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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클레어 Jan 03. 2023

회고와 다짐 - 2023년은 이끄는 한 해로

2022년의 회고와 2023년의 다짐

2019년 6월에 처음 미국에 들어왔으니 올해로 미국에 온 지도 벌써 4년차에 접어들었다. 이미 근 30년을 한국에서 살았으니 이제와서 적응하는 타지 생활이 쉽지는 않을거라 짐작했고, 예상했던 초반 적응 기간은 약 5-7년 정도. 사실 부산에서 서울로 대학을 왔을 때도 완전히 서울 생활에 적응해 나만의 색깔로 살 수 있을 때까지는 약 5년 정도의 적응 기간이 걸렸던 걸로 기억해서, 해외라는 걸 고려했을 때 좀 더 넉넉한 기간을 예상했던 것이었다.


그간 미국에서 학교도 잘 졸업하고 취업해서 승진도 하고 사람들도 사귀고 혹자가 보기에는 이미 잘 적응해서 살고 있네! 싶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까지의 시간은 말 그대로 '적응하느라 급급한' 시간들이었던 것 같다. 일이니 생활이니 일단 미국 사는 사람들 평균만큼 따라가기에 바빴다고 할까? 한국이었더라면 내가 충분히 할 수 있었을 정도의 업무 외의 새로운 도전이나 자기계발, 취미 활동 등은 쉽게 꿈꾸지 못했고 필요에 의한 영어 공부, 업무 분야 공부가 그간의 유일한 자기계발이었다.


하지만 그간 열심히 달려온 덕에 2022년 연말을 기점으로 조금씩 마음에 더 여유가 생기는 느낌이다. 이제는 적응도 막바지 단계로 접어든 느낌. 지금까지 적응해 온 삶을 기반으로 내년쯤에는 미국에서의 삶에도 조금씩 나만의 색깔을 입혀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든다.


바쁘게 따라온 2022년의 회고, 그리고 이제는 좀 더 적극적으로 이끌고 싶은 2023년의 다짐을 기록해본다.



바쁘게 따라온 2022년


최근 Indistractable 이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여기에서 등장하는 Life Domain 들을 기준으로 작년 한 해를 정리해본다.


일 - 정신 없는 팀의 성장, 승진, 그리고 마무리


2022년 초만 해도 내 상사와 나, 단 한 명의 개발자로 시작했던 그로쓰 팀이 1년 사이 100명을 넘어서는 규모있는 팀이 되었다. 2021년 연말, 첫 테스트를 런칭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테스트 개수도 100개를 돌파. 약 35~45% 정도의 승률과 1-3 tests/week 수준의 속도로 약 8-9명의 개발자들과 함께 테스트를 런칭해가며 나도 성장해왔고, 덕분에 입사 1년만에 Sr. Growth PM으로 승진도 할 수 있었다.


초기 멤버로 시작한 덕에 그로쓰팀이 0부터 어떻게 성장해가는지 배우고 각종 프로세스나 일하는 방식도 스스로 세워갈 수 있었던 복된 기회였다. 처음 입사하고 괴로움의 롤러코스터를 탔던 걸 생각하면... (사실 저 블로그에는 충분히 안 적혀있지만 매일 울고 퇴사를 기도했던 첫 세 달...) 정말 천지개벽 수준의 변화다.

이렇게 많은 변화가 있었던 한 해 였던 탓에 사실 나의 2022년 하루하루는 정말 회사 일이 주가 되었던 것 같다. 매일 인도 팀과 일하기 위해 새벽 5-6시쯤 일어나 일을 시작하고 오후 5시에 일이 끝나면 저녁 먹고 좀 쉬다가 다시 자고... 주말도 일요일은 웬만하면 일을 보느라 거의 토요일이나 휴가 기간만 맘 편히 놀았던 것 같다.


그래도 덕분에 출산/육아 휴가 전 마지막으로 맡은 큰 프로젝트도 성공적으로 마무리가 되었고 이제는 마음 놓고 온보딩만 잘 끝낸다음 휴가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간 배운 것도 정말 많은데, 휴가 기간 동안 기회가 된다면 꼭 블로그로 기록해보고 싶다.



관계 - 샌프란의 사람들


미국으로 유학을 올 때 가장 아쉬웠던 것이 서울에서 쌓아 둔 관계들이었다. 이제야 정말 내 사람들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생긴 것 같았는데 충분히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미국으로 오는 게 너무 아쉬웠다. 마찬가지로 뉴욕에서의 친구들과 인연을 뒤로하고 샌프란으로 왔을 때도 외롭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많았다.


하지만 한 사람 한 사람 소개받고 만나다보니 어느덧 여기에도 서로가 편안해지고, 크고 작은 순간들을 함께 보내고 싶은 감사한 인연들이 생겨났다. 6월에 있었던 생일 파티에도 여러 친구들과 가족들이 와서 축하해줬는데 어느새 여기에도 서로 아끼는 사람들이 있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 따뜻했던 기억이 난다.


