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을 살면서 이 정도 전염병은 처음 겪어보니 이번 사태는 정말 전세계 사람들에게 유례 없는 상황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삶의 어느 시점에 있은들, 세계 어디에 있은들 지금이 힘들지 않겠냐마는 타지에서 겪는 코로나는 더더군다나 당황스럽게만 느껴진다.
이맘때 봄방학을 맞아 한국에 가기로 예약이 되어있던 비행기표를 2월 23일 경 한국 상황이 급격히 안 좋아지는 까닭에 취소할 수 밖에 없었다. 코로나가 걸리는 것도 걱정이지만 최대한 조심하고 걸리지 않는다 하더라도 미국 재입국이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1-2주 지났을까? 상황은 역전되어 바이러스는 유럽과 미국을 뚫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학교는 3월 11일 수요일부터 한 달간 모든 수업을 온라인으로 전환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 학기 전체를 온라인으로 전환하기로 확정했다. 기숙사에서 살던 친구들은 갑작스레 기숙사를 떠나야 했다.
트럼프가 미국전역에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한데 이어 뉴욕 또한 비상사태가 선포되었고, 현재 뉴욕은 미국 중에서도 가장 빠르게 확진자가 늘고 있는 지역이다. 물론 실제로 인구가 밀집되어있는 지역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특히 어제 밤부터 검사 능력이 하루 7500건까지 늘면서 하루 1000건, 2000건까지 확진자 숫자가 무섭게 불어나고 있다.
주변에서도 하나 둘 몸이 안 좋다는 사람들이 생기면서 병보다 더 무서운 불안이 확산되고 있는 것 같다. 얼마나 길어질 지 모르는 집콕 생활에 최대한 장을 본다고 봐두긴 했는데 왠지 부족한 것만 같고.. 온라인 주문을 하자니 상황이 상황인지라 각종 배송이 취소되거나 배송 기간이 엄청나게 느려지고 있다.
솔직히 가장 무서운 것은 여름 인턴십에 끼칠 영향이다. 2학년은 최종 취업을 걱정하고 있을테니 어쩌면 인턴십을 걱정한다는 거 자체가 배부른 걱정일지도 모르겠지만.. 주변에서 속속들이 인턴십이니 hiring process 전체를 중단하는 회사들이 나오고 있다. Yelp, Glassdoor, IDEO, Airbnb, Uber, Toast... 심지어 큰 회사들에서도 상황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는 공지 이메일이 오곤 한다. 나 또한 오늘 이메일을 받고 반쯤 멘붕 상태다.
사실 워낙 모두에게 힘든 시기였기 때문에 이번 여름 인턴십을 못하더라도 나중에 구직할 때는 이해해주지 않을까 싶긴 하지만, 정말로 해보고 싶었던 경험이었는데 그걸 잃을까봐 사실 좀 걱정이 되고 마음이 좋지 않다. 할 수 있는 거야 hope for the best 밖에 없지만..
또 하나 안 좋은 소식은 J-1비자로 일하던 친구가 원래는 내년 3월에나 돌아가는 일정이건만, 당장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한국으로 빠른 시일내에 돌아갈 계획을 세우라는 이메일을 받았다는 것이다. 타지 생활에 정말 큰 힘이 되고 있는 친구인데, 큰 이유도 없이 왜 돌아가야 하는지 모르곘고,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당장 공용공간으로 빨래 하러 나가기도 불안한 건 둘째 치고, 이번 인턴십도, 그리고 나아가서 졸업할 때의 취업 시장도 걱정이 된다. 여러 사람들이 많은 걸 걸고 온 이 곳인데... 당장 취업 시장에 있는 MBA2, 그 중에서도 인터내셔널들의 심정은 어떨지.. 괜히 싱숭생숭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