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티 커피 산업 들여다보기 (2)
인텔리젠시아, 카운터컬처, 블루보틀 그리고 라콜롬브의 성장트랙
주류에 역행하는 무언가가 산업에 의미있는 게임체인저(Game Changer)로 성장해가는 케이스에는 크게 두가지 가 있다. 첫째는 치밀하게 시장의 진화와 고객의 니즈를 읽어 제품을 출시하고 끈기있게 케즘을 넘긴 경우. 두번째는 고객이 준비되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본인들이 미치도록 사랑하는 무언가를 끊임없이 고객에게 설파해가서 시장을 전복시킨 경우. 스타벅스를 성장시킨 하월드 슐츠는 2억명의 미국인들의 ‘제 3의 공간'에 대한 니즈를 읽었던 것이 아니라, 본인이 열렬히 사로잡혔던 이탈리아의 에스프레소 바(Bar) 문화를 미국인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열망이 컸던 후자의 케이스다. (실제로 하워드 슐츠는 첫번째 책에서 ‘Pour your heart into it’에서 “당신을 사로잡는 것이라면 반드시 다른 사람도 매혹시킬 것이다 ‘라는 챕터를 만듦으로써 본인의 현실인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금은 우리의 곁에서 어느덧 그 다음 주류로 느껴지는 스페셜티 커피 시장도 하월드 슐츠처럼 합리적인 판단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에 매혹된' 열성적인 공급자들이 만들어낸 시장이다. 미국에서 먼저 꽃피게 된 스페셜티 커피를 시작하고, 성장시켜간 플레이어들을 몇몇 짚어보며 각기 어떻게 다르게 성장했는지를 들여다보겠다.
인텔리젠시아와 카운터컬처는 스페셜티 커피 시장을 연, 최초의 기업들이라고 볼 수 있다. 그들은 서로 다른 비즈니스 모델로 발전해갔기 때문에 그를 중점적으로 비교해서 소개할 예정이다. 2000년대보다 2015년 이후, 커피 비즈니스를 펼쳐가는 규모나 성장성 면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브랜드로 블루보틀과 라콜롬브를 소개할 예정이다. 이들은 시장 초기 레거시를 가진 브랜드들은 아니지만 현재 가장 많은 소비자들에게 스페셜티 커피를 전파해주고 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의 스페셜티 커피 씬이 형성되게 되는데 있어 원조, 혹은 시초인 회사가 어디인가?라고 질문을 한다면 전세계의 커피인 누구나 큰 이견 없이 인텔리젠시아를 언급할 것이다. 인텔리젠시아는 미국의 소규모 로스터리 중에서 생두 다이렉트 트레이드(Direct Trade)를 적극적으로 시작한 최초의 회사이기도 하며, 당시 막 형성되기 시작한 로스터 커뮤니티에서 산지에서 배운 경험들을 공유함으로써 동시대의 커피 회사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인텔리젠시아의 창업자 더그젤은 당시 샌프란시스코에 있던 스피넬리 커피에서 바리스타와 매니저로 일을 한 뒤, 배전도가 덜 강한 커피에 매료된 뒤 1995년 자신의 고향이자 커피 불모지인 시카고 지역으로 돌아가서 창업한 회사이다. 인텔리젠시아의 첫 매장은 매장 겸 매장 내 공간에서 원두를 볶는 로스터리였다. 이들은 첫 커피 사업을 시작하면서 매장 뿐만 아니라 로스팅, 그리고 다른 카페, 호텔, 레스토랑에게도 원두를 공급하는 도매 사업도 같이 시작한 것이다.
1995년부터 2000년 초반까지 미국의 로스터리들과 남미의 생산지에는 많은 변화들이 있었다. SCAA(미국 스페셜티 커피 협회)의 주도하에 로스터들의 커뮤니티인 로스터스 길드가 탄생하였고, 미국의 ACE(Alliance for Coffee Excellence)의 주도하에 남미에서는 더 개성이 강하고 고품질의 커피의 프라이싱(Pricing)을 높이고 유통과정을 줄이는 커피 경매인 COE(Cup of Excellence)가 설립되었다. 이러한 환경하에 자연스럽게 인텔리젠시아의 초기 멤버들은 COE의 심사위원으로도 활동을 하면서 남미의 산지를 넘나들게 되며 커피의 로스팅 이전 단계인 경작과 수확, 그리고 가공과정에 대한 이해도를 넓혀가게 되었다.
