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A 인터뷰와 합격까지
산 넘어 산이라더니.... 진짜 문제는 인터뷰 준비였다.
전형적인 한국형 영어공부로 말하기에 취약했던 나. 일상적인 대화야 웃음과 제스쳐로 때우며 이어갈 수 있었지만 공적인 입시 인터뷰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였다. 게다가 토종을 위한 인터뷰 준비 전략은 찾기도 쉽지 않은 것 같고...
절실한 마음에 여러 인터뷰 준비 학원 및 선생님들과 상담을 했다.
그리고 각기 다른 전략을 제안 받았는데, 크게는 아래와 같은 내용들이었다.
1) 스크립트를 짜서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도록 훈련하라
2) 주요 질문들에 대해 불렛포인트로 답변할 핵심 메세지만 정리해놓고 연습하라
3) 최대한 단답형으로 답하고 질문을 유도하라
이 중 결과적으로 1라운드에서는 "스크립트 암기", 2라운드에서는 "핵심 내용 요약 & 무한 실전연습"으로 진행하게 되었다.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영어 인터뷰이니 긴장이 될 수 밖에 없다. 무슨 말을 해야할지 정리가 필수였다. 게다가 문법적으로 너무 실수하지 않으려면... 그래서 결국 나는 스크립트 작성 & 암기를 택했다.
MBA 인터뷰의 주요 질문들은 대체로 비슷하지만 Clear Admit 의 학교별 지난 후기들도 참고해서 학교마다 약 30개 가량의 질문 리스트를 만들었다. 그리고 각 질문에 대한 스크립트를 쓰고, 교정 받고, 달달 외웠다.....
양은 많았지만 솔직히 외우는 게 문제는 아니었다. 워낙 절실해서 잘 외워졌다 ㅋㅋㅋㅋㅋ 그리고 자연스럽게 말하는 것도 문제가 아니었다. 영어 발표를 해야할때면 늘 스크립트를 외워서 하던 게 습관이 되어서 그런지 "외웠지만 말하듯이" 하는 건 익숙했다. 그래서 모의 인터뷰를 할 때도 내가 뽑아간 예상 질문 안에서만 연습하면 나는 마치 영어를 아주 잘 하는 사람처럼 술술 답변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렇게 보게 된 나의 첫 번째 인터뷰!
바로 USC의 어드미션 스태프와의 1:1 대면 인터뷰였다.
처음에는 Walk me through your resume 같은 기본적인 질문이 나왔기 때문에 문제없이 준비한대로 인터뷰를 이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실전에서는 언제나 예상치 못한 질문이 나온다는 거! 갑자기 인터뷰어가 각 회사에서 나의 경험에 대해 엄청 자세하게 물어보기 시작했다. (내가 본 총 다섯번의 인터뷰 중 가장 인텐스한 인터뷰였다) 예상한 질문은 Why MBA / Why Marshall 뿐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내 답변을 파고드는 질문들이었다.
한국어로야 별 문제없이 답변하는 질문들이지만 영어로는.... 결국 버벅거림이 시작되었다. 앞서 유창하게 말하던 내 자신의 속도를 따라 말하자니 영어가 더 꼬였다. 덕분에 "아 아까 그 답변은 외운거였구나"라는 티를 팍팍 내게 되었다.
하- 사실 이거 외에도 USC 인터뷰는 처음이라 그런지 진짜 말하기도 부끄러운 웃기는 실수들이 많았다 ㅋㅋㅋ
일단 첫 번째는 복장! 계속 창업만 해오다보니 마땅히 정장이 없었는데, 인터뷰가 급하게 잡히는 바람에 며칠내로 정장을 사야했다. 그런데 MBA가 어떤 느낌인가! 뭔가 리더같이 보여야 하는데 시중에 파는 여자 정장이라고는 너무 신입사원같은 느낌의 치마정장들밖에 없어서 마음에 드는 옷을 찾느라 고생을 했다. (게다가 맞춤이 아니라 그런지 내가 입으면 뭔가 교복같거나 서비스직 같음) 결국 시간의 압박으로 H&M에서 바지 정장을 구매했는데, 너무 길어서 당일에 구둣발로 내 바지를 밟으면서 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 몸에 잘 맞고 무엇보다 내 스스로 자신감이 생기는 복장을 입고 가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다. 어차피 정장 앞으로 많이 필요하니까 하나 맞춰도 되고.. (결국 나는 아직도 못 맞췄지만)
그리고 또 진짜 말도 안되는 실수를 한 게 USC 인터뷰보는데 나도 모르게 순간 UC..까지말하고 다시 USC라고 답변하기도 했다. UCLA 인터뷰가 얼마 안 남아서 두 개 준비를 같이 했더니 외운게 꼬인 것이다!!! 이건 좀 치명적인 실수였던 거 같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하는데..... 여튼 첫 번째 인터뷰 경험은 정말 최악이었다ㅠㅠ 중간부터 예상치 못한 질문들이 나와서 완전 말리는 바람에... 점수를 매기자면 50점.
