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엔테이션 2주를 포함하면 학교 생활을 시작한지도 어느덧 약 한 달이 흘렀다.
아직 한 달밖에 안 지났다고? 싶을 정도로 참으로 빡빡하게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MBA 생활에 대해 친구들과 늘 하는 말이지만, 아래 네 개 중 두 개만 고를 수 있다는 얘기다.
(우선순위 순으로 나열한 건 아니고 생각나는대로 나열 ㅋㅋ)
1. Social Life
2. Class
3. Recruiting
4. Personal Life (는 사실상 Sleep)
우스개소리이긴 하지만 어느 정도 사실이다..
그래서 이 네 가지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위주로 한 달의 기록을 풀어보고자 한다.
많은 사람들이 MBA를 하는 굉장히 중요한 목적 중의 하나가 '네트워크 형성'인 만큼
MBA에서의 소셜 라이프는 선택보다는 필수에 가깝다.
특히 초반 오리엔테이션 기간 2주 동안은 리크루팅은 커녕 수업도 시작하기 전이니 클래스 사람들을 알아가는 게 가장 우선순위였다.
NYU Stern의 오리엔테이션은 크게 3파트로 나뉘는데, 런치 (Launch) 라고 불리는 4일간의 전체 오리엔테이션과 2일간의 커리어 랩, 그리고 2일간의 팀 커뮤니케이션 오리엔테이션으로 구성된다. (인터내셔널들은 그 전에도 2일간 환영 행사를 가짐) *매년 다른지는 모르겠음.
오리엔테이션은 후... 전쟁같았다.
매일 아침 8시쯤 큰 강당(?) 같은 곳에서 시작하는데, 360명을 그냥 그 큰 공간에 때려넣고 끊임없이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스몰 토크 Small Talk 를 반복한다. 그 후의 일정도 거의 마찬가지다. Fireside chat 이 가끔 있긴 하지만 그 외의 프로그램은 아침, 점심, 저녁 모두 어딘가 큰 공간에 때려넣고(???) 알아서 인사를 나누도록 하는 방식이다. 특히 학교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매일 저녁 파티마냥 술을 제공하는 것이 매우 인상깊었다. 술이 함께하는 만큼 밤이 다 되어서야 하루 일정이 끝나고 그 다음날은 또 아침 일찍 일정을 시작한다.
매일같이 술을 마시다보니 나의 간은 살려달라고 외치고 있었지만 일단은 빠른 적응이 제1목표였으므로 주말에도 친구들을 불러서 놀거나 다른 친구들이 주최하는 파티에 참여했다.
사람이 하도 많다보니 초반 2주 동안은 어떻게든 최대한 많은 사람을 알아가려고 모두가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놀러가거나 하는 행사도 하루에도 몇 개씩 벌어지고, 정말 외향적인 사람들의 집약체(???)를 보는 느낌이었다. ("지..진정해 얘들아" 이런 느낌) *물론 한 MBA2의 말에 따르면 이번 MBA1이 유독 심한 거 같다고 한다
한 달째가 되어가는 지금은 어느정도 각자 친한 그룹이 생기기도 하고, FOMO 도 조금씩 옅어지고 있다.
물론 아직도 매일 저녁 & 주말마다 참여할 행사가 차고 넘치지만, 벌써부터 "no more happy hour!" 를 선언하는 친구들도 있다.
나 또한 좀 더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과 수업을 같이 듣는 친구들이 하나 둘 생기고 있다.
물론 계속해서 친구들을 더 많이, 더 깊이 알아갈 예정이지만, 이제는 남들 다 가는 행사에 머리수만 더하기 보다는 "High importance" "High Variance" 행사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래서 주중에는 수업 + 내 관심사인 Tech 나 창업 관련 행사만 참여하고,
주말(금토일) 중에는 하루 이틀 정도만 소규모 행사에 참여하는 것이 현재로써의 계획이다.
경험상 1) 구체적인 아젠다(주제/테마)를 갖고 2) 소수가 모이는 행사를 3) 내가 주최했을 때 가장 친구들과 가까워진다고 느꼈기 때문에 그렇게 주말마다 행사를 열어보려 한다. 하고 싶은 테마가 차고 넘친다! 맨날 질러놓고 봐서 오빠는 피곤해한다ㅋㅋㅋㅋ 이벤트 주최는 신경쓸 것도 많지만 언제나 재밌다 ㅋㅋㅋ (적성인가봄)
아직 2주 정도밖에 듣지 않았지만
내가 학교 수업을 이렇게까지 즐긴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수업이 너무 재밌다.