농부와 커피 로스터 사이의 생두 유통과정에는 수많은 유통 단계가 존재한다. 커피에서 이전에 강조되었던 페어트레이드(Fair Trade)의 의미는 공급량과 수요량에 따라 변동성이 높은 커피 커머디티 거래 가격을 조금 더 안정적으로 고정시켜주고 거래가격보다 프리미엄을 지불해주는 거래 방식을 의미한다면, 다이렉트 트레이드(Direct Trade)는 수많은 유통단계가 보다 줄여져서 수요자(로스터리)와 생산자(농부)가 직접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고 거래하는 것을 의미한다.
출처: Counterculture Coffee / Narino Value Chain
필자는 2016년 미국의 다양한 스페셜티 커피 로스터리들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커피 업계에서 다이렉트 트레이드를 정확히 어떤 단계부터로 규정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생두 수출 수입업체의 역할 중 물류/ 통관 역할까지 자가화 하면서 가장 깊이 있게 다이렉트를 하는 곳은 인텔리젠시아라고 이야기하는데에는 많은 브랜드들이 동의하고 있었다. 인텔리젠시아처럼 다이렉트를 하는 것은 몇 가지 장점이 있다.
하나는 신선도가 중요한 농작물인 커피를 수입업자(Importer)와 거치지 않고 들여옴으로써 다른 브랜드들보다 3주 정도 빠르게 싣고 올 수 있어, 더 빠르게 시장에 소개하고 소진할 수 있고 총 판매기한도 3-4주 정도 더 여유롭게 가져갈 수 있다. 둘째로는 비용측면에서 중간 유통과정이 줄어들기 때문에, 유통 마진을 제외하여 더 저렴하게 생두를 소싱할 수 있다. 세번째로는 해당 농장으로부터 더 좋은 커피를 독점적으로 들고 올 확률이 높아진다. 거래하는 농장이 시장에서 차별성이 있는, 훌륭한 수확물을 낼 것으로 기대되는 농장이라면, 다른 로스터리에도 세일즈를 해야 하는 수출업체, 수입업체 없이 직접적으로 거래하는 것이 해당 커피를 독자적으로 소개하기에 더욱 용이하다.
이러한 장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선뜻 인텔리젠시아만큼 모든 과정을 내재화하고 있지 못하는 이유는 그에 필요한 몇가지 전제조건이 있기 때문이다. 생두를 직접 갖고 온다는 것은 해상 운송을 필수로 한다. 직접 가지고 오는 물류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려면, 컨테이너 단위로 들고 오는 스케일(규모)가 전제가 되어야 한다. 둘째로는 리스크 관리이다. 생산지에서 맛 보았던 생두 샘플이 소비국으로 건너오는 과정에는 퀄리티가 바뀔 수 있는 수많은 리스크들이 존재한다. 가장 안 좋은 케이스로는 샘플과 실제 보내는 상품을 다른 것으로 꾸리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고, 보관상의 이슈로 생두가 변질될 수도 있으며, 운송상의 과정에서도 수분함량 등의 변화를 겪어 퀄리티가 변화할 수 있다. 이러한 다양한 리스크들을 관리해주는 역할이 생두 수입업체의 역할인데, 다이렉트를 할 경우에는 그 리스크를 로스터리에서 부담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텔리젠시아는 다이렉트 트레이드를 위한 이런 전제 조건들을 어떻게 접근하였을까?
인텔리젠시아는 사업 초기부터 도매 사업을 함께 시작했다. 원두 도매 사업이란, 고객들에게 커피를 제공하는 사업체인 카페, 레스토랑 그리고 호텔 등의 사업자에게 로스팅한 원두를 납품하는 사업을 의미한다. 큰 자본없이 창업한 더그가 사용하는 생두량을가장 손쉽게 늘릴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도매 사업을 통한 것이었을 것이다. 자체 직영 매장을 늘리는 것은 매장 하나하나 낼 때 마다 임대료나 인테리어 비용, 기자재 비용이 계단식으로 상승하는 반면 도매사업은 어카운트를 늘릴 때 마다 늘어나는 비용은 굉장히 적은 편이다. 더그가 커피를 배웠던 미국 서부에 비해서 시카고 인근에는 경쟁력있는 커피 브랜드가 없는 것도 도매 사업을 확장하기에 좋은 환경이었다. 필자가 인텔리젠시아를 방문했던 2016년 경, 인텔리젠시아는 10여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었으나 매장 매출 대비하여 도매 사업 매출이 2배 수준에 다달았다. 자신들의 매장이 아닌 곳에서 ‘원두'를 판매할 수 있는 채널로 하이퍼마켓*도 확장하고 있는 중이었는데, 홀푸드 마켓(Wholefoods market) 이외에도 타겟(Target)등에 입점하였었다.
