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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서영 Jan 01. 2021

코로나 환경에서 오프라인 브랜드가 할 수 있는 것

피할 수 없는 매크로 환경, 얼마만큼 빠르게 회복할 것인가  

동시대 세계인 누구나 2020년은 일상을 하이 재킹당한 해로 기억할 것이다. 처음에는 해외로의 출입이 어려워졌고, 몇 주 안되어 매일 매일 마스크를 끼게 되었고, 날이 갈수록 같은 도시의 누군가와 먹고 마시는 일도 어려워졌다. 지금은 집 밖을 나오는 것 자체가 하나의 도전이 되어가고 있다. 


비말로 전염되는 코로나. 생각보다 구강은 우리의 생활에 참 큰 역할을 하고 있었다. 영양분을 섭취하는 것 뿐만 아니라 말하고 대화하는 것, 인간간의 상호작용의 많은 역할들을 입이 하고 있었고, 그 입을 계속 봉쇄하는 환경은 우리 모두의 본능에 무척이나 역행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입조심 관련 옛말이 그렇게 많았던 것이 그러한 반증이 아닐까..) 


코로나가 우리의 업 그리고 나의 일에 미친 영향도 꽤 큰 편이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낭만적 공간이었던 카페는 8-9월부터는 집단 감염이 될 수 있는 위험한 장소가 되어버렸고, 정부의 발표에 따라 매장에서의 좌석 영업을 아예 못하게 되는 일들도 생겼다. 오프라인 이벤트들은 모두 축소되거나 취소되었고 매장에 오라고 하는 마케팅 자체가 불편한 메세지가 될 수 있는 시기까지 되어버렸다. 

코로나와 확진자 그래프에 따라 함께 들썩일 수 밖에 없었던 올해를 돌아보면 가장 아쉬운 건 시나리오 플래닝. 말레이시아 매장에서의 Lock Down, 그리고 Post Lock Down을 모두 지켜본 우리였지만 설마? 한국에서 Lock-Down에 가까운 일상이 올 줄 예측하지 못했던 것, 그 시기가 길어질 때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시나리오를 마련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온라인 비즈니스에 여러모로 힘을 쓴 한해는 맞았지만, 각 사업부 자체적으로 좀 더 시나리오에 맞춘 대응을 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물론 11월 말 부터는 좀 더 시야가 커지고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조금 더 잘 보이긴 시작했지만. 

그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거대한 매크로 변화에서 더 잘 드러나는 것은 각 브랜드, 비즈니스가 갖고 있는 힘이다. 코로나 초기에는 그것은 '평시대비 고객을 얼마만큼 많이 유지하는지(=반대로 말하면 얼마만큼 고객들이 덜 빠져나갔는지)'로 드러나고, 장기화되었을 때에는 '같은 외부 환경에 대해 어떠한 전략을 짜는지'로 드러난다. 

개인의 회복탄력성이나 유연성과 다르게 조직의 반응탄력성은 더 많은 것들을 요구한다.

A. 새로운 시도를 장려하는 환경이여야 한다.
명확한 성공의 확률이나 예상 성과를 제시할 수 없더라도 시도와 테스트 자체를 장려하는 환경이 전제되어야 한다. 

B. 드라이브를 구체화해주는 팀들이 유기적으로 협업해야 한다. 새로운 플랫폼으로의 진입, 새로운 제품의 출시, 새로운 프로젝트를 할 때 든든하게 평소의 루틴을 깨고 더 빠른 템포로 구체화해주는 팀들의 협업이 필요하
다. 


C. 시도에 대한 리뷰를 정량적으로 뿐만 아니라 정성적으로도 잘해야 한다. 첫 시도에서의 캐치해낸 아주 작은 반짝거림(?)에서 2차 후속 안타가 나올 확률이 크다. 고객의 반응은 데이터에서 캐치할 수도 있지만 평소의 커뮤니케이션과 다른 사소한 커뮤니케이션 양상에서도 파악할 수 있다. 