그 외에 한국에 있던 가족 친구들도 자주 샌프란으로 찾아와 준 한 해였다. 거의 두 달에 한 번씩은 누군가가 샌프란으로 놀러와 시간을 보내거나 우리가 여행을 가서 만나거나 해서 의미있는 시간을 함께 보냈다. 시어머니는 내가 임신한 몸으로 너무 돌아다니는 것 같다고 걱정을 하셨다지만... ㅋㅋㅋ 임신부도 사실은 건강하게 돌아다니는 게 가만히 있는 것보다 더 좋다는 사실! 아끼는 사람들과의 시간이 언제나처럼 참 감사한 한 해였다.



나 - 엄마가 될 준비를 하다


사실 올해는 본격적으로 회사일을 따라가면서 샌프란에 놀러온 가족 친구들 맞이하고 예정했던 여행들을 다니느라 크게 나 자신을 위한 계발에는 신경쓰지 못한 한 해 였던 것 같다. 그래도 한 가지 정말 큰 변화가 있었으니 바로 임신! 개인적으로 올해 가장 큰 계획이었는데 다행히 우리 세상이가 건강하게 들어서주었다. 임신 준비할 때부터 주량을 조절하기 시작해서 임신 사실을 알고 나서는 6개월간 술을 입에도 안 댔으니 내 인생에서 간도 가장 건강한 시점이 아닐까 싶다ㅋㅋ 다행히 입덧도 없고, 임당도 안 걸리고, 중간에 빈혈이 있었지만 영양제 잘 챙겨먹은 덕에 정상으로 돌아오고,잇몸이 약해서 피나던 것도 꾸준히 치과다니며 관리해서 지금은 훨씬 건강하게 임신 기간을 보내고 있다.


그 외에 12월에 한 두 가지, 스스로 정말 뿌듯한 것은:

1. 운전면허를 딴 것. 한국에서도 3번 떨어지고 딴 운전면허... 학원에 얼마를 갖다 바쳤는지 모르겠지만 겨우겨우 따고 차도 없었던 탓에 장롱면허도 이런 장롱면허가 없었다. 오히려 도로주행 시험에 여러번 낙방하며 자신감이 너무 떨어져서 난 평생 운전은 못하겠다는 생각을 해왔었는데, 이번에 임신하고 차를 사면서 오빠의 설득과 도움으로 다시 한 번 도전한 운전면허! 매일 2시간씩 약 한 달간 연습해서 예상 외로 1번만에 면허를 땄다! 나 스스로 한계를 짓고 있던 일이라 바쁘던 와중에 이걸 해낸 나 자신이 얼마나 대견하던지! (매일 연수해준 오빠에게도 너무 감사하고) 조만간 샌프란에서 따는 운전면허에 대해서도 블로그 글을 하나 쓰고 싶다 :)


2. 미국에서의 첫 봉사활동. 한국에서는 나의 중요한 정체성 중 하나였던 Charity - 하지만 미국에서는 내 생활에 적응하기 바쁘기도 하고, 모르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 그간 도전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이번 크리스마스를 계기로 한 번 해보자! 생각해서 독거노인분들과 노숙인분들께 식사를 전달하는 봉사활동을 했고, 더불어 기부도 했다. 실제 도움이 된 정도는 미미하겠지만 그래도 내가 살고 싶은 삶의 모습으로 한 발짝 더 나아간 느낌이라 기뻤다. 앞으로는 더 용기내어 사랑을 나누는 사람이 되어야지.



2023년, 기꺼이 이끄는 한 해로


일, 관계, 나 순으로 2022년을 정리했는데, 사실 그게 작년의 내 우선순위였던 것 같다.


평일엔 회사 업무 따라가느라 바쁘고, 주말이나 휴가기간은 사람들과 만나고 여행 다니느라 바쁘고 (뉴욕, 라스베가스, 아틀란틱 시티, 하와이, 요세미티, 워싱턴DC, 런던, 한국 등) 그러는 동안 정말 의도를 가지고 스스로를 꾸준히 성장시키는 노력은 다소 부족했던 한 해가 아니었나 싶다.


2023년은 출산이라는 큰 변화를 앞둔 만큼, 처음부터 너무 큰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우선 부모라는 새로운 역할에 잘 적응하는 것에 가장 큰 목표를 두고 싶다. 그러면서 내 건강도 잘 회복하고! 어느 정도 부모라는 새로운 역할에 잘 적응한 후에는, 아이가 닮고 싶은 부모가 될 수 있도록 나를 위한 계발에도 좀 더 정진해야지.


무엇보다 어른으로서, 부모로서 받아들여야 하는 책임들을 더 기꺼이 받아들이고 이끄는 한 해가 되었으면 싶다. 육아니 세금이니 신용이니 대출이니.. 서른 중반에도 아직 잘 모르고 따라가느라 급급한 주제들이 많은데, 이제는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해하고 이끄는 가장이 되고 싶다. 좀 늦으면 어떤가 - 부끄러울 것도 없다. 차근차근 해보는거지 뭐.


나로부터 시작해 우리 가족과 가까운 관계들을 소중히 돌보고, 일도 최선을 다해 할 수 있는. 기꺼이 져야 할 책임과 리스크를 이고 나가는 한 뼘 더 성장하는 한 해가 되길.

(+ 더불어 블로그도 더 자주 쓰기로 다짐해본다 - 이젠 하고 싶은 말도 많이 쌓였으니까!)


Happy New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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