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개 브랜드와 뚝딱 만들어간, 흥미로웠던 캠페인의 기록
올해에는 유독 다른 커피 브랜드들과 함께 작업하는 일들이 많았다. 이전에도 다양한 브랜드, 아티스트와 협업하는 경우들이 많았지만 - 같은 커피 업 안에서의 브랜드들과 적극적으로 협업을 모색한 건 올해가 원년인 것 같다.
첫 시작은 바로 #집콕커피챌린지.
시작점은 작년 12월, 정부 지침으로 카페 홀 영업이 중단되면서 많은 커피 사업자들이 타격을 받던 그 시점이다. 공간마다 영향을 받은 정도는 다 달랐겠지만, 힘들지 않은 매장은 없었고 누구나 2주마다 돌아오는 정부 발표를 참 목마르게 기다리고 있던 시점이었다. 우리나라 카페 시장은 '커피' 뿐만 아니라 제3의 장소로써 성장해온 요인도 컸었기에, 머무를 수 없는 카페는 매출은 많이 꺾일 수밖에 없었다.
우리 같은 카페 브랜드들도 참 힘든 시기였지만, 사실 고객 입장에서도 쉬운 시기는 아니었다. 카페에서 커피 한잔 마시는 게 이렇게나 우리 삶의 큰 부분이었다니. 카페를 못 가니, 나조차도 자연스레 사적인 만남들이 줄어들었다. 만남이 합법적으로 허용되는 유일한 장소인 밥집(?)에서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우리에겐 좋은 커피와 그를 즐길 수 있는 장소는 사교, 사회적 만남과 직결된 활동이었고 정부의 홀 영업 금지는 '동거인 이외의 만남을 자제시키는데' 큰 일조를 했다고 느껴졌다.
타인과의 만남과 교류가 줄어드는 시기는 누구에게나 어려운 시기이다. 오랜 코로나 시기 동안, 지켜보는 누군가가 없어도 스스로의 생활 규율을 잘 세우고 지켜나가는 시민들을 응원하고 싶었고, 매장에 오지 못하더라도 고객과 연결된 느낌을 주고 싶었다. 홀 영업이 중단되고, 코로나 확진자가 줄지 않고 있는 시점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라고 회의를 하던 와중 누군가 작년 닷페이스가 진행한 온라인 퀴어 퍼레이드 이야기를 했고, 온라인으로 연결된 느낌을 줄 수 있는 캠페인을 기획하게 되었다.
그렇게 아이디어를 조금씩 덧붙여서 #집콕커피챌린지를 기획하게 되었다. 큰 개요는 아래와 같다.
- 참여자는 집콕커피 생활을 하는 모습을 #집콕커피챌린지로 인스타그램 포스팅 진행
- 외출을 자제하고 집에서도 즐거운 커피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친구 3명을 태그하여 참여 독려
- #집콕커피챌린지 해시태그 수 만큼 캠페인을 진행하는 메인 브랜드들이 선별 의료진에게 커피를 기부
초반 기획에는, 참여한 당사자에게도 커피를 보내주는 요소도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자신에게 돌아올 혜택이 있을 때보다는 순수하게 이타적인 목적일 때 더 좋은 마음으로 활발하게 캠페인에 참여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소이의 피드백으로 보상은 기부 하나로만 좁혔다.
또 원래는 우리 브랜드 자체적으로 실행하려고 했었는데, 제이스가 다른 브랜드들과 함께 하면 훨씬 더 큰 임팩트를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이야기해주어 아예 캠페인의 양상을 다르게 진행하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제이스가 여러 브랜드가 함께 하면 좋을 것 같다고 코멘트를 준 뒤에도 선뜻 그 방향으로 실행해가는 걸 결정하지는 못했다. 우리 브랜드가 아닌 다른 브랜드들과 함께 하는 건 더 많은 책임감과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요했고, 기민하게 실행해가지 못할까 걱정되기도 했다. 또 결국에는 커피 기부를 동참해달라고 요청하는 거였기에, 지금 모두가 어려운 시기에 커피를 선뜻 기부할 수 있을까?부터 다들 참여할 수 있는 여력이 다를 텐데 어느 정도 물량으로 기부를 해달라고 하지? 참여 인원은 어느 정도 수준으로 예측할 수 있을까? 와 같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이 '혼자 하는 것보다 훨씬 난이도가 높을거야' 딱지를 붙였고, 이 캠페인을 하는 우리 브랜드의 목적 자체에 대해서 다시금 질문하게 했었다. 브랜딩 활동으로 보아야 하는 것일까? 만일 그렇다면 여러 브랜드와 함께하는 캠페인이 되면 이것의 목표는 무엇이지? 등등.