지난 11-12월에 했던 시도들 중에서 확장성을 발견한 것은 네이버의 쇼핑 라이브라는 플랫폼과 결에서의 샵인샵이다.

# 네이버 쇼핑 라이브 

미라언니의 어니스트 플라워가 쇼핑라이브 하는 걸 보고, 너무 재미있어서 한번 해봐야겠다고 생각한 '모바일 홈쇼핑 방송'인 쇼핑 라이브는 구매 전환율에 있어서도 우리 모두의 기대를 뛰어넘는 홈런을 보여주었지만 고객 커뮤니케이션 또한 인스타나 유튜브 라이브보다도 활발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cf. 현재 네이버 쇼핑 라이브는 파워 등급 이상의 스마트스토어를 갖고 있는 브랜드 누구나 운영할 수 있다. 촬영과 송출은 모두 모바일 기기로만 가능하고 방송 시간대나 횟수는 각 스마트스토어 운영자들이 설정할 수 있다. 아직 가보지 못한 분들은 꼭 쇼핑 라이브 플랫폼을 구경해보길!)

지난 12월에 한 5번의 쇼핑 라이브


네이버 쇼핑 라이브의 댓글들

사실 올해 초부터 오프라인 교육을 대체할 다양한 영상 라이브들을 테스트 해왔었다. 유튜브 라이브, 인스타 라이브 모두 생각보다 동시접속자 수가 낮고 쌍방향적인 대화의 느낌보다는 일방적인 방송의 느낌이 강했었는데 쇼핑 라이브는 더 커머스의 성격이 강함에도 불구하고 훨씬 더 진행자와 참여자 모두 몰입시키는 느낌이 있었는데 그 비결은 바로...! 

1. 누적으로 뜨는 View 수 
팔로워가 만단위라고 하더라도 동시접속 수십, 수백을 넘기기 어려운 인스타나 유튜브 라이브와 다르게 쇼핑 라이브는 누적 시청자 View를 보여줌으로써 시청자와 진행자 모두 누가 얼만큼 보고 있느냐?에 신경쓰는 에너지를 줄여준다. 

2. 리액션은 하트 하나, 그것도 누적으로 
쇼핑 라이브의 하트는 마치 아프리카 TV의 별풍선 같은 느낌이 든다. 카운팅이 안되는 인스타의 리액션과 달리 누적으로 하트가 몇개 달렸는지 확인이 가능하기에 출연진들이 하트 갯수를 목표로 시청자들과 무언가 내기를 하기도 좋은 구조이다. 나는 하트가 몇만개 이상 쌓이면 어스에게 새로운 무언가를 사주겠다는 목표들을 시청자들에게 내걸었다. 


3. 네이버의 댓글 문화와 익명성의 보장 
ID 개념에 가깝고 댓글을 다는 사람이 누구인지 추적가능한 인스타 라이브와 달리, 네이버에서는 닉네임을 한글부터 영문까지 다양하게 설정할 수 있고 '닉네임'의 특성 상 누구인지 바로 알기 어렵다. 이 때문에 누구나 편하고 가볍게 어떤 말이든 던질 수 있다. 서로 모르는 상대더라도 라이브 시청자들끼리 질문에 대한 답변을 주고 받고 정보를 주고받는 '시청자들간의 채팅' 모습도 나타난다. 이는 기존 라이브 방송보다 훨씬 더 다 대 다 소통의 양상을 띈다. 


