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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클레어 Nov 03. 2019

EP08 미국 MBA 두 달차: 고됨과 배움

오리엔테이션을 빼고 정규 학기를 시작한지도 어느덧 한 달이 되어가고 있다.

시간이 얼마나 빨리 가는지 매달 기록을 써보자고 시작한 게 조금 늦어졌다.

정신 없었던 지난 10월 한 달간의 경험을 정리해본다.


고됨과 배움


입학 전 여기 저기서 주워들은 바에 따르면 MBA 다녀온 사람들도 MBA에 대한 의견이 꽤 극단적으로 갈렸다.

"내 인생 최고로 행복했던 시간" vs "내 인생 최고로 힘들었던 시간. 군대 같았음" 


솔직히 나는 어느쪽도 아닌 것 같다. MBA 생활에는 흥미롭고 감사한 일도 많지만 그렇다고 제일 행복한 순간도 아니고 그렇다고 너무 힘들다 싶을만큼 괴로운 경험도 아니고, 다만 정말로 새롭고 배우는 게 많은 과정인 것 같다. 


어쨌든 정신 없이 바쁘고 끊임없는 압박 속에 외롭기도 하니 분명 고된 부분은 있고,

계속해서 나의 comfort zone 을 벗어나야만 하다보니 마냥 재밌지 않아도 배우는 게 정말 많다.


이번 한 달 또한 크게 아래와 같이 나눠서 이야기해보겠다. 괄호 안은 사용하고 있는 시간.

1. Class (50%)

2. Recruiting (40%)

3. Social/Personal Life (10%)



1. Class 수업 (50%)


첫 2주간은 연습에 불과했다... 이제 학교에 적응할 만큼 적응했다 싶자, 쏟아지는 리딩 / 과제 / 퀴즈 / 팀플 + 중간고사로 진짜로 정신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시간이 너무 없다보니 그런 과제들과 팀플들이 조금 원망스럽기도 하지만 여전히 배우는 건 정말정말 많다.


학부 때는 Enactus 라는 사회적 기업 동아리 프로젝트에만 집중하느라 수업은 사실상 시험 점수를 따는 수단이었고, 제대로 뭔가를 공부했다고 말하기에는 부끄러운 수준이었다. 차라리 따로 읽었던 책들이 훨씬 더 적극적인 배움이었던 것 같다. 이후 창업해서 회사를 운영하면서는 정말 여러 주제에 대해 '이것도 알아야 되는데' 싶은 생각들이 들었지만, 급한 일들에 밀려 덮어 뒀던 것들이 많았다.


그런데 지금 평소 공부하고 싶던 주제들, 혹은 생각지도 못했을 주제들에 대해 집중해서 배울 기회가 주어지다니! 많은 사람들이 MBA는 취업을 위한 수단이라거나 이름값이라고 생각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수업에서 배우는 것도 정말 많은 것 같다. (교수진이 좋은걸까? 여튼 감사한 일) 


어떤 것들을 배우냐 생각해보면,


1) 평생 몰랐을 것 같은 산업이나 회사들에 대한 공부

수업은 아니지만 몇몇 친구들과 학교에서 진행하는 Competition 을 하나 나가는데, (요약하자면) 수산업 회사를 컨설팅 하는 과제이다. 덕분에 Fishing Quota (어획량 제한) 같은 것들을 엄청 조사하면서 제안서를 쓰고 있는데, 아주아주 일부이지만 그래도 관련 지식이 생기다보니 어업 관련 다큐멘터리와 유튜브들도 너무나 재밌게 느껴진다. 알수록 보인다더니, 알수록 재밌어지는 세상....!!! 매 수업 다양한 케이스들을 다루다보니 이런 새로운 분야를 배우는 경험의 반복이다 :)


2) 도전해보지 않은 것들에 대한 도전

문과라는 배경 때문에 '숫자에는 자신이 없다'는 나 자신에 대한 편견이 있었는데, MBA에서 여러 수업을 들으면서 숫자나 데이터를 다루는 것에 대한 관심과 자신이 생겼다. 또한 나는 항상 부딪히는 '실행형' 인간이라고 생각했고 전략적 사고나 시장의 큰 그림에 대한 이해력은 부족한 게 많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것들에 적극적으로 부딪혀보고 나 자신을 시험해 보고 재평가 해볼 수 있는 경험이 너무나 감사하다. 