계속해서 마음속에 핑과 퐁이 왔다 갔다 하며, 나의 에너지 레벨을 체크해가며 결정을 미루다가 일주일 만에 일단 두들겨보기로 결심을 했다. 2-3일 동안 브랜드들한테 연락을 해보고 짧은 결정 시간을 준 뒤, 함께 하는 곳들이 있으면 함께 하고 아니면 우리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결정을 다른 브랜드들의 결정에 따라(?) 조금 이연 시키고 내가 당장 실행한 액션을 명확하게 했다. 이 모드로 들어가면 사실 핑퐁할때 보다 마음은 참 편해진다. 결정을 이 행동들의 결과를 보고 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 때 우리 팀에서 이미 활용하고 있던 협업툴 노션(notion.so)이 참 많은 도움이 되었다. 캠페인 기획과 공지들을 노션 페이지로 작성하여 담당자들에게 인스타그램 DM이나 문자, 카톡으로 바로바로 보냈다. 이메일로 보내고 확인을 요청하는 것보다 훨씬 더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여러명이 연락을 하더라도 하나의 동일한 내용으로 통일하여 보낼 수 있었다. 또 이모지 활용이 먼가 자연스러웠기에 보다 친근하게 캠페인 참여를 유도하는 효과도 덤으로 따라왔다!
연락을 해볼만한 브랜드들을 구글 시트로 만들어서 팀과 함께 채워나갔다. 순식간에 30여개가 넘는 브랜드들에 연락을 했고, 그 중 20개가 넘는 브랜드들이 참여의사를 빠르게 회신 주었다. 2-3일 만에 일어난 일이었기에 참 놀랐는데, 혼자서 한 일이 아니라 계속해서 의욕적으로 브랜드들에게 컨택해준 제이스와 마케팅팀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숫자였다. 그 중에는 우리가 원래 교류하고 있던 브랜드들도 있었지만 거의 교류하지 않고 있던 브랜드들도 많았다. 하지만 대부분 빠르고 따뜻하게 회신을 주었으며, 캠페인의 취지에 크게 공감해주었다.
애초에 연락을 취했던 모드가 '공동 캠페인을 이렇게 기획했어요. 함께 해주세요.'의 모드였다기보다, 내부적으로는 다양한 브랜드들과 함께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서 빠르고 가볍게 연락했었기 때문에 연락을 취한 뒤 더 세밀한 계획들이 세워질 수 밖에 없었다.
최초에 기부를 진행할 선별진료소를 확정하고 브랜드를 모집한게 아니었기에,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해준다고 하니 바로 지역별 선별진료소에 연락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뿔싸. 보건소나 정부에서 운영하는 임시 선별진료소의 경우에는 정책적으로 기부를 받지 않고 있었다.
전화를 해보면 "마음만 감사히 받겠습니다."라는 대답들이 계속 돌아왔다. 아마도 기부가 들어오는 물품들의 종류나 퀄리티를 확증할 수 없고, 기부 영수증 등을 발급하는데 추가적인 리소스가 너무 많이 들기에 어떤 시점부터 기부를 받지 않았나보다. 그때부터 기부처를 찾지 못하게 될까봐의 공포에 시달리게 되었다. 이렇게 수많은 브랜드들에게 약속을 해놓고 막상 커피를 받아줄 곳이 없으면 어떻게 하지..?!
다행히도 사설 병원들은 기부 물품을 환영하는 곳들이 있었고, 그 와중에 가장 적극적으로 말씀주셨던 서울 적십자 병원을 일차적으로 기부처로 확보할 수 있었다. 기부 아이템은 원두가 아닌 간편 커피 카테고리의 드립백이나 콜드브루로 받았는데, 여의치 않은 곳 중에서 커피 캡슐로 기부하고 싶었던 브랜드도 있었다. 적십자 병원은 다행히 캡슐커피 머신도 갖추고 있는 곳이었다.
그렇게 각 브랜드를 모집한 뒤, 일주일 정도 만에 우리는 다함께 챌린지 포스팅을 올렸다. 사실 포스팅 가이드라인을 보낸지 2-3일만에 다들 촬영해서 올려준 것이어서 영상을 준비하기엔 빠듯한 시간이었다. 평소에 영상을 많이 사용하지 않던 브랜드들도 정말 멋진 홈브루잉 영상들을 올려주어... 다들 왜 평소에 더 영상을 안 올리실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같았지만, 마치 사람처럼 그 메시지를 표현하는 말투와 색감이 모두 다른게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였다.
캠페인은 12/28경부터 1/16일까지 약 3주 동안의 시간으로 진행하기로 했었다. 진행 기간은 정부의 거리두기 지침 기간까지이기도 했고, 너무 길어질 경우의 늘어짐을 방지하기 위함도 있었다. 캠페인의 성과는 어느정도였을까?
우리 팀이 최초로 세운 목표는 3,000명~5,000명 수준이었다. 그 당시까지 성공적이었던 온라인 캠페인들인 #아이스버킷챌린지가 수년동안 만들어온 누적 해시태그가 2만대였고, 닷페이스의 성과 역시 2만 정도여서 우리는 커피라는 카테고리 내에서 짧게 진행하니 5천 정도도 큰 목표라고 생각했었다.