*이마트, 월마트, 홀푸드 등 식료품/일용잡화 이외에도 의류/자동차용품/전자제품/가구도 취급하는, 대형 소매 점포
인텔리젠시아가 카페 매장을 출점하는 전략은 도매 사업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있다. 2007년에 인텔리젠시아는 처음으로 시카고 이외의 지역에 매장을 내게 되는데, 그 지역은 바로 LA였다. 새로운 지역에 매장을 낸다는 것은 새로운 카페 고객을 만나는 것 뿐만 아니라 새로운 잠재 도매 고객들을 만날 수 있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LA의 명소로 빠르게 자리잡은 실버레이크 매장을 출점한 1년 뒤, 인텔리젠시아는 LA에 로스터리와 도매 고객사들에게 트레이닝을 시켜줄 수 있는 로스터리 공간을 오픈한다. 현재 인텔리젠시아는 시카고, LA, 보스턴, 뉴욕 등지에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시카고와 LA에는 로스터리 겸 트레이싱 센터를, 보스턴과 뉴욕에는 트레이닝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카페 매장은 도매 고객들에게 인텔리젠시아의 커피를 선보이는 쇼룸 역할을 하기도 한다.
다이렉트 트레이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생산지에서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생산자를 잘 이해하고, 상호 신뢰를 쌓아가고, 나아가 생산자의 역량을 계속해서 강화시켜주는 것이다. 남미나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에 주로 위치하고 있는 커피 농장들은 사실 수확한 뒤 커피가 보관되고 운송되고, 미국에서 로스팅된 이후의 커피를 맛볼 기회가 거의 없다. 인텔리젠시아는 2011년부터 다이렉트로 거래하고 있는 농장들을 한 곳에 모아, 커피의 재배, 수확, 가공, 로스팅 그리고 추출에 대한 이야기들을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있다. 워크샵의 이름은 ‘Extraordinary Coffee Workshop’인데, 2011년 이후 매년 1회씩 열리고 있으며 소비국인 미국에서 열릴 때도 있고, 생산지에서 열릴 때도 있다. 서로 다른 지역과 나라에서 모인 농장주들은 서로 교류를 하면서 농법이나 가공방식에 대하여 새로운 지식을 공유하게 된다. 농장주들은 자신이 키우는 작물인 커피에 대하여 전문가이기도 하면서, 다채로운 경험을 하기에는 어려운데 Extraordinary Coffe Workshop은 농장주의 이러한 결핍을 보충해주고 있다. 콜롬비아와 같은 국가에서는 자국 농업을 보호하기 위하여 커피 자체가 수입 금지 품목이다. 일반적인 소규모 농장을 운영하는 콜롬비아 농부는 콜롬비아 땅을 떠나기 전까지 다른 나라의 커피를 마셔볼 일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텔리젠시아가 주최하는 이 Extraordinary Coffee Workshop은 여러가지 의미에서 농부들의 식견을 넓혀주는 역할을 한다.
인텔리젠시아의 커피 바는 그 자체로도 이익을 내는 하나의 비즈니스이지만, 인텔리젠시아가 진출한 지역에 그들의 커피를 홍보하는 쇼룸의 역할을 하는 것의 의미가 가장 크다. 2016년 만났던 당시 온라인 사업부를 이끌고 있는 맷(Matt)은 매장들이 그들의 커피의 가장 큰 간판 역할을 한다고 했다.