두 번째는 UCLA 2학년 학생과의 스카이프 인터뷰였다.
UCLA 에서는 그래도 60%는 준비한 질문들이 나와서 괜찮았는데, 준비하지 못한 질문들 중 하나에, 내 답변이 충분하지 않았는지 인터뷰어가 같은 질문을 여러번 약간 다른 워딩으로 물어봤다. 알고보니 나를 인터뷰한 학생도 창업가 출신이었는데 지금 큰 회사에서 인턴을 하는 것에 있어 어려움을 느꼈고, 내가 과연 그걸 극복할 수 있을지 궁금했었나보다. 그래서 그걸 여러번 물어봤으나 거기에 내가 만족할만한 답변을 못한 것 같으니 그 부분은 아쉬웠다. 긴장해서 너무 딱딱하게 얘기하기도 했고... 그래도 USC보단 나았다... 점수를 주자면 65점. 아래는 질문 리스트.
Q1 Walk me through resume
Q2 Why MBA? Why Now?
Q3 Short-term goal / Long-term goal
Q4 내 목표대로 안되면 Plan B
Q5 창업가로만 일했는데 큰 회사 가면 적응할 수 있을지?
Q6 권한이 없는 사람으로써 일했거나 설득해야 했던 경험?
Q7 How will you contribute to UCLA Anderson
Q8 Clubs?
Q9 UCLA 에서는 Sharing success 를 중요하게 여기는데 share success 한 사례?
Q10 큰 회사에서 일한다고 했을 때 적응하기 위한 전략이 있다면? *이걸 여러번 물어봄
Q11 Question for me?
세 번째는 Berkeley Haas 알룸나이와의 대면 인터뷰였다.
하스를 졸업하시고 한국에서 일하고 계시는 알룸나이 분이었다. 아무래도 한국 사무실에서 만났고 처음에 회의실 잡고 하느라 첫 인사 몇 마디를 한국어로 하게 되었는데, 그러다보니 영어로 갑자기 인터뷰를 진행하는 게 좀 어색하긴 했다. 이 인터뷰에 대한 인상은.... 뭔가 영어가 완전히 편하지 않은 두 사람이 영어로 인터뷰 진행하는 느낌이었달까.
실수는 많지 않았지만 자신감 있게 하는데 신경 쓰느라 너무 내 할 말만 하고 겸손한 모습을 덜 보인 것 같기도 하고, 뭔가 엄청 기분 좋은 느낌이었는지는 모르겠다. 인터뷰가 끝나고 다시 한국어로 대화를 좀 나눴는데 미국 비자 문제에 대한 걱정이나 다소 부정적인 이야기를 들어서 영어가 엄청 꼬인 건 아니었으나 내가 인터뷰를 잘 본건지 판단하기가 애매했다. 여기도 점수를 매기자면 65점? 질문 리스트는 아래와 같았음.
1. Walk me through your resume
2. Why MBA?
3. What knowledge do you expect you'll gain? / What do you want to learn from Berkeley Haas (Academically)
4. Apart from entrepreneurship what do you want to learn
5. How many members are there in your team now?
6. Hardship / Learning?
7. How did you do coldcalls?
8. Weakness / What will you do reflect yourself?
9. Short-term goal
10. Why don't you just start your company after an MBA?
11. Why did you make your own startup instead of working in other companies? / Why don't you work in Korea instead of MBA?
12. Diverse team exp. How will you contribute to our diversity
13. Any questions for me?
이렇게 1라운드가 끝이나고 결과적으로 인터뷰를 본 세 곳 중 두 곳에 합격하게 되었지만 (그리고 한 곳에는 등록까지 했지만) 준비 전략에는 개선이 필요했다.