학부도 경영학과를 나온데다가 (이미 다 배운 것들일줄) 첫 학기는 선택권도 많지 않아서 학교수업은 약간 버리고 들어가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MBA 수업이 이렇게 재미있을 줄이야...!!!!
우선 말로만 듣던 서양식 참여형 수업을 들어보는 경험이 너무 좋다.
교수도 질문을 훨씬 많이 하지만, 교수가 질문하지 않을때도 모두가 정말 적극적으로 궁금한 것들을 자유롭게 물어보고 의견을 개진하는 분위기다. 교수도 그런 질문이나 의견에 열려있고 오히려 더 좋아한다.
그러다보니 수업에 정말 저절로 집중이 된다. 하나하나에서 정말 내가 궁금해하는 것을 알아가는 느낌!
매번 흥미로운 대화를 하는 것 같은 수업들이다.
물론 수업에 임하는 나의 태도도 완전히 다르긴 하다.
학부 때 학점 관리 하느라 단기 기억에만 때려넣었던 지식들이
사업을 하다보니 진짜 알고 싶어지는 지식이 되었고, MBA가 실제로 그 갈증을 해소해주고 있다.
게다가 NYU Stern은 학점 비공개 방침 (*Grade Non-Disclosure: 졸업 후 성적을 공개하지 않는 원칙)을 따르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도 시험에 대한 부담없이 정말로 순수한 지적 호기심을 채우면서 공부를 즐길 수 있다.
물리적으로 수업 전까지 읽어야 하는 리딩들이 너무 많고, 과제도 많긴 하지만...
시간이 없다는 점만 빼고는 다 참 즐겁다 ㅋㅋㅋ
벌써 다음 학기까지 기대됨... 많이 배워서 가야지!!
원래 리크루팅은 뽑는 사람 입장에서 '구인'이라는 의미로 쓰는 걸로 알고 있는데
사실상 MBA에서는 인턴십이나 풀타임 구하는 과정 자체를 '리크루팅'이라고 다들 이야기하는 것 같다.
Q. MBA에서는 첫 달부터 내년 여름 인턴십을 구한다고 하던데 사실인가요?
A. (어느정도) 사실입니다.
컨설팅이나 뱅킹에 비해 테크는 좀 더 리크루팅을 늦게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져있지만, 그것도 결국 케바케. 벌써 커버레터 쓰고 엄청 적극적으로 리크루팅 시작하는 친구들도 있다. ("지...진정해 친구들아")
활용할 수 있는 리소스는 다양하지만 우선 학교쪽에서도 다양한 지원이 있다.
레주메도 "온라인 -> 학교 커리어 코치 -> 비슷한 커리어의 MBA2" 이렇게 3단계로 피드백을 받아 수정하게 되며, 학교에 존재하는 수많은 커리어 리소스의 활용 방법, 네트워킹 시 효과적인 30초, 60초 피치를 위한 연습 및 피드백 등 다양한 지원이 존재한다.
그리고 곧 9월 24일부터는 캠퍼스로 다양한 회사들이 찾아와 설명회나 커피챗을 가지게 된다.
학교 OCD(Office of Career Development. 줄임말 왜 이럼..) 에서도 다양한 도움을 주지만
결국 핵심적인 도움은 같은 직업적 목표를 가진 학생들이 모이는 클럽들에서 받는 것 같다.
나 또한 테크 클럽(STA)과 창업 클럽(ESA) 등 다양한 클럽에 가입했다.
(곧 클럽들마다의 리더십 롤에도 지원할 예정!)
기회는 정말 너무 많은데 다 잡을 시간이 없어서 고민이다.
빅테크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게 단기적인 목표였지만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랴...... 나도 모르게 NYU에 존재하는 각종 창업 커뮤니티들에 가입하고 있다.
창업에 관해서는 부트캠프나 각종 대회나 지원도 참 많은데, 마침 내 가슴에 꽂혀버린 사업 아이템이 또 하나 있는 바람에 그런 프로그램들에도 참여해 볼 계획이다.
*하지만 실제 창업에 대해서는 아직도 고민이 많다... 생각할수록 창업은 BIG Idea 라기보다는 실행을 얼마나 똑똑하고 끈덕지게 잘하냐의 문제라서 내 스스로도 제대로 검증해서 이번엔 이전의 실수들을 반복하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들 때 움직이고 싶다.
그 전까지는 빅테크다!