특히 인텔리젠시아 커피 바의특징은 각 매장이 로컬라이제이션을 통해 지역의 특색에 녹아들고 있다는 점이다. 매장의 공간 디자인 뿐만 아니라 판매하는 메뉴까지도 출점 지역에 따라 유연하게 바뀐다. 인텔리젠시아 매장들의 가장 큰 특징은 사이니지나 사용하는 원두에 있는 인텔리젠시아 로고를 제외하고는, 매장 전체적인 룩에서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인텔리젠시아스러움'을 캐치해내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시카고 Monadnock 빌딩에 있는 매장과 뉴욕 하이라인 호텔에 있는 매장은 굉장히 클래식하고 앤티크한 느낌이 드는 반면, 로건스퀘어 매장이나 올드 타운 커피 바는 굉장히 밝고 경쾌하고 색감이 화사하다. LA로 넘어가면 블루톤의 타일로 바를 만든 실버레이크 커피 바 또한 완전히 새로운 톤이다.
그들이 그렇게 매장 톤을 다르게 전개해나간 이유는 매장이 위치한 지역, 그리고 건물 내부 공간 그 자체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대학가나 바닷가 근처의 매장에서는 경쾌하고 리듬감이 넘치는 바를 가져가고, 100년 정도 된 도심부의 유구한 빌딩에서는 바리스타들도 베스트에 넥타이를 하기도 한다. 그 지역의 주민들이 속하고 있는 일상의 지역성에 완전히 스며드는, 혹은 조금 더 멋있는 톤으로 발색해주는 그러한 하드웨어 톤을 가져가는 것이다.
매장마다의 운영 컨텐츠도 상이한 편이다. 인텔리젠시아는 한 시기에 스냅샷으로 보면 20~25종의 싱글 오리진** 원두를 취급하고 있는데, 각 매장은 어떠한 원두들을 당일에 드립으로 제공할지 자신들이 결정하여 제공한다. 그래서 각 매장에서 피처링하고 있는 원두의 리스트가 조금씩 다르다. 나아가 대학가의 로건 스퀘어 매장에서는 더 어린 고객층을 위해 다른 매장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밀크 셰이크를 시그니처 메뉴로 파는 등, 고객에 맞춰 소프트웨어를 계속해서 진화시켜간다.
**싱글 오리진: 단일 농장/산지에서 수확된 커피만으로 구성하여 로스팅한 커피. 다양한 원산지의 커피를 사용한 ‘블렌드'와 대비되는 개념이다. 위스키의 ‘싱글 몰트’ 개념과 유사하다.
카운터컬처 커피는 인텔리젠시아와 같은 해에 설립된 커피 회사로, 사우스 캐롤라이나 더햄에 본사를 두고 있다. 카운터컬처 커피는 일반 고객들이 알기 가장 어려운 커피 브랜드이기도 한데, 소매 사업은 일절 하지 않고 도매 사업만으로 커피 사업을 운영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카운터컬처의 커피를 경험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원두를 구매하여 사용하고 있는 카페에 가거나, 온라인 웹사이트로 구매하거나, 홀푸드 마켓 같은 곳에서 원두를 구입해서 직접 내려마셔야 한다.
카운터컬처라는 이름으로 연상되는 매니악함 혹은 집시스러움(?)과 달리, 카운터컬처 커피는 가장 과학적인 접근을 추구하는 커피 회사 중 한 곳이다. 그들의 커피는 클린컵(커피의 맛을 느끼는데 방해하는 요소가 없고, 부정적인 뉘앙스가 없는) 측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데, 이는 그들이 로스팅하는 과정을 자세히 살펴본다면 자연스럽게 이해되기도 하는 부분이다. 로스팅을 하는 것도 일종의 요리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면, 미각에 의지한 관능평가가 로스팅의 퀄리티 컨트롤의 주요한 수단일 것 같지만, 카운터컬쳐는 다양한 기술의 힘을 적극적으로 빌린다. 커피체리가 덜 익었을 때 피킹이 되면 내부의 유기물 함량이 달라서 로스팅되었을 때 다른 커피대비 더 밝은 노란빛 톤을 띄게 되는데, 이를 퀘이커라고 부른다. 이 원두들은 생두단계에서 거치는 필터링 과정인 핸드피킹(사람이 육안으로 구별해내어 손으로 분류하는 것) 이나 플로팅(물에 띄워보아서 밀도차로 걸러내는 방식)으로는 걸러내기 어렵다. 퀘이커가 커피 맛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완전히 정립된 정설은 없고, 퀘이커의 총량이 워낙 많지 않기 때문에 이를 걸러내는 회사는 많지 않다. 하지만 카운터컬처는 클린컵을 방해하는 모든 가능성 있는 요소들을 차단하고 싶어, 옵티컬 소터(Optical Sorter)***으로 구분해내는 과정을 한번 거친다. 또한 매번 로스팅하는 생산 단위인 배치(Batch)가 이전의 배치와 동일한지 확인하기 위하여 색도계를 사용하기도 한다. 색도계****란 로스팅한 원두를 분쇄한 뒤 그들의 색을 수치화하고 색의 범위 분포를 파악하는 도구이다. 육안으로 구분하기 힘든 색의 편차를 0(흰색)~100(검은색)의 범위로 구분할 수 있어 로스팅의 정도를 더 세밀하게 파악할 수 있다.
