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7] 영어, 그 오랜 숙제를 다시 펼치다
꽤 오랜 공백기간을 뒤로 하고, 오랜만에 영어 공부라는 새로운 챌린지를 계획하며 블로그를 들르게 되었다.
*2018년과 함께 시작했던 365일 Life Detox Challenge 또한 정상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곧 소식을 전할 예정이다.
지난 3월 말, 약 5년간을 함께 했던 스타트업 창업의 길을 접었다. 사업을 정리하며 여유 시간이 많이 생겼고, 당장의 재창업이나 취업보다는 우선 스스로를 위한 시간을 갖자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 중 꼭 하고 싶었던 것 중 하나가 '영어공부'.
약 10년 전부터 늘 새해 결심의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던 오랜 과제였다.
사실 나는 대한민국에서 쭉 살고 공부한 것에 비하면 영어는 중급자 수준에 속한다.
외고를 졸업했고 토익도 920점, 토플도 106점으로, 시험 성적이 말하는 나는 '영어를 꽤 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언어의 목적이 무엇이던가. 커뮤니케이션이건만, 나에게는 말하기가 항상 문제였다.
마지막 사업을 통해 미국에서 투자를 받고 미국 사무실에서 일하면서, 꽤 높은 언어의 벽을 경험했고, 이 벽만 넘는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더 많을까- 하는 상상을 펼치게 되었다.
영어는 언제나, 한 번은 넘어야 할 벽이었다.
그렇다고 영어 공부를 안했느냐? 아니다.
영어 책도 읽어보고, 영어 Youtube도 보고, 영어 팟캐스트도 듣고, TED 듣고 따라 적기도 해보고, TED 스크립트 외우기도 해보고, 3개월 어학연수도 가보고, 비싸다는 1:1 회화 학원도 다녀보고, 전화영어도 해보고, 온라인 화상영어도 해보고, 외국인 친구에게 개인 과외도 받아보고, 미드 보는 것도 해보고... 오히려 안 해본게 없다.
그런데 내가 체감하는 나의 영어 실력은 도무지 어느 단계에서부터 늘지를 않았다.
아무리 배움의 커브는 거꾸로 된 J 커브라지만, 이건 해도해도 너무 했다.
누구는 10년이면 전문가가 된다는데, 내가 그 정도 순시간투자는 안 했더라도 초등학교 3학년부터 약 20년을 했으면 그래도 영어가 좀 되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마음에 내가 부딪힌 언어의 벽이 더 원망스러웠다.
그렇다면 뭐가 잘못된걸까?
지난 10년간의 영어 공부 역사를 되돌아보며, 나는 내 공부 방식에 대한 몇 가지 문제를 깨닫게 되었다.
1.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나는 막연히 '영어를 잘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은 계량화된 목표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기에 나는 결국 시험 공부를 하거나, 회화 학원이나 전화영어에서 단계가 올라가기만을 기다리거나 하면서 방향성이 없는 영어 공부를 했다.
결과적으로 시험 성적은 나왔지만 내 체감 영어 실력은 향상되지 않았고, 시간이 지나면 연차처럼 회화 수업 레벨도 올라갔지만, 여전히 내 실전 영어는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이번에는 정말 솔직히 나를 돌아보기로 했다.
영어를 잘 해서 가장 좋았던 적, 영어를 못 해서 가장 싫었던 적은 언제였을까?
내 경우엔 외국인 친구 등이 있는 술자리에서 한국어로 하는 것만큼 내가 편하게 자리에 참여하고 이야기를 끌어갈 수 있을 때 행복했고, 반대로 내가 원하는 바를 제대로 얘기하지 못하고 어느 순간 듣기만 하는 나를 발견할 때 자존심이 상했다. 내가 아무리 시험 성적을 잘 받고 학원에서의 회화 레벨이 높이 올라가도, 이런 기분은 달라지지 않았다. 잠깐, 그렇다면 내가 원했던 것은 이야기하는 것이었구나.
결국 영어도 운동과 같다. 분명한 의도가 없으면 현상 유지를 벗어나지 못한다.
살을 빼고 싶으면 그 의도에 맞게 유산소 운동 위주로 30분 이상 충분한 시간동안 운동해야 한다.
