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면 나에게 소셜라이징은 한국에서도 풀기에 굉장히 오래 걸린 숙제였다.
대학에 들어오고도 중반이 넘고 나서야 비로소 사람을 사귀기에 자신이 있다고 말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타고난 외향적 성격은 아닌데다가, 어린 시절부터 자주 이사를 다닌 탓에 새로운 환경에 놓여질 때마다 지독한 적응기를 겪었다.
타고 태어나기를 사회적 상황에 대한 눈치가 있고 어떻게 행동해야 자연스러운지를 아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나는 다양한 노력과 탐색 끝에 잘 맞는 집단을 찾아 비로소 주류에 속하게 되는 '극복'의 경험을 반복했다.
그래서 나에게는 언제나 전략이 필요했다.
인간관계의 '전략'이라고 하면 한편 부정적으로 들리지만, 사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의 이기적인 동기에 의해 누군가를 이용하려고 하면 그렇겠지만, 나는 정말로 사람들과 더 깊은 좋은 관계를 갖고 싶었을 뿐이니까!
여하간 이러한 경험 때문인지 그냥 모두에게 친절하게 대하면 친구가 생기겠지- 라는 생각보다는 사람을 잘 사귀기 위한 전략과 노력을 고민하게 된 것 같다.
MBA에서의 소셜라이징도 마찬가지.
하루가 지난 지금 다시 현실적 상황과 더 잘할 수 있는 전략, 내가 원하는 나의 행동에 대해 정리해본다.
- 모임이 크면 클 수록, 정신이 없으면 없을 수록 사람들은 두려움에 의해 행동한다. (개인플레이)
- 모임이 작으면 작을 수록, 안정될수록 사람들은 사랑에 의해 행동한다. (팀플레이)
- 아무래도 인터내셔널은 처음부터 소셜라이징의 약자에 속한다. 꼭 그래서만은 아니겠지만 다들 친절한 편.
- 좀 더 폐쇄적인 친구들이 있고 좀 더 오픈한 친구들이 있다.
- 모임이 크면 클 수록, 처음에 최대한 미친듯이 인사하고 얼굴을 트는 데 집중한다. 다만 눈알 굴리지 말고 짧은 대화를 하더라도 대화를 하는 순간만큼은 진심으로 집중할 것. 자리를 옮길 때는 양해를 구할 것. ex. 나 저기에도 인사해볼까 하는데, 너도 같이 갈래?
- 오픈한 그룹에서는, 나 또한 오픈하게, 서로를 진정성있게 대하면 된다.
- 폐쇄적인 그룹에서는, 나를 배제하려는 상황이 발생할 때, 그 순간 즉각적인 유머로 상황을 짚기. 한 마디로 얼굴에 철판깔고 그 상황을 지적하되 웃으면서 적절한 타이밍에 시도할 것. 물론 쉽지는 않기에 훈련이 필요.
ex. 예를 들어 밖에 다같이 나간 상황에서 하나 둘 자기 자리에 의자를 가져다 놓는데 우리가 앉을 자리도 없이 원을 닫아버리려고 하면, "저기 우리도 자리 좀 줘 ㅋㅋㅋ" 같이 웃으면서 그 상황을 지적하는 것이다. 이 때 중요한 것은 1) 타이밍이 늦으면 안됨 (그럴 바에는 해당 상황을 피하고 다음 상황을 기다림) 2) 이런 얘기를 했을 때의 반응을 지나치게 두려워하면 안된다.
- You need to put yourself out there. 어쨌든 적극적으로 먼저 인사하기.
- 두려움에 의해 행동하지 말자. 가끔은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너무 고민하지 않는 게 낫다. Fuck it!
- 언제든 기회가 되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챙겨주자. 내가 믿기에 옳은 행동을 하자.
- 무조건 더 많은 사람을 알아가야 한다거나, 더 좋은 위치의(?) 사람들과 어울려야 한다는 무의식적 두려움을 의식적으로 바로잡기.
- 편안한 사람들에게만 너무 기대지도 말기. 모든 건 밸런스이다. 가까운 사람들과는 깊은 관계를 갖되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사람들을 알아가자.
이렇게 정리하고 나서야 비로소 두루뭉실했던 감정적 두려움이 사라지고, 내가 어떻게 행동하면 좋을지가 정리된 기분이다!
내가 결과적으로 얼마나 많은 친구를 사귀고 어떤 관계를 갖게 될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나의 노력에 방향성이 있고, 그 안에는 진심이 있기를
그리하여 두려움을 이겨내고 성장하며, 주변에 사랑을 퍼뜨리는 2년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