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급자의 영어를 위한 몸부림
이전에 인턴십을 시작하기 전에 28일간 영어를 100시간 동안 말하는 훈련을 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 이번 글은 그 공부방법 혹은 훈련방법에 대한 후기 글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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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가 이제까지 써 온 모든 공부방법들을 통틀어서 이번에 구성한 믹스로 100시간 훈련을 시도한 것이 가장 크게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진행상황 및 결과부터 공유하자면 아래와 같이 100시간 완료!
원래 6개 훈련법으로 시작했다가 복습까지 더해져서 나중에는 총 7개 방법을 돌아가면서 사용하게 되었다.
가장 많이 사용한 순으로 나열하자면 아래와 같다.
라이브 아카데미 훈련
TED 영상 쉐도잉
실제 스피킹 상황 (온라인미팅, 면대면, 통화 등)
링글 (1:1 회화 튜터링)
영어책 소리내어 읽기
리뷰 (이전 공부내용 복습)
패턴북
사소한 팁 포함 간단하게나마 각 방법을 설명해보면 아래와 같다.
1. 라이브 아카데미 (Youtube)
이 선생님이 영어 표현을 보고 직접 따라해가면서 훈련할 수 있게끔 영상을 만들어주시고 진짜 딱 중급자가 (혹은 그냥 내가) 실수하거나 모르는 부분을 잘 짚어서 만들어주신다. 진짜 돈도 안 받고 이런 영상을 보다니 죄송할 정도로 고퀄이다. 이 샘 플레이리스트를 깬다고 생각하고 영상 하나하나에 나오는 표현을 외울 때까지 연습하면서 훈련했다. 특히 한글을 먼저 보여주고 바꿔보게끔 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러면 내가 말로 직접 못 만드는 표현이나 자주 하는 실수를 좀 더 명확히 알게 되고, 그런 내용들은 아래와 같이 노트에 정리했다.
2. TED 영상 쉐도잉
TED 영상 중 Most viewed 순으로 정렬해서 1) 내가 관심있는 주제 2) 내가 닮고 싶은 발음/톤 3) 여성 연사의 영상으로 주로 쉐도잉을 했다. Youtube TED 채널에 가서 하면 어느 정도 이후로는 리스트가 잘려서 안 나오는 문제가 있어서 실제 어떤 영상으로 할지는 TED 공식 사이트 에서 보고 정하고, 실제 쉐도잉은 자막이 잘 되어있는 유튜브에서 했다.
내가 사용했던 세팅은 영상 아래에는 한국어 자막을 켜고 옆에 따로 Transcript 를 여는 방식!
그래서 1) 영상을 음소거하고 한 문장 정도의 한국어 자막을 먼저 본다음 2) 해당 문장을 내가 영어로 한 번 뱉어보고 3) 오른쪽 Transcript 에서 연사가 사용한 표현을 확인한 후 4) 해당 문장을 어느정도 외워서 비슷한 속도로 따라할 수 있을정도로 쉐도잉한다. 5) 여기에서도 모르는 표현인데 유용하다고 느끼는 표현이나 패턴은 노트에 정리한다.
위의 세팅이 편한 이유는 우선 한국어를 보고 직접 생각해본 후 답을 확인하면 내가 어떤 표현을 잘 몰랐는지 더 알기 쉽고, 오른쪽에서 Trnascript 에 내가 훈련하고 싶은 부분을 클릭할 때마다 해당 부분이 정확하게 재생되기 때문에, 원하는 만큼 편하게 반복 재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주의할 게 몇 가지 있다면 일단 이 방법은 중급자에게 더 알맞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TED 번역은 일반인이 자원해서 진행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러다보니 가끔은 의역을 넘어서 잘못된 번역들도 종종 있었다. 그런 것들은 걸러가며 진행을 해야할 거 같다. 또한 한국어로 된 걸 내가 영어로 연사랑 똑같이 못 한다고 해서 그게 꼭 틀린 것도 아니니 정답에 집착하지 말고 그냥 아 이런 내용을 이렇게 말할 수도 있구나, 라고 받아들이고 쉐도잉한 후 흥미로운 건 노트필기 하는 수준으로 생각하기! 마지막으로 쉐도잉하면서 너무 완벽하게 한 영상을 끝내야지 라는 생각보다 가끔은 쿨하게 넘길줄도 알아야 하는 거 같다. 이건 나한테만 해당일수도 있는데 어쨌든 간에 재밌게 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어느 순간 이 사람 톤이 너무 낮아서 내가 따라하기 힘들거나, 내용이 너무 의학적으로 간다던지 하면 그냥 영상을 바꾸거나 넘겨가면서 하기도 했다.