몸을 키우거나 탄탄하게 만들고 싶으면 단백질을 먹어가며 필요한 무게로 근육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바라는 것이 정말 '영어로 사석에서 잘 말할 수 있는 나'라면, 거기에 맞춰서 계획을 짜고 훈련해야 한다.
2. 출력이 없는 영어
우리나라 영어 공부의 특징은 입력만 있지 출력이 없다는 것이다.
듣기로는 거의 다 이해가 되고, 그렇기에 나도 저 정도로 얘기하길 기대하는데 실제로는 그 정도로 나오지 않으니 스스로에 대한 기대감과 현실의 괴리가 학습자를 더 힘들게 한다.
그러나 읽을 수 있고 들을 수 있으면 말할 수 있고 글로 쓸 수도 있다는 것은 오산이다.
그림도 이론만 배워서는 그릴 수 없고, 운동도 책으로만 봐서는 익힐 수 없듯 언어도 마찬가지다.
뇌와 얼굴, 온 몸의 근육이 내가 아는 영어에 익숙해지도록 실제로 훈련하는 시간이 충분히 있어야 한다.
특히 오랜 기간 입력만 있는 영어를 해왔다면, 출력의 비율을 더 높게 가져가는 구성이 필요할 것이다.
3. 절대적 공부의 부족 (시간/강도)
이것은 영어 공부를 위한 의도와도 연관되는 얘기이다.
의도에 알맞는 공부법을 택해야 할 뿐만 아니라, 의도에 맞는 정도로 노력을 들여야 한다.
만약 살을 빼고 싶어 유산소 운동을 선택했다 하더라도, 하루에 10분씩만 운동한다면 내가 원하는 만큼 다이어트를 할 수 있을까? 근육 운동도 마찬가지다. 만약 너무 쉬운 강도의 운동만을 한다면, 아무리 꾸준히 한다고 해도 원하는 만큼 몸을 키우기는 힘들 것이다.
실력이 향상될 수 있는 약간 도전적인 강도의, 충분한 시간의 공부와 훈련이 필요하다.
내가 바라는 것이 현상 유지 이상의 발전이라면 말이다.
그리하여 나는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다음 달부터 시작하는 1년간의 실전 영어 챌린지를 계획하게 되었다.
*대상자: 기본 지식은 있지만 말이 안 나오는 영어 중급자
특히 나처럼 하고 싶은 말을 못할 때 자존심이 미친듯이 상하는 사람...
*핵심 태도: 운동하듯이 영어를 하자
내가 단지 건강한 몸을 유지하기를 원하는지, 내가 원하는 몸으로 키워나가기를 원하는지를 생각해보자.
의도에 맞는 전략을 짜고, 필요한 강도, 필요한 시간만큼 충분히 공부(훈련)하자.
*방법: 기초공사 1시간 + 출력늘리기(5분~1시간) + 동기부여를 위한 실전
[기초 공사]
하루 25분 영어책 소리내어 읽기
+ 하루 35분 미드 Shadowing 및 암송
[출력 늘리기]
하루 5분~15분 특정 토픽으로 혼자 계속 얘기하고 녹음하기
or 하루 15분 Cambly or 1시간 Language Exchange
[실전]
외국인과 만남 (Meetup/Toastmasters/Talkshop/Vineworks 등)
나는 다이어트를 할 때도 1시간 이상씩은 운동을 해야 효과를 보는 편이어서, 영어도 적어도 1시간 이상씩은 하자는 생각으로 위와 같은 챌린지 시간을 정하게 되었다. 각자의 목표와 상황에 따라 총 시간 및 항목 별 시간은 조정할 수 있을 것이다.
꾸준한 실천을 위해 쉐도잉은 스터디할 친구를 찾아서 함께 진도를 체크해가며 진행하기로 했다.
이 외에도 한 달에 한 번씩 진행 내용을 블로그를 통해 포스팅으로 공유할 것이다.
또한 동기부여를 위해서는 첫 한 달 동안 어느 정도 영어의 기초 체력을 기른 후, 해외여행이나 외국인과 함께 하는 각종 이벤트 참여 등을 통해 실전에서 외국인과 소통할 기회를 많이 가질 것이다.
챌린지를 계획하게 된 계기와 배경을 설명하다보니 이야기가 꽤 길어져서,
구체적인 챌린지의 내용 및 방법에 대한 소개/추천은 2편에서 계속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