겪어보니 스크립트를 달달 외우는 전략은 대화보다는 스피치에 더 적절한 방식이었다. 결국 인터뷰어도 사람이고 인터뷰도 대화인데, 대화를 주고 받는 느낌이 아니라 답변 자판기가 된 느낌이랄까........... 게다가 준비한 질문과 준비하지 않은 질문에 대한 답변에 격차가 있다보니, 미리 준비한 답변의 진실성마저 떨어져 보이는 면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2라운드에서는 좀 더 "대화처럼" 연습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인터뷰라는 것이 결국은 서류심사와는 달리 사람에 대한 인상을 파악하는 역할이 크다고 생각하는데, 영어를 망치면 안된다는 것에 너무 중점을 두다보니 오히려 나라는 사람의 진실하고 긍정적인 측면을 많이 못 보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는 영어를 엄청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거나 엄청난 내용을 전달하는 것보다도 오히려 "긍정적인 인상을 주는 것"을 제 1목표로 두기로 했다.
역시 학교마다 기출 질문들을 추렸으나 이번에는 1라운드와 달리 답변하고 싶은 핵심 내용만을 몇 개 단어들로 요약해 적어두었다. 또한 링글로 인터뷰를 연습할 때도 예상질문 50% 그 외 자유질문 50%로 섞어가며 인터뷰를 연습했다. (아예 자유질문으로만 진행하기에는 MBA에서 전혀 안 물어볼 질문을 물어보는 튜터들도 있어서... 가이드는 주는 것이 좋다)
또한 의식적으로 "눈을 바라보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풍기도록" 즉 바보같지는 않은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웃으면서 대화할 수 있도록 가장 노력했다. 영어보다 그 부분에 더 신경을 썼다. 이를 위해서는 모의 인터뷰를 하는 동안 내 모습을 영상으로 녹화하고 확인하고, 고치고 하면서 말하는 내용보다도 말하는 내 모습이 긍정적으로 보이도록 하는 것에 주의를 기울였다.
2라운드의 첫 번째 인터뷰는 와튼!
그런데 다름 아닌 와튼에서 인비가 왔다. 와튼은 단순 1:1 인터뷰 뿐만 아니라 5-6명의 지원자를 팀으로 구성하여 TBD(Team-based discussion)를 진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아니 1:1 인터뷰 겨우 연습했더니 팀 토론이라니.... ㅋㅋㅋㅋㅋㅋ 여하간 미리 토론 주제를 보내주기 때문에 해당 문항으로 충분히 연습은 해 갈 수 있다.
TBD는 어떻게 준비하면 될까?
국내 학원들에서 갈수록 비싼 값에 모의 TBD를 진행하는데 솔직히 상술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해커스 MBA 게시판에서 따로 TBD 스터디를 모집해서 다른 지원자들과 함께 (공짜로) 연습했고, 주변의 영어를 잘하는 똑똑한 지인들과 모의 TBD를 연습했다. 그렇게 총 4번 정도의 모의 TBD를 해보고 실전에 투입되었다.
우선 TBD에는 일찍 가는 것을 추천한다. 대기실에서 다른 지원자들과 미리 인사도 나누고 좋은 관계를 틀 수 있다. 이 부분이 은근히 토론에 있어 엄청난 마음의 안정이 된다.
사실 TBD에서는 아이디어 자체를 평가한다기보다 팀웍과 개개인의 토의 태도를 보는 것으로 알려져있기 때문에 굳이 개인 아이디어를 너무 밀어붙일 필요는 없다. (물론 뭔가가 논리에 너무 안 맞으면 지적은 할 수 있겠지만 딱히 그럴만한 주제가 나오지도 않았다. 내가 토의한 주제는 신입생들을 위한 3일간의 retreat 을 구상하는 것) 다들 워낙 협력적으로 토의하다보니 '엄청 까이면 어떡하지'라는 나의 걱정은 헛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오히려 그냥 다들 서로 너무 격려해주고 돌아가며 말을 해서 이걸로 어떻게 변별력을 갖는지가 의문일정도...
