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이 없다면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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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서 의심이 많아진다.
스물 넷, 창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제안서를 너무 못 써서 대표님 집앞까지 찾아가 한 장 한 장 같이 쓰며 배워가며 천천히 늘었어도 주눅들지 않는 오기가 있었다. 어차피 시간은 많고 나는 확실히 성장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그런데 서른의 지금에는 영문 에세이를 서른 번을 써도 맘에 들게 안 나오는 나 자신에게 괜히 '할 수 있을까' '이게 늘게 될까' 하는 의심이 스멀스멀 기어나온다. 변한 건 없고 오히려 실력이 늘었다면 늘었을텐데, 다만 한 점 두려움이 생겼다.
어쩌면 실력을 늘리는 것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이 두려움을 이겨내는 일이다.
최선을 다해보고 안 되면 어쩔 수 없고 내 몫을 다하면 되지, 그 과정에 내가 두려움에 떨고 있을 필요는 없다. 그리고 이런 말을 끊임 없이 상기시키며 꿋꿋이 이 길을 회피하지 않고 걸어나가는 것이 나의 지금의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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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나이가 어리면 무한한 가능성이 있고 나이가 들면 그 가능성이 닫힌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은 두려움만 없으면 그렇지 않다.
오히려 세상은 기회가 너무나 많아지고 있고 예전처럼 체력이나 젊음 뿐이 아니라도 할 수 있는게 너무나 많은 것 같다.
단지 쌓여온 실패나 고통으로 인한 두려움, 혹은 사회적 인식에 대한 두려움이 우리를 막고 있을 뿐..
앞으로의 여정에 대해 실용적 걱정을 위장한 두려움이 수시로 떠오르지만, 그럴수록 가야만 하는 길이라는 확신이 든다.
내가 얼마나 강한 사람이 될 수 있는지
내가 얼마나 할 수 있는지 보고싶다.
두려움이 없다면 나는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