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떠한 조건들이 겹쳐야 가능한 걸까
흔히 만나기 어렵지만, 즐거운 상승 작용을 일으키는 대화에는 몇가지 조건이 있다.
1. 서로의 대화 지분율이 비슷해야 한다. 질문과 문답의 밸런스가 퐁당퐁당 거리는 느낌. 한쪽이 일반적으로 자신의 지식이나 감정을 이야기하는 건 상담이나 강의에 가깝다.
2. 대화를 방해하는 다양한 요소 - 식당의 주변 소음, 핸드폰, 너무 무더운 날씨 - 에 distract 되지 않을만큼 대화의 주제가 흥미로워야 한다.
3. (다소 슬플 수 있으나) 서로에 대해서 더 잘 알아가고자 하는 호기심이 있을 시기에 이루어지는 대화가 월등히 즐겁다. 원래 서로 모르는 관계일 때에도 성립할 수 있으며, 잘 알고 있는 사이더라도 서로의 관점, 생각의 업데이트가 궁금할 때에도 가능하다.
4. 공간의 적당한 환기나 산책은 항상 더 좋다.
5. (이건 나만의 특성일 수 있지만) - 적당히 얄궂은 농을 치고 싶은 대상이 항상 내가 더 즐겁게 대화하는 대상이다.
6. 즐겁고 의미있는 대화는 서로의 세계를 조금씩 확장시킨다. 양 당사자 모두 자신의 세계의 벽을 물렁하게 만들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원테이크의 사랑스러운 대화로 수많은 80년대생들의 인생영화 Before Sunrise을 보면 에단 호크와 줄리델피는 제2외국어의 벽을 넘어 정말 쉼없는 대화를 펼쳐나간다. 한 눈에 누군가에게 사랑에 빠지는 것도 대단한 것이긴 한데, 지금보면 저렇게 쉼없이 대화를 이어나가는 것이 더 대단. 저 정도의 밀도로 상대에게 집중하는 몇시간은 정신력으로 보면 올코트프레스를 2시간 넘게 하는 수준의 집중력 아닐까.
물론 나는 20대의 풋풋한 Sunrise 보다는 10년뒤 30대로 재회하여 서로의 성장과 다르게 흘러온 삶을 다시 짚어본 Sunset이 훨씬 좋다. 10년이 지나도 궁금한 사람, 그 기대감을 깨트리지 않고 충실히 실현시켜주는 사람은 얼마나 매력적인 사람인가.
그렇다면 매일 매일 마주하는 가족, 정말 오래된 친구와는 어떻게 대화의 환경과 방식을 세팅하면 더 풍성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40대에 두딸을 양육하는 에단호크와 줄리 델피의 대화의 텐션감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현실감이 있다는 인상이 있으니 다시 보아도 답을 얻을 수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