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는 그대로인데, 내가 달라졌다

소음을 견디는 법 대신 받아들이는 쪽으로

by 서율


같은 소리인데도,

어떤 날에는 하루를 망치고

어떤 날에는 마음을 가라앉힌다.

달라진 건 소음이 아니라,

그 소리를 받아들이는 나였다.





우리 동네는 요즘 매일이 시끄럽다.

근처에 대형 마트가 들어서고 있고, 12월이 되면 으레 하는 도로 포장 공사도 함께 진행 중이다. 하루 종일 기계 소리가 이어지고, 창문을 닫아도 소음은 집 안까지 스며든다.


예전의 나는 이런 소리가 영 불편했다.

괜히 신경이 곤두서고, 그 소리의 결과가 무엇이든 상관없이 당장의 내 일상을 방해하는 존재처럼 느껴졌다. 공사가 끝나면 나아질 거라는 걸 알면서도, 그 시간을 견디는 일 자체가 성가셨다.


그런데 요즘은 조금 다르다.

여전히 같은 소리가 들려오지만, 나는 거리낌 없이 창문을 연다. 어느 순간부터 공사장 소음이 다르게 들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예전엔 피하고 싶던 소리였는데, 이제는 이상하게도 사람 사는 소리처럼 느껴진다. 바쁘게 움직이는 하루의 증거 같기도 하고, 누군가는 오늘도 제 몫의 일을 해내고 있다는 신호처럼 들리기도 한다. 어떤 날에는 소란스러웠던 마음마저 이내 가라앉히는 소리가 되었다.


생각해보면 달라진 건 소리가 아니었다.

소음은 늘 그 자리에 있었고, 바뀐 건 그 소리를 받아들이는 나의 태도뿐이었다. 마음 하나 달라졌을 뿐인데, 예전엔 견디기 힘들던 하루가 조금은 가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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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마음을 바꾼다는 일이 늘 이렇게 쉬운 건 아니다.

사소한 일에서는 이런 깨달음을 얻다가도,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여전히 같은 자리에 머문다. 운전을 할 수 있으면서도 괜시리 무서워 대중교통만 이용하고, 용기만 내면 될 일을 끝내 하지 못한 채 포기해버리는 일들처럼 말이다. 마음만 바꾸면 될 것 같으면서도, 그 마음을 내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창문을 연다.

시끄러운 공사 소리가 다시 들려온다. 그 소리를 들으며, 마음 하나 바꾸지 못해 아직 넘지 못한 나의 많은 순간들을 떠올린다. 그리고 언젠가는 이 소리처럼, 내가 두려워하던 것들도 조금은 다른 이름으로 들릴 수 있기를 조용히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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