# 결에서의 샵인샵 스토어


매장에서 취식이 제한되자, 우리가 비싸게 임대하는 크나큰 공간은 모두 사용성이 없는 공간으로 변화하게 되었다. (아쉽게도 사용성이 없어진다고 임대료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많은 프랜차이즈 매장들에서는 좌석들을 한 쪽으로 몰거나 테이블 위에 의자를 뒤집어두기도 했다. 이는 고객으로 보기에 카페에 입장하기 위축되는 시기에 더 들어가고 싶지 않은 모습을 띈다고 생각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오기는 어렵고, 매장에서의 취식은 어렵겠지만 - 테이크아웃만 하러 방문하더라도 더 매력적인 무언가를 선보이고 싶었다. 기왕이면 부가적인 매출도 올리면 더 좋고. 이런 저런 아이디어들을 결의 리더 베로와 논의하다가 베로가 와인이라는 아이템을 제안하여, 결에서 내추럴 와인 팝업스토어를 실행하게 되었다. 

내추럴 와인은 예전부터 커피와 페어링하여 선보이고 싶은 아이템이었다. 커피 산업은 예전부터 와인산업에서 테이스팅하는 방법부터 농산물을 가공하는 과정까지 많은 것들을 벤치마크하며 성장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내추럴 와인과 스페셜티 커피는 닮은 점이 더 많은데, 바로  개성이 강한 생산자 (농장, 와이너리)가 각자만의 방식을 담아 품질이 좋은 제품을 소량씩만 생산한다는 점에서이다. 

카페에서 와인을 잔도 아닌 바틀로? 다소 낯선 시도일 수 있으나 시음할 수도 없는 환경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판매량를 이끌어낸 건 팀이 테이스팅하고 이해한 와인을 자신있게 추천한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맛의 스펙트럼과 생산자의 이야기에 푹 빠지는 호기심 넘치는 우리 팀이 고객들에게 얼만큼 자신감있게 설명했을지 눈에 생생히 그려진다. 지난 11월, 와인의 가공방식에 따온 '탄소침용법'으로 만든 게이샤 커피를 선보이면서 탄소침용 커피와 와인을 동시에 경험하는 페어링 이벤트를 진행하고 싶었는데 못한 아쉬움을 여한없이 풀 수 있었다. 


결의 내추럴 와인 팝업 공간

매장에서 커피가 아닌 제품을 판매하면서 어느정도 의미있는 매출을 낸 적은 오랜만이여서 테이크아웃만이 어허락되는 기간에는 다른 제품으로도 테스트를 해보고 싶다. 매장이랑도 어울리는 제품이면서 그 자체만으로도 매력적이고, 또 바리스타팀이 자신있게 추천해줄 수 있는 제품. 어떤 지점을 클릭해야하는지 조금은 더 구체적인 좌표가 생긴 것 같다. 

거대한 매크로에 대응하는 반응 탄력성을 이야기하다가 요즘 푹 빠진 쇼핑 라이브 이야기에 갑자기 쑥 들어가게 되었지만.. 다시 돌아가 지금같은 위기 환경에서 좋은 시도들을 하는 것의 전제조건은 위의 '조직적 탄력성' 이외에도 높은 수준의 창의성이지 않나 싶다. 이 상황은 모두 처음이기에 누구나 우왕좌왕하고 있고, 선도적인 기업들도 어디로 가야하는지, 또 그곳까지 어떻게 가야 할지 정확히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길을 알려줄 누군가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창의성은 마치 센스처럼 타고나는 것인지 혹은 길러질 수 있는 것인지 논쟁의 여지가 많은 아이템이지만 지금은 창의성 자체도 하나의 프로세스라는 생각이 든다. 넓은 시야로 많은 인풋들을 서랍안에 저장하고 동시에 떠올릴 수 있는 능력. 각기 다른 서랍안에 담겨있는 것들간의 유사성을 바탕으로 도입해갈만한 면들을 잘라내고 조합하는 능력. 정보와 현상의 편집능력에 가까울 수 있을 것 같다. 그 점들을 이은 시도들에서 또 새로운 현상을 캐치하고 발견해내는 능력. 


2021년에는 더 창의적인 내가, 그리고 우리 팀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를 위한 적절한 시도들을 할 지혜와 힘을 내가 키울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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