***옵티컬 소터: 색깔이 다른 선별해내어 분류하는 장치. 주로 곡물을 분류하는 작업에 사용되어 농업에 활용된다.
***색도계: 색도를 측정하는 장치. 커피 색도를 측정하는 색도계로는 주로 컬러트랙(Colortrack)과 아그트론(Agtron)을 사용한다.
카운터컬처가 원두 도매 사업을 전개해가는 방식도 기존 도매사업자와는 사뭇 다른 방식이다. 우리가 흔히 도매 사업만 하는 사업자를 떠올렸을 때, 고객에게 열심히 세일즈를 하여 최대한 규모의 경제를 이룩하려는 모습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카운터컬처는 이와 달리 고객을 선별한다는 측면에서 일반 B2B 기업과는 다르다. 선별 필터는 여러 기준이 있는데, 첫번째는 ‘가까운 거리감’이다. 카운터컬처의 커피를 사용하려면, 카운터컬처의 트레이닝 센터 지점들과 ‘운전해서 2시간 이내'에 도달할 수 있는 거리에 있어야 한다. 고객사의 커피에 어떠한 문제가 생기더라도 2시간 이내에 홀세일 어카운턴트가 출동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둘째로는 고객사의 매장에서 계속해서 ‘커피를 고퀄리티로 유지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있는가'이다. 다른 도매 사업을 전개하는 브랜드 들 중 홀세일 어카운트 당 거의 80-100여개의 어카운트를 관리하는 곳들도 있는 반면, 카운터컬처 커피는 인당 30여개의 고객사를 평균적으로 관리한다. 한 사람당 관리하는 고객사의 수가 굉장히 적은 편으로, 이는 자주 고객사의 매장에 가서 커피 맛이나 기자재 관리 정도를 체크하기 위함이다. 공급 계약을 맺을 때 부터 머신 관리를 소홀히 하거나 커피를 소홀하게 대할 경우, 카운터컬처에서 먼저 공급을 끊을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이 있기 때문에 필터링(?)된 고객사는 억울해할 여지가 적다. 이렇게 높은 기준을 갖고 고객을 필터링하지만 한번 그 기준을 넘은 고객에게는 한없이 후한 것이 또 카운터컬처의 스타일이다. 카운터컬처는 소매점이 없는 대신 주요 영업 도시에는 트레이닝 센터를 두는데, 트레이닝 센터에서 주기적으로 열리는 교육에는 고객사들은 무료로 참석할 수 있다.
트레이닝 센터는 이러한 카운터컬처의 철학을 굉장히 잘 반영하고 있다. 일단 일반 카페들보다 더 좋은 장비를 여러 세트 구비하고 있다. 필자가 3년 전에 방문했던 뉴욕의 트레이닝 센터에는 하이엔드 머신과 그라인더 3세트가 있어 동시에 3팀을 트레이닝할 수 있었다. 카운터컬처의 홈페이지에 보면 일반 고객들에게는 $40~$150의 비용으로 들어야 하는 클래스들을 카운터 컬처의 원두를 사용하는 고객이면 무료로 들을 수 있었다. 물론, 횟수는 상관없이.
이렇게 관리되는 고객들이여서 그런지, 미국에서 카운터컬처의 커피를 사용하고 있는 매장을 가면 그 곳이 베이커리이거나 레스토랑이더라도, 왠만한 카페 보다 훨씬 맛좋은 커피를 만날 확률이 크다. 실제로 2년 전 샌프란시스코에서 마셨던 가장 맛있는 커피는 수많은 카페들을 제치고, 카운터컬처 커피를 사용하던 타르틴 베이커리에서 마신 커피였다.