그렇게 TBD가 끝나면 토의 기간동안 우리를 평가하던 같은 어드미션 스태프가 개개인을 불러 1:1 인터뷰를 진행한다. 물론 짧은 인터뷰지만 그래도 3-5개 정도 질문은 묻는다고 들었었다. 첫 번째 질문은 "Why Wharton". 워낙 준비된 질문(?)이라 적당히 대답을 했는데 바로 다음 질문이 "Any Questions?" 즉 인터뷰가 끝난 거였다. 질문을 하나만 하다니...... 좀 당황스럽긴 했지만 준비한 질문들을 던지고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 하지만 이후 알게 된 사실은 그 날 같이 TBD 진행했던 다른 분들도 다 그 한 질문만 받았다고 한다. 그 때 그 때, 그리고 누가 인터뷰를 보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다. 내가 본 후기엔 그런 경우는 없었는데 ㅎㅎ 여튼 모든 경우에 대비하고 내가 물어볼 질문도 많이 준비하자.
와튼 인터뷰는 솔직히 변별력이 얼마나 있었을지 모르겠다. TBD 요약 때 영어를 좀 실수해서, 굳이 점수를 매기자면 70점 정도 했던 것 같다. 그냥 무난.
2라운드의 두 번째 인터뷰는 NYU Stern 의 학교 방문 1:1 인터뷰!
스턴은 인터뷰 볼 지원자들을 모두 직접 학교로 부르는 것으로 유명하다. 아주 예외적인 경우는 스카이프 인터뷰를 받기도 한다고 알고 있지만 거의 대부분은 학교로 방문한다.
참 과감하다.... 200만원을 쓰게 하고 떨어뜨리면 어쩌려고... 하지만 학교를 방문한 것은 결과적으로 최종 결정을 하는 데 아주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기왕 뉴욕까지 간 김에 스턴 학생들도 연락해서 만났고, 덕분에 학교에 대해 더 알게 되고 인터뷰도 하기 전에 긍정적인 인상을 받았다. 몇 년 전 스탠포드나 버클리 캠퍼스를 관광객으로 놀러간 걸 제외하면, 제대로 된 학교 방문은 스턴이 처음이었다.
스턴 인터뷰는 정말 준비한 대로 "긍정적인 인상"을 주는 데 집중하면서 진행했다.
영어를 버벅거리기도 했지만, 눈을 바라보고, 웃으며, 대화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덕분에 오히려 편안하고 부드러운 느낌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75점 이상은 주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내 스스로 갈 수록 나아지는 게 느껴지는 인터뷰 경험이었기에 결과에 관계없이 뿌듯했다. 질문은 아래와 같았다.
1. Resume
2. STG & Company
3. West coast 취업도 열려있는지
4. Google recruitement process 어떨거 같냐
5. Google 에서 좋게 볼 것 같은 점과 안 좋게 볼 것 같은 점
6. NYU Stern 에서 가장 놀랐던 것
7. 구체적으로 듣고 싶은 수업?
8. 하고싶은 extracurricular?
9. hobby?
10. Any question for me?
이렇게 나의 MBA 입시 여정도 끝이 났다. 결과적으로 UCLA, USC, NYU Stern 에 합격했으며 와튼은 waitlist로 끝. 그 중 나의 직감과!!!! 장학금 금액 및 랭킹을 함께 고려해 NYU Stern 으로 최종 입학을 결정했다.
최대한 인터뷰를 잘 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긴 했지만 내가 인터뷰를 잘 봤다고 생각하냐고 하면 그건 아니다. 내가 인터뷰로 인해 합격에 덕을 보지는 않았을 것 같다. (점수가 깎이면 깎였지...)
서류 심사와 인터뷰 심사는 순서가 그렇게 되어있을 뿐이지 일단 서류 심사를 통과하면 인터뷰만으로 또 한번 합격자를 거르는 것은 아니다. 인터뷰 또한 하나의 점수 지표로 매겨져서 다시 한 번 서류 점수들과 함께 합산되어 평가를 하는 개념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함께 Haas 인터뷰를 본 사람 중에는 알룸나이가 인터뷰가 끝나고 극찬을 하고 학교에 긍정적으로 이야기를 하겠다고 거의 확신을 줬는데도 합격이 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그러니 너무 부담을 가질 필요도 없고, 대신 스스로의 모습을 진실되고 자신감있게만 전달할 수 있도록 하면 되는 것 같다 :)
취준하려면 또 엄청나게 많은 인터뷰 경험을 거쳐야 하겠지...
지금 당장 인터뷰의 성적보다, 갈수록 성장하는 내 실력에 초점을 맞추고 수많은 연습과 실전에 임할 수 있기를! 그리하여 언젠가는 당당하게 내 자신의 인터뷰에 90점 이상을 줄 수 있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무리한다.
입시 포스팅 끝! 다음부터는 MBA Life 포스팅으로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