3) 나 자신에 대한 더 깊은 이해

MBA 이전에는 한국, 내 나이 또래, 내 분야에서만 나 자신을 평가했다면 이제는 다양한 분야에서 온 서로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나 자신을 이해해보는 기회가 되는 것 같다. 일적인 강점과 약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팀플을 하다보면 '한국에서 강점이던 것들이 이곳에서도 여전히 나의 강점일까?' '한국에서 약점이던 것들이 이곳에서도 여전히 나의 약점일까?' 와 같은 질문들은 끊임없이 하게 된다. 확실한 강점이 있는 똑똑한 친구들과 함께 일하는 경험을 하고, 그 안에서도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경험이 스스로에게 큰 자산이 되는 것 같다. (ex. 매 미팅 아젠다를 설정하고, 추상적인 과제를 실무단으로 자르고, 시간 내에 모두가 필요한 지원을 받아 임무를 완수하도록 돕는 것) 같이 팀플을 하고 싶은,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는 건 언제나 기쁘다!



2. Recruiting 인턴십 구직 (40%)


오리엔테이션 포함 첫 한달의 생활과 가장 달라진 점이 있다면 리크루팅 관련 활동의 비중일 것이다.


9월 말 Amazon 을 시작으로 다양한 회사들이 학교로 캠퍼스 리크루팅을 오고 있다.

캠퍼스로 오면 보통 Corporate presentation 이라는 회사 설명회를 하고, Coffee chat 이라는 좀 더 소규모의 직원과의 대화 시간을 갖는다. 회사에 따라 그 외의 네트워킹 행사나 구체적인 롤에 대한 설명회가 따로 제공되기도 한다.


내년 여름에 할 인턴십을 벌써부터 구하냐고 하면 그렇다!!


보통 MBA에 오면 크게 세 개의 카테고리에서 구직을 하게 되는데 컨설팅/뱅킹/테크 가 그 세 개 카테고리다.

(그 외에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부동산, VC, 소셜임팩트, CPG, 기타 등등은 사실상 다 마이너)


이 세 개 카테고리는 준비 과정이 꽤 체계적으로 짜여있고 학교에서도 지원이 많은편인데 보통 지원 기간이 12월 이내로 마감된다. 물론 테크의 경우 봄학기 까지 지원하는 회사들도 있다지만 결국 Amazon, Google, Facebook 등의 큰 테크 회사들은 모두 지원이 11월이나 12월까지다. (컨설팅은 비슷하고 뱅킹은 더 빠르다)


그러니 그 전에 회사들에서도 최대한 캠퍼스로 많이 와서 자기 회사를 소개하려 하고, 학생들도 최대한 다양한 회사들에 대해 배우고 네트워킹을 하려고 하고, 네트워킹을 위한 엘리베이터 스피치를 다듬고, 링크드인이나 레주메를 다듬게 된다. 또한 같은 분야에 관심있는 학생들이 모인 클럽에서(내 경우 테크 클럽) 매주 교육 세션을 열어 다양한 취업 정보를 공유하며,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함께 취업 준비를 한다.


