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글쓰기

파반느를 읽고

by 윤서영

유독 눈이 많이 오는 겨울이었다.


나의 짧지만, 또 나름대로 긴 하루 하루들은 그 눈들을 치우는데 집중이 되어 있었다. 눈을 피해 더 따뜻한 남쪽 나라로 가는 방법을 생각하지도, 눈을 덜 맞을 수 있는 구조물을 만들지도 못했다. 그저 하루 하루, 눈을 쓸고 제설하기에 바빴다. '우리'가 그 길 어딘가에 미끄러지지 않게 조마조마해하며, 하지만 그런 많은 눈을 뿌려주는 날씨나 환경을 탓하지는 못하고 - 그저 맞고만 있었다.


'원래 이런가. 몇달 째 구멍을 메우는 일들을 하고 있는 기분이에요.'


오랜만의 미팅 겸 면담에서 이야기했다. '누군가에게 내려놓으면 좋겠다. 생각해보니 꼭 내가 안해도 되는데-’ 라고 이야기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아직까지는 그러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내가 맡기고자 하는 일의 성격이 현재 팀에서 받아줄 만한 사람이 없다고.


그런가? 나도 이 일을 딱히 잘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대학생때부터 사람을 인터뷰하고 파악하는데 쥐약이었다. MCSA 리크루팅을 했을때 역대급 지원자를 받는데는 성공했지만, 화목한 기수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물론 개개인들의 역량은 훌륭했기에 다들 잘 되어가고 있지만..) 이 환경안에서 발현될 사람의 기질을 상상해내지 못했다. 주로 내 눈앞에 보이는 모습, 표정, 에너지로만 판단했다. 누군가의 역량은 과대평가하고, 누군가의 위악에 역시 속아넘어갔다. 뒤돌아볼때 내가 정확하게 판단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나는 눈을 맞고 있고, 계속 눈을 치우고 있어요. 이 말을 공개적으로 하기가 참 쉽지 않았다. 우리는 좋은 일들을 주로 공유하고, 어려움은 공유하지 않는다. 딱히 해결책을 같이 강구하자는 포스팅은 아니고, 그 안에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배움이 있었다의 이야기조차 조금은 부끄러웠다. 훌륭한 분들을 모셔 자신이 없어도 더 팀이 잘해가고 있다는 글들이 자꾸 눈에 띄었다. 부럽기도 하고, 의심이 되기도 했다. 계속 그런 상태일 수 있을까? 팀이라는 건 정말 동적인데. 누구 한명의 변화만으로도 아직은 흔들 거릴 수 있는, 흔들다리의 단계인데.


1-2주 동안 5명 정도의 사람을 인터뷰하고, 그 중 두명과는 2시간 남짓 이야기했다. 그러다가 한 명은 포지션과 안 맞는 것 같다고 이탈하기도 했다. 본질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잘해야 하는 사람을 뽑아야 하는데 자꾸 효율화 개선을 잘하는 사람에게 마음이 가고 있었다. 개선을 하는 사람과 분리되어 있어도 된다는 걸 알면서도. 눈을 많이 맞았나보다.


이제 봄이다. 꽃을 피우는 일들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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