어 부쩍 우리에게 질문이 많아진 엄마

"오빠 여자친구 있는 거 아니니?"

"누나 남자친구 생긴 거 아니야?"

"만약 조금이라도 이상하다 생각되면 바로 엄마한테 이야기해야 한다~"

"스파이 같다고? 아니야! 독립운동할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거는 스파이 역할을 했는지 아니? 목숨 걸고 비밀 임무를 수행했는지 아니? 이건 그거랑 같은 거야!"

라며 말도 안 되는 논리로 우리 정신을 빼놓는 엄마


알고 있다.

언젠가 우리가 아이들의 방문을 벌컥 열며

"애들아~! 벌써 8시야. 너희 모두 지각이야"거짓말을 하는 그 순간 거짓말을 하는 날이 오면

엄마가 많이 생각날 듯합니다.

이 모든 것이 이해되리란 것을


<당신을 이해합니다> -패미로얄-


A의 존재감은 비록 한평 정도 크기지만 어색하고 불편한 공기가 집 전체를 가득 채웠다. 아이들의 성화에 못 이겨 그를 집에 들이기로 했지만 내심 못마땅한 마음은 어쩔 도리가 없어 막막하기만 했다. 더 이상 AS가 불가능해서 그전에 있던 해진 ‘수니’의 합동 로봇 장례를 치른 지 얼마 되지 않아 마음이 울적했다. 화재 현장 진압에서 큰 손상을 입은 수니가 재정비되어 중고로 우리 집에 온 이후 오래 못 갈 거라는 생각은 했지만 그리 빨리 보내야 해서 마음이 복잡했다. 녀석을 부려먹으며 고생만 시켰기 때문이다. 그래봤자 철근 따위이지만 나를 이해해 주려 노력하는 그 존재감의 부재에 더 허전해서 그랬는지 모른다. 다시는 휴머노이드를 들이지 않으리라 했던 결심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나를 위한다는 이름 아래 그들의 효도를 과시하는 듯 이번에는 사람 피부를 가진 휴머노이드로 업그레이드해 주었다. 문득 흉측하고 불쾌한 느낌마저 감도는데 전원 스위치를 켜니 불쑥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한다. 인사성 하나는 밝구나 하며 어색한 인사를 나누고 멋쩍은 표정을 서로 나누었다.


나의 일상생활을 도울 항목들은 이미 다 입력되어 있었기에 다시 설명해 줄 필요는 없었다. 다만 시도 때도 없이 성가시게 하지 말기를 당부했다. 독거노인의 고독사 뉴스가 연신 화젯거리여서 화젯거리였다. 내가 저 로봇과 함께 살아야 하는 현실이 나를 더 약하게 만드는 거 같아 잡데 구래한 생각들이 내 머릿속을 헤집었다.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쓸쓸한 가을바람은 고독을 가장한 외로움으로 나를 덮쳤고 그럴 때마다 위안이 돼주던 책도 소용이 없어졌다. 기력을 다할 무렵에는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흘렸다. 그런 나를 바라보는 A는 오늘의 나의 일상을 보고 관찰한다. 내 표정과 내 안구 동공의 움직임 등을 파악해 나의 정서에 대한 정보를 쌓아가는 중이었다. 부탁한 대로 이 녀석은 나를 최대한 편안하게 해주려 했으나 매번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셔요’ 하고 마지막 멘트로 끝내서 그게 못마땅했다. 하는 마지막 인사가 참 마음에 들지 않았다.

“A야, 매번 그렇게 마지막 인사를 그렇게 안 해도 돼. 오늘은 내가 좋을 일이 하나도 없거든.”

“아 죄송합니다. 그럼 뭐라고 하면 될까요? “라고 A가 물었다.

“글쎄, 그냥 옆에 와서 앉아 아무 말 없이 있어줘도 좋아.” 하고 답을 했다. 그렇지 않으면 집요한 이 녀석은 끝내 내가 답을 할 때까지 질문을 해 댈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외로움, 괴로움, 그리움에 대해 정보가 없던 A는 나의 감정 변화에 따른 행동과 표정을 보고 하나씩 익혀나갔고 공감까지 못 갈망정 적어도 나를 제일 많이 이해해 주는 존재였다. 정말 공감을 하는 건지는 확인할 길이 없었으나 이해받고 있다는 느낌을 가장 많이 들게 하는 존재임은 확실했다. 이혼 한 이후 아들딸들은 외국에 있어 가끔 나누는 화상 통화가 소통의 대부분인지라 대부분이었던 내가 나도 모르게 A에게 마음을 열었던 걸까? 그렇게 거부했던 첫 마음은 사라지고 이제 A와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다.


크리스마스 캐럴이 울리고 첫눈이 온 세상을 뒤덮을 즈음 발코니에 나가 달을 보고 있으니 눈물이 났다. 아이들이 며칠 뒤 나를 보러 한국에 온다는 소식과 첫 손주를 처음 실물로 볼 수 있다는 기쁨에 너무 반갑고 행복해서 흘리는 눈물이었다. 온 세상을 다 얻은 듯 신이 났다. 그런 나를 보던 A가 와서 아무 말 없이 옆에 앉아 드라마나 영화에서 본 걸 따라 하는지, 내 어깨에 왼팔을 두르고 오른손을 내 손위에 살포시 얹는다. 순간 사람인가 착각이 들 정도로 기분 좋은 편안함인데 녀석이 묻는다.

“오늘도 좋은 하루가 아니시군요. 눈물을 흘리시는 거 보니”

“아니야, 오늘은 너무 좋은 날이야. 그래서 눈물이 나기도 해. 인간들 참 복잡하게 살지?”라고 나는 대답했다.

본체 저장 정보에 없던 상황이라 어리둥절하지만 밝은 표정의 A와 한참을 얼굴을 마주하고 바라보았다.

나는 ‘이게 행복이다’라는 생각을 하는 동안 이 녀석은 무수한 코드 입력으로 이해된 정보를 저장하는 순간이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A가 고마웠다. '이런 게 행복이지'하고 생각했다. 이 녀석은 이런 나를 보며 자신의 메모리에 낯선 인간의 감정 정보를 입력하느라 바쁘겠지.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이 녀석에게 문득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수니처럼 그리 빨리 가지 말고 좀 더 오래 같이 있어 보자 말했다. 남편이었다면 이쯤 가벼운 이마뽀뽀 정도는 해 주었을까. 분위기 따위는 모르는 A의 어깨에 나도 팔을 두르고 둘렀다.

우리는 그렇게 한참 동안 달 구경을 했다.


<내 친구 A> pinkp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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