실제 결과는 3주 동안 8800명 정도의 참여였다. (물론 오늘 검색한 해시태그가 1.9만인 것을 보아, 캠페인이 종료된 뒤에도 1만 이상의 참여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할 수 있다.)
캠페인이 퍼져나가는 것을 보면서 느낀 점을 몇가지 적어보자면,
1) 캠페인이 뻗어나가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건 3명의 지목 시스템이었다. 나는 유명인들이나 브랜드들이 이 캠페인을 퍼블리시하면, 지목받지 않더라도 자발적으로 하는 사람들도 나올 줄 알았는데 애초에 지목형으로 캠페인을 만들다 보니 '지목받지 않았는데 하기는 조금 부끄럽고 나서는 것 같다'는 한국인 특유의 나서지 못하는 ㅠㅠ 심리를 발견하게 되기도 했다. 그래서 지목받은 사람들 위주로 많이 진행하게 되었고, 소수 (10% 미만)의 자발적인 동참자들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캠페인은 초반부에 전날 해시태그에 비하여 1.7~2배수로 성장해갔다. (지목받는 모든 사람들이 업로드를 해준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계수가 3으로 가기까지는 어려웠다.)
2) '커피'는 다양한 층에게 침투할 수 있는 소재였다. 초반 일주일 동안은 사실 우리나라의 바리스타들만 다 참여하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전국의 바리스타들이 너무나 전문적인 느낌으로 영상을 올려주었다. 보면서 일반인들은 참여하지 못하고 위축되는건 아닌가 하는 걱정 아닌 걱정도 들 정도였다. 하지만 바로 일주일 뒤에 그 우려는 금방 사라졌다. 집단 간의 노드 역할을 하는 누군가의 지목으로 한번은 작가층에게 깊게 침투되었고, 그 다음에는 웹툰 작가들, 나아가 펭수 매니아 집단으로, 또 홈브루잉을 많이 하는 4050대 주부 집단으로 넘어가며 #집콕커피챌린지는 계속 진화해갔다. 태그를 검색해서 피드를 바라보면 특정 시기에 많이 참여한 집단을 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위의 그룹별로 특징이 드러나는 포스팅 몇개를 가져오자면,
사실 더 아래로 내려가서 보고 싶은데.. 그 사이에 해시태그가 또 많이 쌓여서 도달하기가 참 어렵다. ㅠㅠ
지금은 커피 관련 광고 해시태그 키워드로도 종종 쓰이는 것 같다.
기부는 한번에 다 이루어지지 않고, 중간에 한번 서울 적십자 병원에 중간 기부를 진행했었다. 캠페인 중간에 실제로 기부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이게 그냥 말로만 하는 (?) 캠페인이 아닌 실제로 행동하는 캠페인임을 참여자들에게 확인시켜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서울에는 서울적십자 병원, 중앙보훈병원, 청구 성심 병원의 총 3곳에 병원에 기부를 진행했고, 천안의 천안의료원 그리고 부산의 부산의료원까지 기부를 진행하였다. (이는 천안의 아비시니아와 인사이트 커피, 그리고 부산의 베르크와 모모스커피가 참여해주었기 때문!) 총 8918잔의 커피가 의료진과 병원 관계자에게 전달되었다.
참여한 브랜드들이 모두 중간 기부영상과, 집콕커피챌린지가 끝났다는 마무리 영상을 함께 올려주셨지만 #집콕커피챌린지의 포스팅은 아직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뾰족한 수를 마련하지 못한게 바로 캠페인의 마무리와 마감. 이 모든 것이 끝났고 우리의 기부도 이제 더 이상 진행되지 않는 다는 것을 알리고 싶지만.. 어떻게 더 잘 알릴 수 있을까. 혹은 그 당시에 어떻게 더 잘 알릴 수 있었을까. 아직도 모르겠다. 지금도 해시태그가 쌓여가는 것을 보면 기분좋음과 알싸한 죄책감이 같이 든다. 당신의 참여는 전달이 안되고 있다는 진실을 전달해주어야 한다는 책임감...
#집콕커피챌린지를 시작으로 우리 팀은 주변의 커피 브랜드들과 무언가를 해갈 수 있다는 협업에 대한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함께하는 것도 사실 가볍게 손을 내밀면, 상대도 부담없이 함께 하거나 거절할 수 있는 거구나. 먼저 손을 내미는 누군가가 없었던것 뿐이구나. 부족한 모습이 있어도 서로 채워가면 되는구나! 라는 걸 캠페인을 통해서 배울 수 있었다.
그 결과 상반기에는 다른 커피 브랜드들과 함께하는 오프라인 행사인 커피 위켄드(COFFEE WEEKEND)도 기획하고, 메쉬커피와 쇼핑 라이브도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같은 업에 있는 경쟁 브랜드가 아닌, 아직은 낯설고 작은 시장에서 서로 함께 커나가는 - 더 큰 의미의 동료들. 부디 우리의 시장과 우리 모두 더 멋지게 성장해갈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