2년 전, 카운터컬처의 뉴욕 트레이닝센터에서 만났던 Wholesale Account 담당 Matt에게 ‘앞으로도 카페 매장을 낼 생각은 없는지?’ 질문했었다. 이에 Matt은 웃으며, 경영진의 미래 마음까지 알기는 어렵겠지만, 아마 앞으로도 매장을 없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번 챕터에서 다루는 브랜드 중,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는 블루보틀 커피일 것이다. 워낙 경험해본 독자들이 많을 것이기 때문에 브랜드 자체보다는 비즈니스의 성장 측면에서만 간단히 짚어보겠다.
블루보틀은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나고 계속해서 성장해간 브랜드이다. 샌프란시스코라는 지역적 특징은 브랜드가 투자를 받게 되는 투자처와 사업 모델을 성장시키는 방식에도 영향을 주었다. 스페셜티의 선도업체였던 인텔리젠시아와 스텀프타운은 모두 크리스피 크림, 카리브 커피(Caribou Coffee), 프레타 망제(pret-a-manger)와 같이 ‘전통적인 식품업체 포트폴리오'를 지닌 JAB 홀딩스 에 투자를 받게 된 반면, 블루보틀은 인근에 있던 매장 고객이었던(?) 인스타그램 창업자나 구글 벤처스의 투자를 받게 된다. 이렇게 블루보틀이 성장해간 지역의 배경은 블루보틀이 자신의 성장 트랙을 설계해가는 데에도 큰 영향을 준다. 다른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들은 투자 받은 자금으로 매장을 늘리거나, 로스터리를 확장하는 등 역량을 오가닉(Organic)하게 확대 및 성장시켜간 반면, 블루보틀은 적극적으로 동종 업계의 회사들을 인수하기 시작한다.
투자의 방향성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는 섭스크립션 모델, 둘째는 커피 역량.
블루보틀은 원두를 온라인으로 꾸준하게 판매할 수 있는 섭스크립션 서비스에 일찍이 과감하게 투자한다. 구글 벤처스와 함께 장기적인 팀 프로젝트로 홈페이지를 전면적으로 개편해가고, TONX라는 커피 섭스크립션 스타트업을 인수하여 그들의 개발팀을 흡수해간다. 분쇄된 커피의 향미손실을 최소화하는 포장기술을 갖고 있는 Perfect Coffee를 인수하기도 한다. 현재는 호주, 캐나다, 독일 등 해외 국가에도 섭스크립션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으며 전체 매출의 20% 가 온라인 및 포장 소비재 제품에서 나온다.
둘째로는 커피 역량을 획득한 방식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창업자 제임스 프리먼은 사실은 커피 산업에서 일을 했다기보다는 커피를 굉장히 즐기는 애호가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수년동안 클라리넷 연주자를 직업으로 삼다가 간이 커피 매장을 오픈해간 프리먼은 성장해가며 적극적으로 유능한 로스터와 바리스타 팀을 섭외해갔고, 이러한 그의 투자는 미국 바리스타 챔피언 최초로 세계 바리스타 챔피언이 된 마이클 필립스가 창업한 ‘핸섬 커피(Handsome Coffee)’ 브랜드를 인수하면서 정점을 찍었다. 마이클 필립스는 현재 블루보틀의 ‘커피 컬처(Coffee Culture)’ 디렉터로써 매장에서의 QC를 책임지고 있다.
도매 사업과 매장 사업의 시너지를 잘 활용한 인텔리젠시아나 도매 사업을 조용히 전개해간 카운터컬처와 달리, 블루보틀은 2014년 기존에 하던 도매 사업부를 없애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프리먼이 밝힌 이유는 “우리가 직접 통제할 수 없는 환경에서 우리 커피가 소개되는 것을 계속해서 지켜볼 수 없다(참기 어렵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이 결정을 들은 카운터컬처의 대표 브렛 스미스(Brett Smith)는 “이 결정을 충분히 이해한다. 도매 사업을 하는 것과 매장 사업을 하는 것은 각기 다른 역량을 필요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한쪽으로 역량을 집중시키는 것은 자연스러운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스페셜티 커피 시장은 아직 너무나 작고, 계속해서 성장해갈 여지가 크기 때문에 정말 다양한 형태의 플레이어들이 충분히 나올 수 있다” 고 코멘트 했다.