그 외에도 OCD(Office of Career Development)에서 지원하는 다양한 취업 준비 프로그램이 있는데, 특히 테크에 있어서는 Lewis Lin 이라는 Microsoft PM 출신의 강사가 제공하는 종일 워크샵이 (매우 빡셌지만) 큰 도움이 되었다. (사실상 PM 관련된 자료는 결국 루이스린으로 귀결되는 듯하다)


나도 타켓 회사 리스트를 정리해뒀는데 넓게는 60개 정도이지만 Tier 1 으로 가고 싶은 회사는 6개, Tier 2 까지는 16개 정도다. 목표는 PM(Product manager)! 인터뷰는 1월부터 정도라 치더라도 준비해야 할 게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직은 회사들 프레젠테이션이랑 커피챗만 겨우 다니면서 정보수집 및 Behavioral Interview 만 아주 조금씩 준비하는 수준.. 대회다 뭐다 바쁜 거 좀 끝나면 정말정말정말 열심히 인터뷰 준비를 해야할 듯 하다. (인터뷰에 취약함)



3. Social / Personal Life (10%)


이렇게 다른 일들이 너무 바빠지다보니 결국 사회생활이나 개인 생활의 비중은 자연스럽게 줄어들고 있다.


더군다나 주말에 친구 생일파티 한 번 갔다가 미친 장염이 걸려서 일주일을 고생한 후로는..... 술 자리를 약 2주간 안 가졌다. (외국에서 아프면 서러움 ㅠㅠ 3일간 햇반으로 만든 죽만 먹었다)  

할로윈 주말인 지금도 중간고사 + 대회 마감 때문에 주말이 삭제된 상황 :(


MBA 친구들과의 관계도 그렇다치지만 한국과도 소통이 줄어드는 게 아쉽긴하다.

사람들 소식도 궁금하고 한데 늘 뭔가 시간도 안 맞고.... (얼른 봄방학 때 가서 Catch up 하고 싶다!)


그래도 다음주부터는 다시 다양한 저녁 약속을 잡아두었다.

게다가 한국에서 베프가 자그마치 신혼여행을!!! 뉴욕으로 오고, 거기에 이어서 케빈의 쌍둥이 오빠 커플까지 오기로 되어있기 때문에 11월은 좀 더 놀러다닐 것 같다. (그 와중에 회사들 다 지원해야 하는 아이러니!)


유튜브는 무편집으로라도 자주 올리자고 했는데 결국 또 늦어지고 있고............. 으헝

운동은 솔직히 못 하고 있는데 그냥 몸이 이 생활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체력은 견딜만하다 ㅋㅋㅋ 


식사는 벨라의 추천으로 요즘 Overnight Oatmeal 에 빠져서 그렇게 많이 먹는다.

*오버나잇오트밀: 오트밀 + 우유 + 요거트 + 바나나 + 냉동베리 + 꿀 조금 해서 냉장고에 넣어놓고 다음날 아침/점심으로 학교 가져가서 먹으면 꿀맛!! 몸에도 좋은 거 같음.


영어는.. 다른 건 다 할만한데 리크루팅 준비하려니까 많이 답답하긴 하다. 아직도 내가 하고 싶은 얘기의 80%만 나오는 것 같다. 너무 캐쥬얼한 영어로 나오는 문제도 있고... 그러다보니 다시 링글을 시작했다. 어쨌든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영어를 끌어올리는 게 목적이니까.. 비록 실전과는 다르게 선생님이 내 얘기를 돈 받고 들어주는 거긴 하지만 인터뷰 준비에는 여전히 도움이 많이 되는 거 같다. 여하간 영어가 여전히 제일 큰 문제다!!! MBA를 오려고 한다면 영어 준비는 정말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다 그래봤자 와서 깨닫겠지 내가 그랬듯이





이렇게 학기 시작 후 한 달 정리도 끝이 났다. 좀 정신없는 일기 같은 글이긴 했지만.. 여하간 지금으로부터 5개월 정도면 여러모로 좀 만족스럽다 싶을 정도로 (영어 포함) 스스로가 좀 더 성장한 모습이면 좋겠다. 11월은 약속도 많은데다 각종 회사들에 지원을 끝내야 하는 달이니 정말 정신이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니 잘 적응하고 인턴십도 잘 준비할 수 있기를 스스로에게 바라본다. 


이번 한 달은 또 어떻게 흘러갈지, 또 한 번 열심히 살아보고 공유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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