3. 링글 제외 기타 스피킹 (온라인미팅, 면대면, 통화 등)
링글처럼 첨삭이 존재하지 않는 무료 스피킹 시간들.. 친구들과 Zoom으로 만나 대화하거나 술 마시는 시간, 인턴십 할 미래의 동료들과 미리 미팅하는 시간을 모두 포함했다. 이 부분에 있어서 특히 Zoe언니와 아침마다 통화로 영어 스피킹을 했던 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후에는 피앙세와도 산책가면서, 장보러 가면서 쭉 영어로 얘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스피킹 스터디는 1) 일상 대화 2) 각자 골라온 기사나 영상 컨텐츠 소개 및 요약 3) 관련 개인적인 의견 전달 및 토론 이런 식으로 진행했다. 원어민이 아닌 같이 공부하는 사람과 진행하는 영어 스피킹 스터디에 대해서는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다지만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좋은 스피킹 훈련이었다. 여기서는 새로운 표현을 배운다거나 틀린 표현을 수정한다기보다는 다른 곳에서 배운 표현을 실제 상황에서 써먹으면서 더 내 것으로 만드는 기회가 되었던 것 같다. 또한 내용 요약, 전달 등에서는 내가 하나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2-3분 정도 쭉 길게 정리해서 말해보는 훈련 자체가 크게 도움이 되었다.
4. 링글 (1:1 영어회화 튜터링)
링글에서는 실제 미팅 등이 잡혀있는 경우는 해당 미팅에서 예상되는 아젠다나 질문 등을 모의 훈련했고, 그 외의 경우에는 별도의 훈련법을 사용했다. 1) 내가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랜덤 키워드를 30개 정도 미리 적어두고 2) 튜터가 그 중 하나의 키워드를 고르면 3) 해당 키워드에 대해서 내가 2-3분 정도 얘기하고 4) 튜터가 해당 스피치를 교정해주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혹시나 내가 너무 더듬었거나 정리가 안되었었다 싶으면 같은 내용을 두 세번씩 연습하기도 했다. 그 다음 다음 키워드로 넘어가고 이런 식이다.
랜덤 주제 예시: Cooking / English / Family Plan / Growth Marketing / Instacart / Intermittent Fasting / Laptop / MBA / NY Trek / Online Class / Reading / Ringle / San Francisco / TED / To do list / Upload / Wedding plan / Wine / Youtube / Book Marketing / Driverless Car / Working from home / Prof Rim’s lecture / Changing jobs
물론 링글 자체의 교재도 좋다. 다만 나는 교재 읽고 준비하는 데 시간이 걸리면 또 그게 부담이 되다보니까 수업에 대한 장벽이 되는 거 같아서, 미리 준비하지 않아도 되는 랜덤 주제로 스피킹을 훈련했다.
여기서 키는 특정 주제를 받고 내가 몇 문장으로 끝나는 대화가 아니라 짧은 스피킹 식으로 완성된 이야기를 전달해본다는 것이다. 이게 은근히 쉽지가 않다. 프리토킹은 사실 상대방한테 질문을 넘겨도 되고 짧게만 얘기해도 생각보다 잘 넘어가는데, 실제 생활에서 좀 더 깊은 대화를 하려면 내가 쭉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연습에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5. 영어책 소리내어 읽기
하루에 20-30분씩 영어책을 읽으려고 노력했다. 다만 직접적인 말하기 훈련은 아니기 때문에 시간에는 1/2만 반영했다. 이번 여름 인턴십이 Growth Marketing 이다보니 주로 Hacking Growth 를 읽었다. 읽기에 대해서 제일 말이 많은 게 모르는 단어 어떻게 하냐는 건데, 개인적으로는 모르는 단어가 한 번 나온다고 막 멈추고 사전 찾아보지는 않았고, 내용이 이해가 되면 대충 넘어가고, 여러번 등장하면 그 때가서 찾아보고 필기했다.