2014년 이후 블루보틀이 사업을 전개해가는 방식은 2nd Wave의 매장 중심의 스타벅스와 가장 유사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2015년 이후 오픈하는 일본 내의 매장들을 쭉 보면 블루보틀 내에서도 조금 더 효율적인 매장 설계 메뉴얼 셋이 잡혀가고 있다는 느낌이 확연하게 든다. 이들은 점점 매장간 통일된 무드를 띄기 시작하였다.
국내에는 블루보틀이나 인텔리젠시아 만큼 알려져있지 않지만, 최근 몇년 사이에 미국에서 규모 확장을 가장 맹렬하게 하고 있는 곳은 네슬레가 인수한 블루보틀도, JAB가 인수한 인텔리젠시아나 스텀프타운도 아닌, 바로 라콜롬브일 것이다. 2017년 기준으로 매출은 1천억원대이고, IPO에 대한 기대심리가 가득한 기사들도 계속해서 회자되곤 했다. 라 콜롬브는 현재 미국 필라델피아 베이스로 동부(뉴욕)과 서부(캘리포니아) 지역에 현재 30여개의 매장을 갖고 있을 뿐이다. 라콜롬브는 어떠한 회사인가?
라콜롬브는 약 25여년 전에 Todd Carmichael과 JP Iberti가 시애틀에서 시작한 커피 브랜드이다.
시애틀에서 몇년 간 카페를 운영하다가 더 넓은 창고와 로스팅 공장이 필요해지자, 시애틀보다 지대가 저렴하고 넓은 창고가 많은 필라델피아(Philladelphia)로 이전하였다. 지역적으로 보자면 동부쪽에 매장과 도매(Wholesale)을 확장한 뒤 다시 창립지였던 서부로 역진출했다고 볼 수 있다.
필자는 2016년도에 미국에 커피 브랜드들을 만나는 출장에서 운 좋게 라콜롬브 세일즈의 VP를 만날 수 있었다. 맨하탄의 라콜롬브 매장에서 만났던 라콜롬브 내부인들은 그 때까지 만났던 여느 커피 브랜드들과 다르게 정장을(?) 입고 미팅에 참석하여, ‘아티잔'의 느낌이 가득했던 다른 브랜드들보다 ‘기업, 기업인'의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대화를 나누게 될 수록 이러한 이미지는 강화되었다. (대부분의 커피인들은 몸을 쓰는 일을 병행하기에 작업하기 편안한 복장으로 출근한다). 그 전까지 만났던 인텔리젠시아나 카운터컬처의 사람들과 커피는 스타벅스로 대변되는 제 2물결 시장과 완전히 구분되는 느낌이었다면, 라콜롬브는 제2 물결과 제3 물결 양쪽 시장 모두 커버하고 있었다. 라콜롬브는 그 당시에도 전국 3,000여개에 이르는 (cf. 2018년 말 기준 5,000여개라고 함) 도매 고객을 갖고 있었는데, 그 중 상당히 많은 수가 호텔, 레스토랑 쪽이었기 때문에 그 고객들이 선호하는 강배전 커피도 중요한 제품 라인업으로 생산을 하고 있었다. 양쪽의 시장을 모두 커버하는 것은 브랜드의 지향점을 약화시킬 수 있지만, 시장 영역을 확실하게 확장시키기는 한다. 이러한 관점이 라콜롬브를 ‘고객이 원하는 것을 맞춰서 제공하는 스페셜티 커피 회사'라는 느낌을 더욱 강화시켜주었다.
이들은 어떻게 30여개의 매장으로, 단기간 내에 1,000억원에 달하는 매출 회사로 성장하였는가?
라 콜롬브가 자체적으로 만들어낸 콜드브루와 콜드브루 라떼를 이용한 RTD(Ready to Drink) 때문에 가능해졌다. 우리나라에 3-4년 전에 콜드브루(Cold Brew) 열풍이 불었던 것처럼, 4-5년 전 미국 전역에서도 콜드브루가 하나의 광적인 열기처럼 시장을 덮쳤다. 콜드브루는 커피를 차갑게, 그리고 오랫동안 추출하는 방식으로 보통 분쇄된 커피 원두를 차가운 물에 3-4시간 이상 담금으로써 만들어낸다. 콜드브루는 아메리카노나 드립커피 대비해서 차가운 원액 혹은 음료 상태로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인데, 그렇기 때문에 인스턴트 커피 이후로 집이나 사무실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게 되는 커피 대안으로 빠르게 자리 잡았다.