Amazon 이 압도적으로 Stern 을 많이 뽑는 걸로 유명하지만 문화에 있어서는 호불호가 갈리는 것 같고
Microsoft 도 대체로 MBA 출신이나 International 을 많이 뽑는 걸로 알려져있지만 아직 간 사람을 직접 만나진 못했고
Google이나 Facebook 이야 가면 좋지만 Tech Background 나 Referral (지인 추천)이 꽤 크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취준을 안해봤는데 여기서 해보네 ㅋㅋㅋㅋ
그나저나 지금도 아침 점심 제대로 못 먹고 있는데 리크루팅까지 더해지면 어쩌나...
규칙적인 생활을 하지 않았다가는 금방 휘둘리기 쉬운 스케쥴이다.
청소와 빨래, 설거지 등 집안일도 같이 해야하고 (안 그랬다가는 진짜 집이 난장판이 됨)
11시 50분에 수업 끝나고 12시부터 항상 뭐가 있어서 점심 시간이라곤 없으니
최대한 점심을 싸오던지 빠르게 픽업할 방도를 마련해야 한다.
(가끔은 저녁도 먹을 틈을 안 주고 바로 해피아워 행사로 술부터 마신다. 왜그러는거죠^^)
아직은 어떤 요리를 해야할지 계획도 못 짰고, 장 봐서 요리해 둘 방도를 못 찾아서
점심을 거르거나 학교 앞 푸드트럭에서 때우고 있지만.... 계속 이랬다간 내 돈과 건강이 남아나지 않을 것이다.
(살은 쭉쭉 빠짐 ㅋㅋㅋ 강제 다이어트)
그래서 친구들 사이에서는 정액제로 돈을 내놓고 미리 식사를 예약하고 받아오는 서비스들이 인기인데
MealPal 이라는 서비스도 그 중 하나다. 끼니당 $6 정도인 거 같다. 집에서 싸가는 거랑 여전히 고민 중.
운동과 건강관리도 중요한데 어쨌든 체력이 이 모든 것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꾸준히 필라테스를 할려고는 하는데 사실상 주 2-3회 정도 겨우 다닌다.
그냥 취소하고 새벽에 깨서 Gym에 다녀야 하나 싶다.
내 경우에 좀 더 챌린징한 것은
기존에 운영하던 와인 유튜브도 있는데다가 영어로 개설한 새로운 유튜브도 있고
사실 무엇보다 꽂혔다는 사업 아이템에 대한 리서치를 병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튜브 너무 못 올려서 찔림 ㅠㅠㅠ)
이제 어느 정도는 다시 우선순위를 세워야 할 거 같다는 느낌이다.
월수요일 오후는 다른 거 안 잡고 사업 아이템을 디벨롭 해보려고 하는데
오늘은 그걸 포기하고 브런치를 내내 썼구나 엉엉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음)
다른 토종에게도 희망을 주고 싶은 토종으로써 영어 얘기를 빼 놓을 수가 없다.
개인적으로 영어에 대한 어려움은 수업에서보다 친구들과 얘기할 때 느낀 적이 훨씬 많았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하면 '괜찮아진다' ((이게 곧 영어를 잘하게 된다는 뜻은 아니고.... ㅋㅋㅋㅋㅋ))
초창기에는 내 영어 능력 자체에도 기복이 많았고, 영어가 잘 나온 날은 기분이 엄청 좋다가 영어가 안 나오는 날은 기분이 엄청 나쁘다가를 반복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컨디션에 따른 영어의 격차도 줄어들고, 나 또한 나 자신의 능력에 대해 객관적으로 인지하게 되면서 적어도 나의 영어에 대한 실망으로 기분이 상하는 일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물론 영어 자체도 좀 더 편해진다. 리딩도 워낙 많이 하고, 어쨌든 하루 종일 영어로 듣고, 얘기하니 당연한건가 싶긴 하지만 ㅋㅋㅋ 미친듯한 성장은 아니라도 두려움은 꽤 많이 사라졌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리크루팅 들어가면 또 영어가 겁나 발목을 잡겠지....ㅋㅋㅋㅋㅋㅋ
그냥 최대한 한국어 안 쓰고 매일 친구들 만나면서 영어 하는 게 답인 거 같다. 실전만이 살 길!!
(사실 그러려면 이 블로그도 안 써야 마땅하지만 그래도 한 달에 한 번씩은 MBA 생활을 돌아보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남겨본다)
후.... 다다음주에 리크루팅이 시작되면 또 어떤 삶이 펼쳐질까
감도 안 오지만 그래도 한 번 도전을 외쳐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달에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