6. 리뷰 (이전 공부내용 복습)
위의 방법으로 공부하다보면 하루에도 2-3장씩 노트 필기를 하게 되는데 해당 필기에 한국어를 보고 영어로 만들어보고 또 한번 내가 까먹은 표현들을 리뷰하는 시간이다. 이상적으로는 매일 하루가 끝나기 전, 매주 하는 게 좋았을 거 같긴한데, 새롭게 뭔가를 배우는 게 아무래도 더 재미있다보니 자주는 못했던 것 같다. 그래도 전체 챌린지가 끝나기 직전에 쭉 한 번 복습을 해봤더니 진짜 신기하게도 비슷한 표현이 여러 번 나오기도 하고 해서 내가 이런 부분에 약하구나, 근데 그거에 비해서 이런 표현이 실전에서 되게 많이 나오는구나 이런 게 명확하게 보여서 신기했다.
7. 패턴북
패턴북에 등장하는 패턴을 연습하고 다른 방법들과 유사하게 1) 한국어를 보고 영어로 바꿔보고 2) 영어 표현을 본 후 외울 때까지 반복 후 넘어가는 식으로 연습했다. 다만 이 방법은 반복 듣기가 불편했고 너무 단순한 패턴에 갇히는 거 같아서 뒤에 가서는 제외했다.
지금부터는 냉정한 현실이 시작됩니다 ㅋㅋㅋ
일단 유학에 대해 생각 정도만 있던 그 시절, 처음으로 링글 수업을 들었던 2018년 8월과 100시간 프로젝트를 하기 직전인 2020년 5월 12일, 그리고 100시간 프로젝트 끝무렵인 2020년 6월 7일의 링글 수업 녹음 파일을 비교해보시겠습니다.
영상에서 알 수 있다시피 솔직히 100시간 프로젝트 전후는 변화를 딱 캐치하기는 어려울 정도로 미묘하다. 현실적으로 그렇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여러 대화 상황에서 머뭇거리는 경우라던지 말하는 데 대한 부담이 조금이나마 줄었다. 무엇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새로운 표현을 접하고 적극적으로 써먹으면서 실제로 영어가 는다는 생각때문에 심지어 재미마저(?) 조금 붙었다.
일부러 2년 전 첫 링글 수업과도 비교를 했다. 영어 공부라는 게 워낙 장기전이라 솔직히 대체 늘기는 하는 건지 지칠때가 많고 조금이라도 놓으면 금방 말문이 막히지만 (마치 꾸준히 해야하는 운동처럼..) 또 길게 보면 노력한 만큼 늘기는 늘어있는 것 같다. 물론 나는 2년전과 비슷한 이슈로 여전히 고생중이지만 그래도 큰 방향을 보자면 조금씩 더 고쳐나가고 있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믿는다.
여튼 내가 영어를 완전 Fluent 하게 하거나 전문가이거나 그런 건 전혀 아니지만, 그래도 MBA 오기 전부터 한국에서부터 이런 방법으로 영어 공부 꾸준히 했다면 어땠을까 생각이 너무 뼈져리게 들어서 이렇게 공유하게 되었다. 어학연수 오거나 유학 온다고 영어가 무조건 느는 게 절대 아니고 (늘더라도 아~~주 느리게 늘고 한계가 있음) 의식적이고 꾸준한 훈련이 반드시 필요한 것 같다. 그리고 그 훈련은 한국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
이제는 인턴십도 시작했으니 다음 챌린지는 풀타임을 향해서가 될려나?
공부하는 모두들,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