스페셜티 커피 문화가 어느정도 대중화된 뒤, 이제 입맛이 바뀐 일반 고객들이 스페셜티 카페를 찾으면서 느꼈던 Pain Point 중 하나는 ‘커피가 너무 천천히 나온다' 였다. 특히 에스프레소 머신을 이용한 음료가 아닌 드립 커피를 마실 경우 한 잔 한잔 원두를 새롭게 분쇄하고 내려야 하기 때문에 5분~10분 이상 소요되는 경우들이 많았는데, 콜드브루는 이미 내려져있는 커피여서 그 어떠한 커피보다도 주문 한 뒤 서빙되는 시간까지가 짧다. ‘맛있는 커피'를 ‘간편하고 빠르게' 마시고 싶은 미국인들에게 매력적인 대안으로 다가가 원래 ‘차가운 커피'를 거의 마시지 않던 동부인들에게 아이스 커피를 보급시켰다.
라콜롬브는 콜드브루를 활용한 음료 중 콜드브루 라떼에 질소를 결합시킨 ‘드래프트 라떼'라는 메뉴를 만들었는데, 이 품목이 매장에서 큰 반응을 얻자 빠르게 대량 생산 방식을 검토하여 캔입 공장을 만들었다. 질소가 가미된 라콜롬브의 드래프트 라떼는 크리미한 우유 질감과 단맛의 조합이 중요한데, 캔에서 드래프트 라떼를 따라마시는 느낌은 흡사 기네스 맥주를 따는 것 같은 ‘질감적 기대감'을 심어주는 제품으로 소비자들에게 빠르게 자리잡았다.
라콜롬브는 드래프트 라떼를 2015년경에 출시하였다. 그 당시에 콜드브루를 만든 업체들은 꽤 많았으나, 드래프트 라떼라는 한가지 특이한 음료 카테고리로 빠르게 대량 생산 및 캔입 시설에 투자하고, 미국 전역의 식료품점에 빠르게 영업을 확정해간 곳은 드물다. 전국 5,000여개의 도매 클라이언트를 만들어간 영업력으로 라콜롬브는 출시 이후 2년만인 2017년도 경에 미국 식료품점의 30% 정도에 납품을 하고 있었으며, 2019년도 현재 기준으로는 식료품점의 50% 수준으로 납품을 확대하였다. 초기에 2-3개로 단순했던 RTD의 라인업은 어느새 15종의 제품으로 확대되었다. 여름뿐만 아니라 가을이나 겨울에 즐길 수 있는 스파이시 펌킨 라떼나 차이라떼 등도 새로운 라인으로 추가되었다. 드래프트 캔입은 생산설비 증설 투자만 있으면 무한히 성장할 수 있는 카테고리로, 라콜롬보의 매장 사업이나 원두 도매 사업보다도 훨씬 빠르게 세자릿수로 매년 성장하고 있다.
5. 전체 산업에서 상당한 비중으로 성장한 미국의 스페셜티 커피
미국 스페셜티 커피 시장은 앞에서 다룬 브랜드들을 필두로 90년대 후반부터 꾸준히 성장하였으며, ‘17년도 경에는 소비되는 컵 수 기준으로 미국 전체 시장의 60%를 육박하는 사이즈로 성장해갔다. 물론 이 수치는 스페셜티 커피 협회에서 발표한 것이여서 다소 과대하게 계상된 면이 있을 것이지만, 성장율 측면에서는 참고할 만한 수치일 것이다. 이는 인텔리젠시아가 처음 생긴 1990년대 중반 이후 25년 정도의 시간을 거쳐 일어난 변화로, 소비자들이 개인의 일상으로 느꼈을 때는 자연스럽게 느껴질 수 있지만 - 하지만 시장의 변화라는 측면에서는 전체 규모를 감안했을 때 매우 빠르게 성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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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로 커피 유튜브, 안스타의 월요일 커피 라이브에 출연할 수 있는 행운을 누렸습니다. (21년도 8월)
*유튜브로 생생하게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7OsoWt90Xqg&t=68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